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앞두고 있는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학생들을 학교 측이 억압하고 있다는 주장이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이 해명했지만 오히려 “이중적”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은 최근 ‘탄핵 반대 학생들 협박’ 논란에 대한 입장문에서 “본교는 학문의 자유와 신앙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학교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학교 안에서 탄핵 찬성이나 반대 집회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하고 학생을 지도해 왔다”며 이것이 탄핵 반대 집회를 교내에서 허락하지 않은 이유라고 밝혔다. 또 학생들에게 해당 집회 포스터에서 ‘학교 로고’ 등 표기를 삭제할 것을 안내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한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를 존중한다”며 “심각한 대립과 분열이 일어나는 탄핵정국에서 학교 정문 밖 외부 공간에서 갖는 집회이지만 학생들이 평안한 집회를 갖고, 타 대학에서 일어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책임이 있어, 해당 보직교수가 교수 단톡방에 집회 사실을 알리면서 당일 학생 지도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해당 학생 실명이 (교수 단톡방에서) 공개된 것은 신중하지 못한 부분이었음을 인정하고,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학교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학교 안에서 탄핵 찬성이나 반대 집회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학교 측 입장에 대해 이 학교 김철홍 교수는 “그렇다면 왜 장신대 교수평의회는 작년 12월 13일에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건가”라고 물었다.
당시 장신대 교수 65명은 ‘장신대 교수평의회 일동’명의로 낸 시국선언문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즉각적인 탄핵과 직무정지를 요구한다”고 했었다.
김철홍 교수는 “‘학교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학생들에게는 추상과 같이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도, 교수님들 자신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장신대 김운용 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는 칼럼을 지난해 12월 학교 홈페이에 게재했던 것에 대해서도 “‘학교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이란 원칙을 위반하고 계신다”고 했다.
김 교수는 “외부인들이 장신 공동체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탄핵 반대) 학생들에게는 학교 로고조차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어길 시에는 징계하겠다고 말하면서 교수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총장조차 자신의 특정 정치적 입장을 공공연하게 장신대라는 ‘공간’ 안에서 여과 없이 선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장신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난해 12월 ‘장로회신학대학교 재학생·졸업생 시국선언문’이 올라왔고, 여기에 첨부된 사진에는 장신대 로고가 있는 깃발에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은 왜 ‘학교 밖에서’ 장신대 로고와 학교 이름을 마음껏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특정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건가”라며 “만약 학교가 미리 인지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면, 지금이라도 여기에 서명한 이들 중 재학생은 학교에서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탄핵에 반대하는 학생은 학교 로고와 학교 이름을 쓰면 징계하겠다고 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징계하지 않는 게 학교의 실제 정책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학교 총장도 지키지 않고, 교수들도 지키지 않는 ‘학교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라’를 왜 굳이 이번에만 이토록 엄격하게 탄핵 반대 특별기도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에 지키라고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장신대 학생들은 오는 12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광진구 장신대 정문 앞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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