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2일 미시간대 정치학과 마라 오트펠드 교수가 미국인 백인들을 대상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했다.
오트펠드 교수는 백인들에게 이민자들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를 읽게 했다. 첫번째 이야기는 이민자들이 버팔로 윙을 먹으면서 영어로 야구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민자들이 자기들 인종 식당에서 매운 염소 고기를 먹으며 자기 출신국 언어로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오트펠드 교수는 이 이야기를 읽은 백인들에게 이민 정책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민자들이 미국인처럼 행동하는 첫번째 이야기를 읽은 백인들은 이민자들과 이민정책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들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이민자를 더 늘려야 하며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장벽 건설하는 것을 덜 지지했다. 반면, 두번째 이야기를 읽은 백인들은 정반대의 답을 했다.
오프펠드 교수는 전형적인 미국식으로 행동하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민에 대한 미국인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평가했다.
오프펠트 교수의 이 실험은 미국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반이민정서의 진짜 이유가 이민자들이 미국사회에 동화하지 않으면서 미국을 바꿀지 모른다는 반사적인 거부감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스탠포드대 샨토 이엔가 교수는 “반이민 정서는 문화에 대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의 다른 생활방식, 다른 종교, 다른 언어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어두운 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모스크를 가는 것을 보며 위협을 느끼면서 이민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신문에서 분석했다.
미국에서 반이민정서는 특히, 공화당원들 가운데 높다.
지난해 4월 퓨리서치 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53%는 이민이 장기적으로 미국에 악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은 24%가 그렇다고 답했다.
공화당원 71%는 이민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미국 경제를 나쁘게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34%가 동일 대답).
이민자들이 미국사회에 동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 역시 공화당원들이 높았다. 공화당원 81%는 이민자들은 자기 출신국 전통과 문화를 고수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무소속은 66%, 민주당 55%가 동일한 대답을 해 이민자들이 미국사회에 동화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우려는 공화, 민주, 무소속 모두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었다.
공화당원74%는 이민자들이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영어를 배우지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45% 동일 대답). 그래서 공화당원 중 2/3는 이민을 줄여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은 33%가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원들의 이런 반이민 정서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 내 모든 불법체류자를 추방시키겠다는 도날드 트럼프를 부상시킨 주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선거유세장에서는 ‘영어는 1번을 누르라’(Press 1 for English)라는 구호가 외쳐진다. 영어를 모르고 스페인어만 쓰는 히스패닉들 때문에 미국사회에서는 전화를 하면 ‘영어는 1번, 스페인어 2번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런 현상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는 영어를 써야 한다며 이 구호를 외치고 반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연구단체인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이민자들의 미국사회 통합’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영어를 잘 배우고, 건강하며, 교육 수준이 높고 범죄율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사회에서 이민자하면 범죄를 일으키고 건강이 나빠 미국 공공건강제도에 부담이 되며 영어를 배우지 않고 자기 출신국 언어만 고집하는 이방인이라는 인식이 오해라는 것이 보고서의 조사 결과인 것이다.
이번 조사를 이끈 메리 워터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자들의 미국사회 통합의 힘이 강하다”며 “이민자들은 미국사회에 빠르고 광범위하게 잘 동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왜 많은 미국인들은 사실과 달리 반이민 정서를 갖고 있는 것일까?
워싱턴포스트는 자신들과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행동하는 외부인들을 의심하는 인간 본능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반이민정서는 미국 역사에서 뿌리가 깊다며 1751년 벤자민 프랭클린이 펜실베이니아에 정착하기 시작한 독일 이민자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쏟은 글을 신문은 소개했다.
“왜 영국인들이 세운 펜실베이니아가 외국인들의 식민지가 되어야 하는가. 그들은 이곳을 독일화할 만큼 많고 우리의 언어와 풍습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를 복잡하게 한다. 나는 이 나라가 이렇게 복잡해지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민자들을 위협으로 보는 미국인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전문가들은 이민자와 미국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인종 사회에서만 모여있지 말고 미국의 다른 이웃들과 좀더 어울리며 지역사회에 더욱 참여하고 봉사하고 영어를 배우고 배운 영어로 미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자신들이 미국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하는 눈에 띄는 움직임들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인들도 이민자들이 미국의 가치를 계승하며 미국의 발전에 기여해온 것들과 미국사회에 통합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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