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그리고 준비. 나는 인도 나가랜드에 신학교를 세울 때 이 두 가지에 매우 관심을 가졌다. 즉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시작했다. 이 두 가지 단어는 어쩌면 다 알고, 쉽고, 그래서 심각하게 생각지 않을 수도 있겠다.
대개 어떤 사역이나 프로젝트를 하기로 해놓고 이제 계획을 한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진행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계획을 실천으로 바로 옮기려 하니 까마득하다. 실천 이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라는 것은 '밤에 촛불을 켜면 1~2미터 앞에만 보인다'는 얘기가 있듯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준비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은 준비해가라는 뜻이다.
내가 나가랜드에 학교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나와 현지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지인 Mr. Alo는 한국에 유학 온 학생이었다. 한국에서 2년간 함께 훈련하면서 알던 사이였다.
우리는 학교를 설립하기로 했고, 서로 "기도하자"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기도하는 동안, 나는 미국 옥사노(Auxano) 연구소가 만든 책의 요약에서 한 가지 글을 읽었는데, '계획보다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제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도하고 계획을 세운 후 "이제 준비해가자"고 나는 Mr. Alo에게 얘기했고, 그도 내 말의 뜻을 이해하고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더 이상 '계획'이라는 말은 필요 없었다. 준비라는 말과 개념, 그리고 '준비해간다'는 동사형만 남아 있었고, 사실 그 ‘준비하는 것’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준비를 계속해나가다 보니, 결국 개교식까지 할 수가 있었다. 거의 1년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결과였다. 계획만으로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뭔가 일어나기를 기대만 해서는 안 일어난다.
사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그렇게 해왔다.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 그 자체가 끝이라는 잠재적인 무의식이 우리를 얽어맬 때가 종종 있다. 즉, 계획 이후에는 준비(Pr reparation)에 더 집중하고 힘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왜 준비가 중요한가! 준비라는 것은 일회성의 구호도 아니고, 한 번에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또 정지해 있는 명사형(noun)도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끝이 없는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진행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완성한 결말의 순간이 올 것이다.
아무튼 일단 준비가 시작되면, 우리는 내부와 외부로부터 많은 아이디어, 통찰력, 자원을 얻을 것이다.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우리 주변의 자원들을 볼 수도 없고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위해 [준비해갈 때],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또한 그럴 때 사람들도 우리를 도울 것이다.
로버트 프리츠는 자신의 책, "저항을 최소화시키는 길"에서 강조하기를, 만약 우리가 하나의 주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과 상황들이 그렇게 정렬되어 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소위 그가 말한 "구조 역학(structural dynamics)"이다.
그렇다. 중요한 사역을 준비해 나갈 때 하나님이 함께하실 것이다. 계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계획을 세우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그냥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만 하면서, 더 이상 그런 방향으로, 즉 준비를 해나가지 않는다. 계획은 아주 잘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준비를 계속해서’ 학교를 개교했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계획만 세우고 거기서 멈추면 완성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은 세워놓고 준비하기 전에 멈추게 되는 것은 슬픈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계획을 세워놓고는 다 한 것처럼 멈추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뭔가 “어떤 일어나겠지!” 하고 기대만 하고 시간을 보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안 일어난다. 계획했으면 그 다음에는 준비로 옮겨가야 한다.
서병채 목사(케냐 멜빈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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