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4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약 1년 동안에도 한국교회에는 우리의 눈길을 끌었던 크고 작은 뉴스들이 있었다. 기독일보는 올해를 정리하며 ‘2024 기독교 10대 뉴스’를 선정해 10위부터 1위까지 순서대로 정리했다.
10. 유신진화론 논쟁
서울신학대학교 박영식 교수가 소위 ‘유신진화론’을 주장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서울신대와 그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물론 국내 신학계와 한국교회에서 유신진화론이 쟁점화 됐다. 서울신대 측은 “유신진화론은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신학이기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서울신대) 이사회와 학교 측에서는 교단 신학의 창조론을 지킨다는 것 같은데, 우리 교단의 창조론이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정하는지 모르겠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신대 “신앙 근본 무너뜨리는 유신진화론, 받아들일 수 없어”
지형은 목사 “신앙 진리 지키되, 신학·과학·문화에 충분한 자유를”
9.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 담임직 사임
지난 2019년 지구촌교회 제3대 담임으로 부임했던 최성은 목사의 사임 소식이 지난 7월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갑작스레 전해져 한국교회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교회 측은 “최성은 담임목사님께서는 지구촌교회 창립 30주년 기념사역을 잘 마무리하고 일신상의 이유로 지구촌교회 담임목사직의 사임을 표명하셨다”고 밝혔다. 이후 교회 측은 사무총회를 열고 최 목사의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느헤미야 프로젝트를 이끄는 과정에서 보인 부족한 리더십”이라는 것이었다. 느헤미야 프로젝트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채플 증축 공사를 말한다. 교회 측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최 목사의 부족한 리더십이 드러났고, 결국 자진사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후 교회 측은 미래준비위원회를 조직해 현재 제4대 담임목사 청빙 등을 준비하고 있다.
최성은 목사 사임 이유는 “느헤미야 프로젝트서 보인 부족한 리더십”
8. 김명혁 목사 등 교계 지도자들 별세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복음주의 운동에 오랫동안 헌신했던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2월 18일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생전 강변교회에서 은퇴한 후 전국에 있는 교회들을 돌며 설교를 전해왔던 고인은 춘천에 있는 한 교회에 설교하러 가던 중 사고로 인해 주님 품에 안겼다. 한국교회는 “마지막까지 작은 교회를 돕다 가신 김명혁 목사님의 신앙을 본받자”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 밖에도 대전 송촌장로교회 담임으로 미래목회포럼 대표 등을 역임했던 박경배 목사를 비롯해 탈동성애 사역을 펼쳤던 이요나 목사, 젠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 등을 지적해 온 정일권 박사(전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빙교수), 애니선교회 대표 이예경 목사, 이형자 횃불재단 전 이사장, 한일장신대 정장복 명예총장 등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7. 몰트만 박사 별세
‘희망의 신학자’로 불렸던 독일의 세계적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 박사가 향년 98세로 지난 6월 3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1926년 4월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 독일군으로 참전했다가 연합군의 공습으로 3년간 포로로 지냈다. 그 시기 포로수용소에서 성경책을 읽으며 절망 속에서 임재하는 하나님의 희망을 발견하고 이후 신학자의 길을 걸었다.
괴팅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퍼탈대학 교수로 신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그는 본대학을 거쳐 튀빙엔대학에서 은퇴할 때까지 신학을 가르쳤다. 독일 고백교회 담임목사 등도 역임했다. 그는 칼 바르트 이후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현대 신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블로흐의 무신론적 ‘희망의 철학’에 대한 신학적 응답이었던 「희망의 신학」(1964)을 통해 세계적 신학자로 떠올랐다. 고인은 생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기도 했었다.
6.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들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국회의 요청으로 비상계엄은 다음 날 새벽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정치권은 물론 교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되고 말았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또 한 번의 탄핵정국 속에서 극심한 이념 갈등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각 기관들과 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의 안정을 위해 기독교인들의 기도가 절실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5. 제4차 로잔대회
지난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열렸다. 로잔대회는 WCC(세계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소위 에큐메니칼 선교에 대응하는 ‘복음주의 선교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빌리 그래함·존 스토트 목사가 주축이 되어 지난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후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2차 대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제3차 대회가 열렸고, 이번에 한국의 그 네 번째 대회가 진행된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나온 ‘서울선언문’에는 “동성 간의 성관계에 대한 성경의 모든 언급은, 하나님께서 그러한 행위를 성에 대한 자신의 의도를 위반하고 창조주의 선한 설계를 왜곡하는 것으로 간주하므로 그것이 죄악이라는 피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전문] 제4차 로잔대회 서울선언문(1)
[전문] 제4차 로잔대회 서울선언문(2)
4. 파리올림픽 개막식 논란
올해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올림픽 개회식에 여장 남자인 ‘드래그퀸’이 등장하는 등, 파리올림픽이 ‘젠더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예수님과 사도들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것에 대해 “기독교를 모독하고 조롱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한국교회에서도 파리올림픽 개회식을 규탄하는 성명 등이 연이어 발표됐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이 행사는 공동체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어떠한 종교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불쾌했다면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파리올림픽 개막식, 젠더주의에 등 돌리는 계기 될 것”
3. 대법원,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가 지난 7월 18일 동성 배우자를 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다수 의견으로 공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우리나라 최고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이 나오자, 교계는 “남녀의 결혼만을 인정하는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 “사실상 동성결혼의 문을 연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이후 주최 측 추산 110만 명이 참가한 ‘한국교회 10.27 연합예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2. 예장 합동 여성 강도권 허락
예장 합동 측이 지난 9월 26일 울산 우정교회에서 개최한 제109회 정기총회 넷째날 회무에서 여성 사역자들에 대한 강도권과 강도사 인허를 전격 허락했다. 여성 목사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합동 측의 파격적 결정이었다. 이에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는 여성강도사 시행과 관련한 헌법 개정을 진행해 내년 9월 제110회 교단 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통과되면, 노회 수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1.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종교개혁 507주년 기념주일이었던 지난 10월 27일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서울 광화문과 시청광장, 서울역 및 여의도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210만 명(현장 110만, 온라인 100만)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법원이 지난 7월 18일,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후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교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본격 준비되기 시작해, 2달 정도의 짧은 기간 후 현장에만 110만 명이 모이는 한국교회 역사적 집회로 기록됐다. 10.27 연합예배에 참석한 기독교인들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결혼 합법화 등에 반대한다는 뜻을 이 집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전달했다. 이번 10.27 연합예배는 지난 1973년 약 110만 명이 참석했던 빌리 그래함 목사의 서울 여의도 광장 집회를 비롯해, 이듬해인 1974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32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던 ‘엑스플로 ’74’ 등과 함께 한국교회 최대 집회 역사로 남게 됐다.
‘200만의 기도’ 10.27 연합예배… 교회·가정·나라 위해 일어나다
한편,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기독교인들의 눈길을 끌었던 많은 사건과 소식들이 있었다.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이 성공했다. 미국 내 많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그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며 한국교회에서도 큰 이슈가 됐었다. 또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지난 10월 31일 제35회 총회에서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결의했다. 이 밖에 김성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갑)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청문회 당시 안 후보자를 향해 “무자격 보수 기독교 탈레반주의자”라고 해 교계의 거센 공분을 산 것도 올해 주요 뉴스들 중 하나였다. 결국 김 의원은 고양 지역 목회자 모임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자신의 표현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지난 6월 서울 대한문 앞 일대에서 퀴어행사 등에 반대하기 위해 주최 측 추산 2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운집한 가운데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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