“러블리 주일, 상사화가 되어 만나요.”
“태초부터 시작된 숨바꼭질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 눈 뜨면 사라지는 당신의 꽃잎 / 뒤돌아서면 흩날려버리는 너의 나뭇잎 / 별빛 내려앉은 꽃잎도 / 새벽이슬 젖은 나뭇잎도 / 서로를 보고 싶어 하지만 / 스칠 듯, 닿을 듯 지나가 버리는 / 그리움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련한 비련 / 당신을 그리워라도 해야 살 수 있을 것만 같아서 / 나는 오늘도 상사화로 피어난다.”
이는 제가 쓴 ‘상사화’라는 시입니다. 상사화는 봄이 되면 잎이 먼저 나는데 꽃줄기가 올라오기 전에 잎이 다 말라 죽어버립니다. 그래서 잎은 꽃을 볼 수 없고, 꽃도 잎을 볼 수 없는 애달픈 그리움의 꽃입니다.
우리 교회는 코로나 초기 때부터 현장예배를 한 번도 쉰 적이 없습니다. 물론 고위험군이나 기저질환자들은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예배를 드리도록 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조금 진정되고 정부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였을 때 저는 ‘한국교회 예배회복의 날’을 주도하였습니다. 우리 교회는 정말 90% 이상 예배가 회복 되었고, 3박 4일간 본당 3층까지 가득앉아서 여름수련회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교회 주변의 고등학교 및 한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입니다. 저는 중세의 사제들처럼 실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인들을 보호하고 지역 감염을 막기 위해 자진해서 화상 줌 예배를 도입하고 예배를 축소해서 드렸습니다. 중대본도 전국적인 재확산을 막기 위해서 예배 인원을 20명, 50명 단위로 제한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용인 지역은 코로나 확산세가 멈추고 잡혔습니다. 그런데도 중대본에서 예배 인원을 풀어주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어떻게든지 예배를 회복하기 위해서 한교총과 함께 백방으로 노력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예배당 좌석의 30%까지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발표 전에 미리 알고 교인들에게 ‘러블리 주일’을 선포하고 한 주간 특별저녁기도회를 하면서 꿈같은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바깥에서 활동하고 저녁에 교회로 와서 밤 특별집회를 인도했습니다. 목요일 같은 경우는 새벽부터 나가서 몇 건의 회의를 하고 총회 임원회는 마라톤 회의를 하였습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힘들었지만 교회에 와서 저녁기도회를 인도할 때는 정말 꿈꾸는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저는 저녁집회를 하면서 성도들을 한 송이의 꽃으로 생각했습니다. 러블리 주일을 맞아 1부부터 저녁예배까지 올 성도들이 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가을에 피는 국화나 코스모스가 아니라 상사화로 말입니다. 아니, 저 자신부터 한 송이 상사화가 되었습니다. 10개가 넘는 교육관에 50명씩 모였다고 해도 예배가 끝나면 얼굴도 못보고 헤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러블리 주일에는 1부부터 저녁예배(6부)까지 30%의 성도들이 오면 꼭 반갑게 대면인사를 하려고 합니다. 러블리 주일은 현장예배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며 갈망하는 분들이 상사화로 피어나는 주일입니다. 마치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그리워하듯, 아니 상사화의 꽃과 이파리가 서로를 사모한 것처럼 그런 상사화의 그리움으로 만나고 피어나는 주일입니다. 이번 러블리 주일에 새에덴의 상사화들이 모여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예배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제 자신부터 가슴이 찡하고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러블리 주일, 우리 모두 상사화로 만나고 상사화로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소강석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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