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생명을 살리고 존중해야 한다는 개혁 선언이다. 고대 히포크라테스 학파 의사들은 낙태와 당시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항거했다.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살리려는 의사들의 정신은 수 세기를 거쳐 이어져 왔으며, 시대와 상황이 바뀌어도 훼손할 수 없는 의사들의 숭고한 정신이고 전통이다. 이러한 정신이 조금이라도 후퇴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부끄럽고 위험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미명 하에 하나님이 허락하신 생명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수치스러운 결정을 하였다. 미래의 국민인 태아의 생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아래 무참히 무시되고 살해되고 있는데도 정치권과 언론단체와 정부는 눈치만 보며 손을 놓고 있다.

태아가 가진 생명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이며, 그들이 가슴 속에 뛰던 심장이 지금 우리의 가슴 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이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 때 우리의 생명도 언젠가는 무참히 죽음으로 내몰릴 상황이 벌어질 날이 올 것이라는 무서운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많은 생명 운동 단체와 종교계가 낙태법 개정안 입법이 22대 국회에서는 꼭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2019년 낙태 반대 학술모임과 여러 단체와의 의견교환을 통해 생명존중 (낙태반대) 3대 원칙을 제시하고, 3대 원칙이 담긴 법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했다.

생명존중(낙태반대) 3대 원칙

제1원칙 모든 생명은 보호 받아야 한다(모든 낙태 행위를 반대한다).
1)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제정
2) 부성 보호법 (일명 Hit & Run 방지법) 제정
3) 비밀 출산제 도입
4) 모든 사회경제적 사유는 수용 불가

제2원칙 상업주의를 배격한다(낙태가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1) 낙태 상담의사와 수술의사 분리
2) 낙태 수술 전문 의료기관 제공과 관리
3) 낙태 수술 자격인증 의사에게만 수술 허용

제3원칙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1) 진료와 수술은 별개의 의료 행위다.
2) 낙태 수술에 참여하게 되는 의료인(수술참여 의사, 마취과 의사, 간호사)과 간호조무사 역시 양심과 종교에 반하는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생명존중 3대 원칙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정책 제안

1. 사회 경제적 사유는 낙태의 사유가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내세운 사회경제적 사유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사회경제적 사유는 발달된 의학과 사회의 도움을 통해 해결 해가야 할 부분이지 생명을 죽이는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태아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선천성 결함을 가진 아이들도 의학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얻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최신 의료기술을 통해 출산 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빈곤의 문제로 낙태를 고민하는 가정은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을 통해 해결해 가야 한다. 출산장려금으로 소요되는 돈이 한 해에 50조를 넘어서고 있다. 이 돈이 다 어디에 쓰이는지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담당자의 각성을 촉구한다. 임신 자체가 힘든 일이고 아이 육아가 힘들 일인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를 도와 줄 수 있는 제도와 인식개선을 통해 해결해 가야 한다. 의학 기술과 사회적 제도를 통해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다.

2. 낙태가 돈벌이가 되지 않도록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생명을 죽이는 낙태가 더 이상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낙태가 돈을 버는 상업주의와 원천적으로 분리되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낙태 수술 역시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자격을 갖춘 의사가 시행해야 하고, 낙태에 관한 통계도 국가가 관리 감독해야 한다.

3. 의료인의 전문가적 양심과 종교적 신념은 보호되어야 한다.

모든 보건의료인(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은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법으로 양심과 종교에 반하는 의료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되어 버린다. 약사의 경우도 도입될지 모르는 약물 임신 중절약을 요구할 때 거부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진료와 수술행위에 대한 개념 구분도 필요하다. 임산부에 대한 상담과 산전 진찰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수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수술은 의사의 수술 능력과 의지, 시설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의사가 결정해야 한다. 능력에 벗어나거나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술을 강요하는 것은 의사에 대한 폭력이고 의학의 가치를 무시하는 일이다.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간호사에게는 나이팅게일 선서가 있다. 간호사들 역시 선서를 통해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선서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뿐만 아니라 마취과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의료인이 참석한다. 이들 역시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생명 교육

생명 사랑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 생명 없이 행복은 존재할 수 없다. 태아는 미래의 국민이고 우리의 자녀들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 주신 생명이다. 창조 질서와 생명을 존중하고 가정과 학교와 나라를 살리기 위해 끈기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우리들의 자녀를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모든 성도와 교회는 생명을 살리면서 모든 국민이 행복을 찾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대답하여 이르되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눅 10:27)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 의사평론가,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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