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 기독교의 ‘모교회(母敎會)’로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새문안교회(담임 이수영 목사)가 우리 사회와 교회의 문제를 ‘제자도’(弟子道.discipleship)의 관점에서 진단해보는 제9회 국제심포지엄을 지난 28~29일 이틀 동안 본 교회 언더우드교육관(광화문)에서 열었다. 행사 개최는 한국 선교 및 근대화의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된 일생을 오늘에 비추어, 성장이 멈춘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기 위해서이다. 올해는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원두우(元杜尤), 1859.7.19 ~ 1916.10.12] 선교사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는 부활절에 여기에 당도했습니다. 오늘 사망의 철장(鐵杖: 쇠막대기)을 산산이 깨뜨리시고 부활하신 주께서 이 나라 백성들이 얽매여 있는 굴레를 끊으시어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빛과 자유를 주옵소서!”(언더우드 선교사와 함께 제물포에 온 아펜젤러 선교사의 보고서 기록)
1885년 4월 5일, 제물포(인천)항에 첫 발을 내디딘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제물포에 도착해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한 내용이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25세 나이로 미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불신, 절망, 미움으로 덮였던 어둠의 땅” 조선에 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면서 이곳이 믿음, 소망, 사랑의 빛으로 충만한 하나님의 나라가 되기를 기도하며 백성의 구원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당시 조선은 열강의 침략에 속수무책 상황이었고, 부패와 빈곤에 신음하고 질병이 창궐하며 우상과 미신과 불신이 가득하였던 땅이었다. 이런 점에서 언더우드 선교사의 조선 선교는 한국 근대화의 큰 전환점을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새문안교회 등 21개 장로교회를 개척하면서 다른 선교사들과 연합해 신구약 성경을 완역하고 찬송가를 번역 보급해 한국 교회의 기초를 놓았다. 이어,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와 경신고를 세워 교육을 통한 기독교 인재 육성 등 교육 선교의 지평을 열었다.
언더우드와 초기 선교사들이 키운 인재들은 이승만, 김구, 이상재, 안창호, 김규식 등 믿음의 지도자들이 되어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해 자주독립운동을 전개했고, 대한민국 건국의 기틀을 닦고 나라를 세워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언더우드와 초기 선교사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에서 자라난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은 오늘날 어떠한가? 주최 측은 “과연 한국 교회의 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처럼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면서 회개와 개혁을 모색해보아야 할 시점”이라며 이런 이유로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시카고 맥코믹 신학대학 교수이자 저명한 저술가로 ‘가이드 포스트’ 대표 편집위원인 제프리 자핑가(Jeffrey Japinga) 박사가 주 강사로 나서 세 차례 강연했다.
28일에는 새문안교회 언더우드교육관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이수영 담임목사의 환영인사에 이어 윤경로 박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 전 한성대 총장)가 ‘언더우드 선교사의 제자도: 경건, 열정, 희생 그리고 그의 삶’이란 제목으로 언더우드 선교사의 생애를 조명했다. 이어서 제프리 자핑가 박사의 제1강 ‘누가 제자인가’와 제2강 ‘제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따르는 참 제자로서 살아가고 있는지, 제자가 되는 사람의 자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복합다원화사회에서 세속화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둘째 날인 29일에는 오후 4시 30분부터 제프리 자핑가 박사의 제3강 ‘리더인가, 제자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었다. 이 강연에서 그는 교회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의 관계를 정립했다. 주최 측은 “그동안 우리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군림하는 리더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진정으로 공동체를 섬기며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제자로서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이 됐다”며 “특히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교회들에서 각종 제자 훈련 교육이 많았지만 성서적 리더십 이론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또 행사 기간 중 언더우드 선교사가 졸업한 뉴욕 뉴브런스윅 신학교의 그렉 A. 마스트 총장이 이수영 새문안교회 담임목사에게 한미 교회 교류와 양국 신학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학위 수여식도 거행됐다. 더불어 이수영 목사의 특별강연 ‘한국교회와 제자도’를 끝으로 심포지엄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됐다.
한편 언더우드가 개척해 세운 21개 교회가 2008년에 연합해 결성한 언더우드자매교회연합회는 2008년부터 매년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해 왔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 주제를 ‘예수를 따르는 우리: 리더인가, 제자인가?’로 내건 이유는 언더우드 서거 100주년을 맞아, 성장이 멈춘 한국 개신교의 위기를 돌아보고, 온전히 제자도를 실천한 언더우드 선교사의 삶을 오늘에 비추어 한국 교회와 기독교 신앙의 문제를 진단 치유하며 교회와 성도가 바르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언더우드의 헌신된 일생에서와 같은 ‘제자도’에서 찾아보기 위함 때문”이라 전했다.
최근 20년간 한국 교인 수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한국 교회나 그리스도인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뼈아픈 현실에서 ‘제자도’라는 주제어는 기독교의 본질과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일깨우는 핵심어가 됐다. 이수영 목사는 “한국 개신교의 위기는 한 마디로 믿음의 이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믿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실천이 약하기 때문으로 본다”고 진단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고통을 감당하며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130 여 년 전, 한반도 땅을 처음 밟은 청년 선교사 호레이스 언더우드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록했다.
“지난 화요일(1887.9.27) 저녁 14명의 한인들로 한국 땅에서 첫 번째 그리스도 교회를 조직 완료했으며 지난 주일에 교인이 한 사람 더 늘었습니다. 남쪽에서 북쪽에서 그리고 서쪽에서 세례지원자들이 문답과 세례를 베풀어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한 사람을 전도인으로 고용했는데 일을 썩 잘하고 있습니다. 몇 사람 더 훈련시켜 그들도 내보내고 싶습니다.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성실하며 조금만 훈련시키면 일하면서 동시에 배우는 인물들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미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기독교인이 된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데려와 복음을 배우게 하고 있습니다”(언더우드의 편지, 1887.9.30)
언더우드가 입국 2년 만에 정동에 14명으로 조직된 개신교 첫 교회 새문안교회를 조직하였을 때 “아우성”치며 복음을 배우러 몰려드는 교인들의 갈급한 상태를 증언하며 쓴 편지이다. 주최 측은 “이러한 갈급함에 대한 답을 오늘의 관점에서 모색하기 위해 언더우드 서거 100주년을 맞아 개최된 제9회 언더우드국제학술심포지엄은 한국 교회의 모교회인 새문안교회가 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에 좋은 각성의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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