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단답형으로 태어난 것 같다. 시골에서 태어났으니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글쓰기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것 같다. 대개 초·중 시절에 글쓰기 학원같은 데에 다니는 게 요즘 대세인데 시골에는 그런 학원도 없고 그럴 필요조차 못 느끼며 자란 것 같다. 그 이후로는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다. 지금도 영어를 더 많이 쓰다보니 한글 쓰기, 즉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아직도 거리가 먼 것 같다. 아마도 내 조카의 지적이 그것일 것 같다.
또 하나 글의 깊이가 없는 이유는 시간과 마음적인 여유의 부족에서도 그런 것 같다. 나는 지난 수년간 조용히 책상에 앉아 몇 시간 책을 본다든가, 쓴다든가 할 여유가 없었다. 쓰긴 쓰되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쓰는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바쁘게, 그리고 여기 케냐에서는 상황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다. 그러니 책을 본다든가 글을 쓰는 것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해왔으니, 머리에서 생각나는대로 적다보니 논리정연한 글이 되지 않고, 즉 기승전결이 되지 않고 앞뒤가 바뀐다거나 또 중복되는 말이 부지기수이다. 조용히 앉아서 몇 시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여기 케냐는, 특히 우리학교가 있는 오유기스(Oyugis)는 불과 얼마되지 않는 곳에 ‘적도’라는 표시(말뚝)가 있으니 1년 내내 더운 날씨이다. 한국의 12월 1월은 겨울인데 그때 여기는 35도까지 가는 가장 더운 시기이다. 어쨋든 1년 내내 더운 곳이라, 또 집이나 사무실은 천장이라는 것이 없다. 학생들 집을 가끔 가봐도 천장이 없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천장 달 돈이 없으니 그렇다면서 아프리카는 다 이렇게 산다는 것이었다. 이무리 더워도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다. 양철지붕에 천장이 없으니 낮에 실내온도는 아마도 40~50도는 될 것이니 그늘을 찾아가서 앉아 있는 수밖에 없다. 여기 현지인들은 여기서 태어나 이런 날씨에도 덥다 정도로 잘 견디고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나같이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다. 그러니 조용히 책상에 앉아 시원하게 사색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꿈 같은 얘기다. 그러니 내가 쓴 칼럼이 깊이가 없다는 조카의 말이 지당한 지적이다.
더구나 나의 조카는 영어를 가르치고 고3 학생들을 유학 보내는 일을 하면서 영어 에세이를 지도하는 전문가이니 내 글의 문제점이 두 눈에 확 들어왔을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여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 나은 글을 깊이 있게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최선은 다 해보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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