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벧엘성결교회(타코마/벨뷰) 담임 홍광선 목사
노아의 방주 선교회 대표 홍광선 목사

저는 40대의 열정 넘치는 목사였습니다. 미국에서 6년간 두 개의 개척교회를 섬기며 주님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영주권을 받을 단계까지 왔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또한 믿음으로 이겨내리라 다짐했습니다. 한 달 만에 10kg이 빠지고, 설사가 멈추지 않았지만, 저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이겨내려 했고, 심지어 새로운 사역을 전주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병세는 점점 악화되었습니다. 배에 복수가 차고, 밤에는 열이 나서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 금요 기도회 때는 기도회 인도를 못하고 허리 통증으로 인해 차 안에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허리 디스크인 줄 알고 척추병원까지 다녀왔지만, 사실 디스크가 아니라 이미 암이 골수까지 침범해서 골수암이 되어서 허리가 아팠던 것임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결국 아픔을 참다 못해 그때서야 병원을 찾았고, 4기 림프종 혈액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와서 빨리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저는 암을 계속 키웠던 것입니다. 암이 골수를 침범하고 신장과 여러 곳을 망가뜨릴 때까지 방치한 것입니다. 외투세포 림프종 백혈병이라는 진단은 저에게 청천벽력과 같았습니다. “주여, 어찌하여 주의 종에게 이런 일이 있습니까? 주님의 나라를 위해 미국까지 가서 젊은 시절 주를 위해 헌신했는데, 이제 다 내려놓게 하시고 심지어 암까지 걸리게 하십니까?” 원망은 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뜻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깊은 한숨들이 나왔습니다.

항암치료는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첫 항암에서 아낙팔락시스 쇼크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항암약이 반드시 들어야만 사는데 안타깝게도 투여 30분 만에 부작용이 심해서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죽음이 눈 앞에 온 상황 같았지만 감사하게도 그때 저의 영혼은 오히려 담대한 믿음의 고백이 나왔습니다. “주여! 주의 종은 절대 죽지 않습니다. 이런 걸로 죽지 않습니다. 죽어도 주의 영광을 위해서 죽습니다.” 할렐루야! 이 기도를 주님이 받으셨는지 저의 암은 기적적으로 많이 줄어들어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3개월 후, 암은 다시 재발했습니다. 이번에는 심한 불면증까지 찾아와 두 달 가까이 하루에 1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암으로 인해 도파민 분비에 문제가 생겨 뇌 신경전달 장애로 인해 다리가 떨리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감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힘든 불면증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 저는 새벽마다 거실을 빙빙 돌면서 미친 사람처럼 하나님께 울부짖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있지요?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어떻게 내가 이렇게 잠도 못 자고 괴로워하게 하시나요? 저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요!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그런데도 하나님은 저를 마치 돌보지 않으시는 것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고통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으니 더욱 미칠 것 같았습니다.

홍광선 목사의 현재 모습.
홍광선 목사의 현재 모습. ©홍광선 목사 제공

이 모든 과정에서 저는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하나님, 이 고난의 뜻이 무엇입니까? 어떤 유익을 주시려는 것입니까?” 처음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인가 생각했지만, 재발을 겪으며 그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고난을 통해 주님은 처음 사랑을 회복시키기를 원하시는가? 그러나 처음 사랑이 회복된 마음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고난을 허락하신 주님의 뜻을 알아야 진정으로 회개하고 주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 때 주님이 고쳐주실 줄 믿기 때문에 저는 주님의 뜻을 아는 것이 절실했습니다.

그러던 중 앤드류 머레이 목사의 ‘성령’이란 책을 읽게 되었고,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고전 6:19) 이 말씀이 제 영혼을 꿰뚫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성령의 전임을 진정으로 알면, 우리는 더 이상 낮은 육신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 성령의 전을 아름답고 굳건하게 세워가는 것이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의 사명이라는 것을,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것을 놓치고 있는 통탄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성령충만함을 사모하고 이를 위해 기도합니다. 고린도 교회 성도들도 사도 바울로부터 배워 성령충만을 갈망하며 기도했기에 은사와 능력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3장 16절에서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라고 물으며 그들을 책망합니다. 왜일까요? 만약 그들이 자신이 성령의 전임을 진정으로 알았다면, 시기와 질투, 교만과 음행으로 성령의 전을 더럽히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고린도전서 3장 17절에서 엄중히 경고합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

“오, 주님! 저 또한 고린도 교회 성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성령의 전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 거룩한 전을 더럽혔습니다. 이제야 깨닫고 회개합니다. 성령의 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것이 일회성 은혜 받은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전을 평생 관리하고, 보호하며, 거룩하게 하고 굳건히 세워야 할 것임을 깨닫습니다.”

이 깨달음과 함께 제 안에 새로운 소명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매일 눈물로 간구합니다. “주님! 한국 교회 성도들이 고린도 교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소서! 우리 모두가 성령의 전임을 깊이 깨닫고 거룩하게 살아가게 하소서!”

저는 비록 암 환자이지만, 현재 건강할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주님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성령의 전을 세우는 성령의 사람 기도회, 성령의 새바람 집회를 통해 영혼들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주님은 귀한 깨달음들을 날마다 더하셔서 성도들이 성령의 전을 세우고 굳건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 여러권을 저술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인터넷에서 성령의 전을 세우는 말씀기도학교를 개강하여 수십여 명의 학우들과 함께 성령의 전을 세우는 말씀기도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처음 사랑이 회복되고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세상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주님께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상적인 관심을 끊게 되었습니다. 이제 예배를 드려도 예배가 은혜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찬양 가사만 보아도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곧 성령의 전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십자가가 부담이 아니라 기쁨이며 자랑이고 소망이 되었습니다. 십자가가 성령의 전을 세우는 축복의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영적 대각성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 길이 여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메말라 가는 이유는 십자가의 도와 성령의 전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 기인한다고 저는 진단합니다. 성도들이 자신이 진정 성령의 전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는다면 낮은 수준의 은사주의나 믿음만능주의를 버리고 거룩한 영성생활을 성령님과 함께 하면서 성령의 사람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노엽게 하거나 서로 투기하지 말지니라” (갈 5: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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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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