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갔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찾고 싶었다. 걸어 나오는데 갑자기 등이 오싹하여 소리를 질렀다.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무에 대한 설명을 보니 600년이 넘었다니, 이 나무에 대해 궁금해 졌다. 그렇게 역사에 대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서울 재동 백송>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8호. 600년이면 조선시대가 시작된 1392년부터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킨 것이니 참으로 오래 된 나무다. 중국 북경(청나라)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묘목을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그 동안 이 나무는 무엇을 보았을까. 1453년 계유정난, 수양대군이 어린나이에 왕에 오른 단종을 보필할 사람들과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 바로 이 나무에 일어나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온 동네에 재齋를 뿌렸다고 하여 재동(행정구역)이 되었다.
그리고 조선후기 홍영식(1855~1884)이라는 사람의 집이었다가 제중원(세브란스병원 전신)이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중원 건물은 홍영식의 집이었다. 홍영식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한 사람의 집이 제중원이 되었을까. 혹시 기독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뛰었다.
1884 갑신정변의 홍영식. 우리나라가 청나라의 속박으로 벗어나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새로운 조선을 꿈꾸었던 갑신정변의 주역. 3일 만에 청나라개입으로 끝나 29세의 젊은 나이에 살해당하고 가족들은 역적으로 몰려 20명이 죽은 장소이다. 많은 사람이 죽고 또 많은 사람을 살린 장소인 지금의 헌법재판소.
홍영식이 생각한 서양문물이 혹시 기독교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에 대한 자료를 찾게 되었다. 우연인 것 같지만 홍영식 집터에 제중원이 생긴 것은 결코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예상하듯 알렌선교사와 홍영식은 이미 아는 사이였고 갑신정변 때 크게 다친 민영익을 알렌선교사에게 데려가 생명을 구하게 한 사람도 홍영식이다.
낙태죄에 대한 판결로 생사를 가르는 장소가 된 헌법재판소. 그들의 죽음을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하길 그들의 피가 헛되지 않기를 복음은 생명을 낳는다. 지금은 수많은 병원이 세워져 사람을 살리는 그 복음의 피가 다시 한번 우리나라를 덮기를 소망한다.
정영선(한국여성가족정책원 원장, 태아생명살리기 위드유캠페인 대표, 다음세대학부모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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