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양이원영 의원과 함께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 삭제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국내 주요 아동단체와 공익변호사 단체 등이 두루 참여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조민선 국내사업본부장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56.7%가 민법의 징계권이 체벌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민법 제915조는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다는 여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대표적인 문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며 “친권자에 의한 체벌을 징계권 행사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한뜻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11일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신현영 의원도 참여해 징계권 삭제에 힘을 실었다. 신 의원은 “민법상의 징계권을 폐지하라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징계권 삭제는 우리 사회가 체벌이라는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가족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라 여긴다”라고 전했다.
1958년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 없는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이르고 있어, 훈육 과정에서 징계라는 이름으로 자녀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조항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포용국가 아동 정책’을 발표하며 징계권이란 용어가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만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이라고 지적하고,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법무부는 당시 “친권자의 징계권에는 체벌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징계권 조항의 전면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4월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위원장 윤진수, 이하 법제개선위원회)가 "민법 제915조 징계권을 삭제하고 민법에 체벌 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권고한 후 이를 수용한 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세이브더칠드런 등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가졌으며, 앞으로 법률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쳐 민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OECD 37개 가입국 중 23개을 포함해 전세계 60개국이 가정을 비롯해 모든 환경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 중 체벌에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역시 지난해 7월 유럽의회의 권고를 수용해 체벌을 금지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친권자의 징계권을 민법에 명시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6월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아동학대방지법에 신설해 올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본 의회는 아직 민법에 남아있는 징계권 조항도 2년 내 재검토하기로 하였다.
2019년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 심의 결과로 “법률 및 관행이 당사국 영토 내 모든 환경에서 간접체벌 및 훈육’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발의에 참여한 단체들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와 국제적 요청에 우리 사회가 응답할 차례”라며, “모든 체벌을 분명하게 금지하는 체벌금지법제화를 통하여 아동 최상의 이익을 실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세이브더칠드런은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2019년 민법 915조의 징계권 조항 삭제를 위해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시민 3만여 명의 서명과 109개 단체의 이름을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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