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 서울(대표 고훈)이 24일 김동일 목사(생명진교회)를 초청해 ‘역사의 역사’라는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진행했다.
김 목사는 “역사 서술은 과거 사실을 획득해서 기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역사가는 현장에 있던 사람은 아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사료를 가지고 관찰하는 사람들”이라며 “역사가는 과거의 사실을 암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역사는 논쟁을 통해 역사를 규정짓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역사는 과거를 다루지만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과거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 곧 역사다. 곧 사건이 어떤 의미와 맞물릴 때 역사가 될 수 있다”며 “역사는 이를 기록하는 역사가의 인식에 근거해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역사가의 관심도에 따라 사료의 중요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역사가의 평가와 해석의 과정을 거쳐야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이 루비콘 강을 걸었지만 역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넌 사건이 역사로 남은 건 그 순간이 역사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라며 “가령 BC 48년, 로마 원로원은 시저에게 군대를 해산하라며 소환 명령을 내렸다. 개천에 불과한 루비콘 강은 로마 공화정 시기에는 큰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왜냐면 로마법에 따라 군사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서 로마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군사적 반란을 대비하기 위해서 개선 행진이 허용된 장군이 아니라면 루비콘 강 앞에서 무장해제를 하고 로마로 돌아가야 한다”며 “시저는 루비콘 강을 건너기 하루 전, ‘건너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진다. 시저는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면 인간 세계가 비참해진다. 하지만 이 강을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1개 군단을 가지고 로마로 진격했다. 그러나 이미 로마는 폼페이우스왕과 원로원들이 피신한 상태여서 결국 무혈 입성했다. 폼페이우스는 결국 이집트에서 피살됐다”고 했다.
김동일 목사는 “헤겔은 ‘히스토리아+게쉬테’를 역사로 봤다. 여기서 히스토리아는 ‘조사해서 알아내다’, 게쉬테는 ‘일어났던 일’이라는 뜻”이라며 “헤겔은 결국 역사가 과거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면서, 동시에 이에 대한 해석도 포함한다고 봤다. 결국 역사는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 둘을 담고 있다”고 했다.
또 “2차 대전 시기,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는 자신의 저서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 ‘역사가 파악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인간’이라고 했다”며 “결국 역사는 과거의 사건이나 제도를 연구하는 게 아니다. 과거 인간 행동의 양식을 탐구하고 이것이 내 현재의 삶과 연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역사는 인간의 인생을 조망해준다. 인간이 죽을 듯 발버둥 쳐도 죽으면 결국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나폴레옹 등의 위대한 역사적 인물들도 사라졌다. 제한된 시간에서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고 역사는 말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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