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목회사회학)가 최근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홈페이지에 ‘안식일의 의미(3): 예수와 안식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조 교수는 “예수님에게 안식일은 늘 논쟁의 초점이었다. 복음서에 안식일이 등장할 때마다 예수님과 충돌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어 “논쟁은 주장하는 이의 논지를 가장 잘 드러내 준다. 다툼이 있는 곳에서 반짝이는 진리가 드러난다. 물 흐르듯 흐르는 강의에서는 포착하기 어렵던 핵심이, 정쟁의 원수들이 맞붙어 벌이는 토론에서 손쉽게 파악되는 것과 같다”며 “그런데 예수님은 당시 기득권자였던 바리새인, 서기관, 회당장 등과 목숨을 걸고 논쟁을 벌였다. 그들이 걸어오는 싸움에서 한 치의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 벼랑 끝 논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언제나 빌미는 예수님이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안식일에 환자를 고치고, 밀밭에서 이삭을 까먹고, 회당에서 도발적인 설교를 했다. 자신의 정적들이 마주하고 있는 장소에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마치 ‘나를 죽이려면 죽여 봐라’하는 도발이었다”고 했다.
그는 “안식일 규정은 여러 세대 동안 점점 강화되었다. 물론 안식일을 범하는 자에 대한 벌칙도 엄격했다. 그 벌칙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안식일을 범하는 자는 돌로 쳐 죽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출애굽기의 안식일 규정에서 유래한다(출 31:14~15, 35:2)”며 “하나님은 안식일을 범한 자를 죽이라고 하신다. 거기서 하나님은 죽이라는 말을 두 번, 세 번 거듭 말씀하신다. 심지어 반드시 죽이라고 강조한다. 유대인들은 이 말씀에 따라 안식일을 범하는 자가 있으면 현장에서 돌로 쳐 죽였다. 재판과 같은 사법적 절차도 필요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예수님은 이런 올무로 자신을 잡아 죽이려는 자들 앞에서 버젓이 안식일의 규정을 깨 버렸다. 누군가 하나라도 돌을 들어 던졌다면 주위의 모든 군중이 돌을 던져 그를 죽여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상황이 연이어 벌어진다. 그럴 때마다 예수의 정적들은 분노하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며 “하지만 누구도 돌을 던지지는 않았다. 딱히 예수를 이길 수 있는 논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첫 번째 돌을 던지는 자가 나타나지 않은 기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면 이해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목숨을 걸고 안식일에 관해서 하시고자 했던 말씀은 무엇일까? 안식일의 참된 의미에 관한 말씀이었다. 안식일이 왜 있어야 하고, 안식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히고자 하셨다”며 “마가복음 2:27~28은 이 내용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고, 안식일의 주인은 예수님이라는 말이다. 인자의 주인 됨은 단지 안식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유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규율을 들어 이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인간을 위해 시작된 안식일이 인간을 얽어매고, 그를 사탄에게 매이게 하는 날이 되었다. 그물에 매인 짐승이 도망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그 그물이 더 옥죄어 오듯이, 안식일은 어느덧 인간을 옭아매는 그물이 되고 올무가 되었다”며 “안식일의 규정은 점점 더 세분화 되고 구체화 되어 사람들이 피할 곳이 없게 되었다. 결국 ‘안식’의 날은 율법의 날이 되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벼랑 끝 산책과 같이 되었다. 바로 옆에 벼랑을 두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 좁은 길에 맞추어져 있다.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게 될 것이다. 결국 산책의 목적은 잊히고, 그 산의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안식일에 행하신 예수님의 도발은 결국 우리들의 눈을 들라는 도전이었다”며 “벼랑 끝 그 좁은 길에서 떨어지지 않고, 떨어진 자와 다름을 감사할 일이 아니라, 아예 그 길을 벗어나라고 하신다. 안식일에 자신을 옥죄며 그걸 신앙이라고 하지 말라고 경고하신다. 안식일의 주인이 결코 율법이 될 수 없음을 밝히신다. 삶의 여유가 있는 바리새인들이 던져 놓은 그 올무들이 결코 안식일의 주인일 수 없다. 그래서 예수님은 선언하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결국 우리는 눈을 들어 우리를 안식하게 하시는 하나님, 우리의 창조주와 구원자가 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된다”며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신 것을 확인하며 직접 경험한다. 바로 이날 우리는 하나님의 율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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