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최고 뇌수
지도자=두뇌, 인민=신체…절대복종 요구
北, 종교 정체성 내포한 전체주의 공동체

북한 사회정치 생명체론과 기독교 교회론 비교 심포지엄
북한 사회정치 생명체론과 기독교 교회론 비교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북한에는 생물학적 생명과는 다른 ‘사회정치적 생명’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1986년 7월 15일 김정일이 처음 제시한 이론으로 사회정치적 존재인 개개인이 당의 영도 밑에 수령을 중심으로 결속하면 영생하는 생명력을 지닌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이 같은 북한의 사회정치 생명체론과 기독교 교회론을 비교한 심포지엄이 10월 31일 오후 서울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열렸다. 총신대 통일개발대학원과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및 통일교육선도대학사업단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첫 발제를 맡은 김병로 교수는 북한의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특징으로 △수령절대주의 △전통주의 △종교적 신념을 꼽았다. 특히 수령절대주의에 대해 김 교수는 “혁명의 주체는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삼위일체)로 이뤄진다. 여기서 ‘수령’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최고 뇌수로 생명의 중심”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수령절대주의, 사회유기체론과 전통주의, 종교적 특성 등이 북한에 발현된 것으로 북한사회를 지탱하는 결속력의 근거”라고 했다.

또 이날 지성호 전 국회의원(함경북도지사)이 ‘북한 주민들에게 사회정치 생명체론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탈북민 출신인 지 전 의원은 사회정치 생명체론에 대해 “북한의 통치이념으로 지도자와 주민이 하나의 생명체로 여겨진다”며 “지도자는 두뇌, 인민은 신체로 비유되어 절대복종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집단적 결속과 체제 유지”를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집단주의가 우선된다고 지 전 의원은 설명했다. 지도자와의 단절은 곧 사회적 사망을 의미한다고 한다.

북한 사회정치 생명체론과 기독교 교회론 비교 심포지엄
심포지엄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맨 왼쪽이 지성호 전 의원, 왼쪽 두 번째가 주연종 교수 ©김진영 기자

그렇다면 이런 북한의 사회정치 생명체론과 기독교의 교회론은 어떻게 비교될 수 있을까.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주연종 총신대 통일개발대학원 겸임교수는 두 이론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두 이론의 핵심 개념이 ‘몸과 머리’라는 ‘유기적 구조’라는 점에서 같다고 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기독교 교회론에서 예수가 교회의 머리이고, 교회가 예수의 몸을 이루듯이, 북한의 사회정치 생명체론에서도 “수령은 사회집단의 생명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 단결과 영도의 최고 뇌수”이다.

이 밖에도 두 이론은 ‘공동체성’과 ‘영속성’을 지향하고 ‘생명의 수여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주 교수는 밝혔다. 특히 ‘생명의 수여자’에 대해 그는 “기독교의 교회론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을 통해 구원을 얻게 된 자들의 모임이기에 생명의 수여자는 삼위일체 하나님”이라고 했다.

이와 비슷하게 북한에서 ‘사회정치 생명’은 당과 수령이 수여한 것으로, 당과 수령은 영원한 생명의 수여자이자 구원자라고 주 목사는 설명했다. 이러한 개념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은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이며 태양(10대 원칙)으로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주 교수는 “(김일성과 김정일은) 지금도 계속해서 사회주의 대가정의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시조이며 정치적 생명을 부여하는 구원자이자 절대자로 기능한다”며 “이것이 유훈통치, 영생불멸 신화의 핵심”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결론에서 “북한은 사회정치 생명체, 사회주의 대가정, 집단주의, 수령-당-인민대중을 하나의 전일적 통일체로 보는 전체주의 국가”라며 “그 중에서도 핵심은 사회정치 생명체라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수령은 영원한 생명인 사회정치적 생명을 수여하는 신적 존재”라며 “인민은 자애로운 어버이이자 시조인 수령의 절대성을 인정 및 추종하는 구조”라고 했다.

주 교수는 “따라서 북한을 종교적 정체성을 내포한 집단적이고도 전체주의적 속성의 공동체로 이해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바른 이해와 향후 통일과 통합과정에 있어서 참고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북한 사회정치 생명체론과 기독교 교회론 비교 심포지엄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 밖에 이날 심포지엄에선 박재은 총신대 신학과 교수가 ‘기독교의 교회론과 기독교의 정체성’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종민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 조정연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연구위원, 하광민 총신대 통일개발대학원 교수, 김혜원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또 앞서 개회식에선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이 개회사를, 박성규 총신대 총장이 환영사를 각각 전했다.

특히 박재은 교수는 “기독교의 교회론과 북한의 사회정치 생명체론은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며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주님은 그 몸을 이루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사랑으로 대하시지만 북한 체제는 머리가 그 지체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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