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에게 이 교회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서울동부지방법원(이하 동부지법)은 판결문에서 △교단(예장 통합)의 소위 ‘세습방지법’과 △총회재판국의 재심판결을 주된 판결 근거로 제시했다.
◆ “총회재판국 재심판결 존중돼야”
총회재판국은 지난 2019년 재심을 통해,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에 대한 서울동남노회의 승인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했다.
동부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재심판결에서 총회재판국은 김삼환 목사가 지난 2015년 12월 31일 명성교회 담임직에서 은퇴한 후 명성교회는 후임 위임목사를 청빙하지 않고 있다가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했는데, 이는 교단의 소위 ‘세습방지법’(교단헌법 제2편 제28조 제6항 제1호)에 위배되고, 서울동남노회의 청빙허락결의는 이 헌법규정을 위반한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에 해당돼 당연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총회재판국의 재심판결에 대해 동부지법 재판부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총회재판국의) 재심판결은 교단 내부 최고 재판기관의 해석으로서 존중돼야 하고, 그러한 재심판결의 효력 유무에 대한 사법심사는 최대한 배제돼야 한다”고 했다.
◆ ‘은퇴하는’에 대한 재심 판단 인정
또 교단의 세습방지법이 교회가 위임(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는 대상으로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은퇴하는’에 대한 총회재판국의 재심 판단도 인정했다.
총회재판국은 이에 대해 세습방지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종합해 볼 때, 은퇴하는 전임 목사에 이어 다른 시무목사를 거치지 않고 그의 직계비속(아들) 등을 후임 담임목사로 곧바로 이어 청빙하는 경우, 그 전임자 은퇴 이후 기간의 장단에 상관없이 전임 은퇴한 목사는 ‘은퇴하는 목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동부지법 재판부는 “헌법 해석의 최종적인 권한은 교단 총회재판국에 있다”고 했다.
◆ ‘수습안’은?
문제는 총회재판국의 재심판결이 있은 후 같은 해 열린 교단 제104회 총회에서 이른바 ‘수습안’이 의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부지법 재판부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이 결과적으로 총회재판국의 재심판결을 뒤집을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동부지법 재판부는 △수습안 의결을 한 교단 총회는 관련 사건에서 “이 결의는 대내적으로 분쟁을 종결짓기 위한 수습안이며, 대외적으로 확정적인 법률상의 효력을 갖는 결의가 아니고, 이 사건 교단 총회가 분쟁의 당사자들에게 제시하는 중재안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한 점 △(예장 통합) 헌법시행규정 제33조에 의하면 교회에 갈등이 있는 경우 수습전권위원회를 구성해 수습안을 결정할 수 있으나, 이 수습안에 반하는 교회 재판국의 결정이 있는 경우 이 수습안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이 수습안 의결에 따르더라도 명성교회는 재심판결을 수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수습안 의결 중 (총회재판국) 재심판결과 일부 모순되는 부분은 그것에 명성교회와 소속 교인들을 구속하는 강제적인 효력이 있다거나, 이 결정으로 인해 재심판결에 의해 무효로 확인됐던 명성교회의 김하나에 대한 위임목사 청빙이 유효하게 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재심판결은 교단 최고 재판기관의 결정으로서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인데, 재심판결의 피고(서울동남노회)가 재재심 청구를 했다가 취하함으로써 절차가 그대로 종결됐으므로, (재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음은 분명하다”고도 했다.
아울러 “수습안 결의 추후 김하나 목사 청빙이 있는 경우 기존의 서울동남노회의 청빙 승인결의가 모든 절차를 갈음하는 효력을 가진다는 (수습안) 조항이 있긴 하나, 교단 총회 스스로도 수습안 의결이 무효인 행위를 추인하는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고,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은 재심판결에 따라 무효이고, 이는 교단 헌법에 반해 중대 명백한 하자를 가진 것으로서, 무효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인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수습안에 따라 임시당회장을 파견했다가 2021년 1월 1일자로 김하나를 재차 청빙하는 것만으로 교단 헌법에 위반되는 무효사유가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새로운 청빙 절차로 보더라도 이는 여전히 재심판결의 취지대로 교단 헌법에 반하는 것이어서 무효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 사법심사 대상 여부
한편, 동부지법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사법심사의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명성교회는 원고(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 정태윤 집사)가 다투는 내용들이 종교단체의 내부 관계에 관한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종교활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의해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그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국가기관인 법원은 종교단체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그것이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그 실체적인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당해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나, 교회의 헌법 등에 다른 정함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회의 대표자(담임목사)는 예배 및 종교활동을 주재하는 종교상의 지위와 아울러 비법인사단의 대표자 지위를 겸유하면서 교회 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대표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교회 대표자 지위에 관한 분쟁은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에 해당해 그 대표자 지위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교회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칠 각종 결의나 처분과 관련된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여전히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김하나의 피고 교회의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에 관해 부존재 확인을 구하고 있고, 교회 헌법 및 피고 교회의 정관 등에 비추어 보면, 교회의 위임목사는 당회장으로서 예배 및 종교활동을 주재하는 종교상의 지위를 가지는 동시에 비법인사단인 피고 교회의 대표자 지위를 겸유하면서 피고 교회 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대표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김하나의 피고 교회에 대한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있으므로, 명성교회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없다.”
◆ 명성교회 사건 주요 일지
① 김삼환 목사, 2015년 12월 31일 명성교회 담임직에서 정년퇴임
② 명성교회, 2017년 3월 19일 공동의회 통해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결의
③ 서울동남노회, 2017년 10월 24일 제73회 정기노회서 청빙 승인 결의
④ 총회재판국, 2018년 8월 7일 서울동남노회 상대 청빙 승인결의 무효확인 청구 기각
⑤ 총회재판국 재심, 2019년 8월 5일 기존 판결 파기.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에 대한 서울동남노회 승인결의 무효 확인
⑥ 예장 통합 제104회 총회, 2019년 9월 26일 수습안 의결
⑦ 명성교회 당회, 2020년 12월 19일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결의
⑧ 서울동남노회, 2020년 12월 22일 명성교회 청빙 결의 승인
⑨ 김하나 목사, 2021년 1월 1일 명성교회 위임목사 부임
⑩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년 1월 26일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위임목사 및 당회장 지위 부존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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