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염산면 설도항 앞 기독교인 순교탑과 순교자 명단
전남 영광군 염산면 설도항 앞 기독교인 순교탑과 순교자 명단.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해 기독교인을 포함한 종교인들이 집단 희생당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박선영, 이하 진실화해위)는 15일 서울 중구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경기·강원 지역을 끝으로 종교인 희생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직권조사는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희생자 명부와 종교계 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진행됐으며, 기독교인 533명, 천주교인 64명, 대종교인 3명 등 총 600명의 희생자를 진실규명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기독교인이 전체의 약 89%에 달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분은 1950년 9월 이후 인민군이 후퇴하던 시기에 지방 좌익세력에 의해 생명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기독교인들은 단지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지식인, 유지, 민족운동가 등으로 활동한 점 때문에 집중적인 표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만 기독교인과 천주교인을 포함해 총 337명의 종교인이 희생된 사실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전남 영광 염산교회 집단 학살이 있다. 1950년 9월 말, 염산교회 교인들이 국군 환영대회를 개최한 후, 교회 전체 신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77명이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됐다. 진실화해위는 이 중 명확한 희생 기록과 증언이 확보된 54명을 진실규명 대상자로 확정했다. 피해자 다수는 염산면 봉남리 설도항 수문 앞에서 돌과 새끼줄로 결박당한 채 바닷물에 던져져 생매장됐다. 당시 김만호 장로와 박귀덕 권사의 네 딸도 함께 희생됐으며, 일부는 칼에 의해 목이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례는 전북 김제 만경교회 사건이다. 교회 청년들이 ‘반공혁명단’을 조직해 활동하다 적발돼 전주형무소에서 처형됐고, 목회자와 교인들은 만경분주소에 끌려가 우물 속에 집단 수장됐다. 진실화해위는 이들 중 9명의 희생 사실을 확인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당시 희생자들은 망치와 죽창 등에 맞은 후 무거운 돌로 눌려 우물에 빠졌으며, 좌익세력은 비명 소리를 감추기 위해 풍물과 노래를 크게 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도 지역에서도 기독교인 125명이 희생됐고, 경상도 지역에서는 12명, 서울·경기·강원지역에서는 92명의 기독교인 희생이 진실로 규명됐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지역 희생자 대부분은 납북 피해자로, 총 82명이 북한으로 끌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진실규명 발표를 통해 정부에 대해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사업 지원, 북한 정권의 공식 사과 요구, 피해 회복을 위한 입법 조치를 강력히 권고했다.

박선영 위원장은 “부활절 주간에 종교인 희생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교회와 사회 전체가 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고 기억하며, 용서와 화해의 미래로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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