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됐던 ‘통합 기본합의서’, 우여곡절 끝 가결
‘절차 하자’ 명분 삼지만 무리한 뒤집기 지적도
한기총, 18개월 간 임시 체제…정상화는 언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임시대표회장 김현성, 이하 한기총)가 최근 긴급 임원회를 열고 이미 부결시켰던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가결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이하 한교총)과의 통합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기본합의서가 부결됐던 직전 임원회 당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따라서 해당 결의 역시 무효라고 결론냈기 때문이다. 그 절차적 하자란, 개회 후 추가 임명된 일부 임원들에 대한 성원 보고 없이 이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표결이 진행됐다는 것 등이었다.
통합에 대한 한기총의 결정이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뒤집히자 주변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표면적으론 절차적 하자를 바로잡고 다시 논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한교총과의 통합 논의를 억지로 끌고가려는 일부의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본합의서에 대한 부결→절차적 하자 지적→긴급 임원회→부결 무효→가결의 다소 무리해 보이는 이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계에선 현재 한기총 임시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성 변호사의 행보를 지적한다. 기독교인이 아닌 그는 법원이 지난 2020년 9월 21일 대표회장 직무대행으로 파송한 인물이다. 그 목적은 조속한 ‘한기총 정상화’일 것이다. 그러나 파송 후 약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한기총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직무대행이 파송된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김 변호사는 ‘직무대행’이 아닌 ‘임시대표회장’이라는 직함을 쓰고 있다. 한기총은 물론 교계 다른 기관에서도 이런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다.
그가 ‘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랜 기간 사실상 한기총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자, 그 순수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한교총과의 통합 논의에서 통합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를 두고 “오히려 통합을 방해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이하 한교연)은 5일 임원회를 열고 연합기관 통합 문제를 논의하면서 지난 회기에서 결의했던 내용, 즉 “한교총이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한기총이 정상화 하면” 조건 없이 통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시 말해 한기총이 정상화하지 못하는 현실이 통합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다.
이와 관련해 교계 한 관계자는 “그렇다면 한기총으로선 총회를 열고 새 대표회장을 뽑는 등 하루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그나마 교계 연합기관 통합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며 “그런데 왜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이런 길을 놔두고 한교총과의 통합에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그간의 과정을 보면 매끄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11월 11일 임원회에서 “한교총 회원 교단들 중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입된 교단은 통합 시 배제할 것을 한교총에 제안하기로” 결의했었다. 한교총에서 현재 WCC에 가입된 곳은 예장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다. 모두 한교총 핵심 교단들로, 한교총이 기관 통합 시 이들을 배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는 “한기총이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렇지만 한기총은 이후에도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이 전면에 나선 가운데 한교총과 통합 논의를 이어갔고,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상호 채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이 기본합의서가 부결됐던 지난 한기총 임원회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홍재철 목사(한기총 증경 대표회장)는 회의에 앞서 배포한 문서에서 “2021년 11월 11일 (한기총) 임원회에서… 한교총과의 통합 추진에 대해 ‘한교총 내 WCC에 가입되어 있는 교단을 배제한 후 통합을 추진하자’고 결의했다”며 “그 후 3개월 가까이 되어 뜬금없이 2022년 1월 27일 통합 추진을 합의했다고 언론에 발표가 된 것을 보고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이처럼 김 임시대표회장은 임원회 결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음에도 한교총과의 통합을 추진해온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점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교계에선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이 적어도 단기간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양 기관 내부에서 여전히 통합에 회의적인 여론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주요 교단의 총회장이 바뀌는 올해 9월 이후까지 뚜렷한 결론 없이 지금처럼 ‘논의만’ 하고 있는 상태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이런 예상이 적중해 그 때까지 한기총이 정식 대표회장을 뽑지 않고 ‘김현성 임시 체제’를 유지한다면, 김 임시대표회장을 향한 교계의 의심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교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행보를 보면 김 임시대표회장이 한기총 정상화보다 다른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그가 파송된 지도 약 18개월이 지났는데, 정식 대표회장 임기가 1년인 점을 감안하면 기독교인도 아닌 그가 이렇게 오랜 기간 사실상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한기총의 지금 모습은 정상화는 커녕 매우 퇴행적”이라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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