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채 총장
서병채 총장
“Give and take”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Adam Grant, 2013). 우선 제목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시간상으로 자세히는 못 읽어 봤지만, 부제가 ‘A Revolutionary Approach to Success’라고 붙어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먼저 주는 것이 성공과 직결된 듯하다. 성공하기 위해 먼저 준다고 하면 명분이 좀 덜한 것 같고, 주다가 보면 그만큼 돌아오게 된다는 뜻이겠다.

먼저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받기 위해서 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말에는 품앗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도 한 가지 개념이 되겠다. 나는 최근에 우리 학교 교수 중에서 박사(Ph.D)를 하고 싶어 하는 분이 있어서 돕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는 아직 석·박사 과정이 없는지라, 미국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는데 추천서를 써 주어서 다행히 합격이 되었다. 장장 3년 간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세 주간의 숙제를 도와주다 보니 쉽지는 않았다. 오래전에 내가 학위 했을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그래도 돕겠다고 했으니 약속은 지키려 한다. 이것도 일종의 주는 것(giving)이라 생각된다. 주면 받게 된다는 데 나는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혼자 생각해보았다.

예일대 심리학교수 마가렛 클라크(Margaret Clark)는 대부분의 사람은 결혼이나 우정 같은 경우, 즉 친밀한 관계성에 있을수록 주는 것에 더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장에 있어서는 주고받는 다는 것이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 순순하게 주고받는 단계가 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면서 이렇게 세 번째 스타일을 얘기했다. 즉, 주고받는다는 것이 동등하게 맞아 떨어질 때(matchers)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을 도울 때에 사람들은 “상호관계”를 추구하면서 자신을 보호한다는 이론이다(“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1993, pp.685.).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꼭 이런 메칭이론(matching theory)을 갖고 현재의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충분하고 그만큼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어떤 유익이 있는지 이렇게 정리해보았다.

우선적으로 나의 영어실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시골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터라, 더구나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녔으니 영어공부는 학교 자체에서 덜 강조하여서 영어 문법적인 것은 너무 약한 편으로 지난 수십년간 고민해온 것이다. 좀 나아지긴 했지만, 워낙 기초가 약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학위공부를 도우면서 이 문제가 좀 더 해결될 기미가 보이면서 보완되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 대학교의 학교 자체 운영시스템을 간접적으로 배우고 있다. 내가 과거에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할 때는 운영에 대해서는, 더구나 박사학위는 어떤 행정적인 과정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 관심가질 겨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배우고 있다.

또한 남의 학위공부를 도우면서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고 있다니 감사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상대방의 필요한 부분이 채워지고 해결된다니, 이것 또한 감사거리가 된다고 본다. 내가 도와주는 상대방은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학교 발전에 상당히 기여 할 분이다.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다 보니 “주고받는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나에게 직접 무엇을 주는 것은 없어도 학교 발전이라는 공익을 더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니, 나에게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그 이상의 역할을 향후에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이제까지 얼마나 남을 도우며 살았는가?”라는 질문도 나 자신에게 해본다. 물론 파라쳐치 기관을 통해 교회들을 도왔고, 현재의 멜빈대학교가 있게 하기까지 애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뭔가 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새삼 깨닫는 기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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