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목사
이춘성 목사 ©유튜브 영상 캡쳐

이춘성 목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사무국장, 분당우리교회 협동목사)가 최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아줌마, 아저씨가 사라진 시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목사는 “요즘 화제가 된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3월 7일 공개된 16부작 ‘폭싹 속았수다’다. 나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제목만 듣고 사기꾼 이야기인가 했다.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라며 “그런데 알고 보니 제주 방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이란다. 이 말 한마디에 담긴 정서가 새삼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문학 소녀였던 애순, 그리고 개인의 성공을 꿈꾸던 청춘의 이상을 기꺼이 희생한 부모님들. 그분들을 향한 우리 세대의 늦은 감사 인사가 이 제목 속에 담겨 있다”고 했다.

이어 “드라마를 보다 보니, ‘나의 아저씨’ 속 아저씨가 이 작품에서는 아줌마로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며 “20대 후반에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어린 애순이의 곁을 지켜준 해녀 아줌마들. 죽은 아버지의 가족에게도, 새아버지의 가족에게도 딱히 마음 둘 곳이 없었던 애순이지만, 바닷물에 젖은 손으로 등을 토닥여 주고, 바람을 막아서서 감싸 안아준 건 동네 해녀 아줌마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혼하고 멀리 떠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애순이 소식은 들었나?” 서로 안부를 물으며, 그 아이를 챙겼다. 어쩌면 애순이는 부모를 잃었지만, 바닷속을 누비던 해녀 아줌마 공동체가 부모보다 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는지도 모른다”라며 “아직 드라마는 절반이나 남아 있지만, 앞으로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쯤에서 문득 우리 교회에는 그런 아저씨, 아줌마들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며 “천주교에서는 세례를 받을 때 대부와 대모를 둔다. 말 그대로 ‘아빠를 대신하는 분’ ‘엄마를 대신하는 분’이라는 뜻이다. 종교 개혁 이후 개신교에서는 이 제도를 유지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뉘었다. 성공회와 루터교는 여전히 대부(Godparents) 제도를 지키고 있지만, 장로교와 침례교를 비롯한 개혁파 교단들은 이를 두지 않는다. 성경에 없는 제도를 성례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했다.

그러나 “부모만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그 역할을 특정한 몇 사람이 맡는 게 아니라, 교회 전체가 ‘아저씨’와 ‘아줌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 안의 애순이와 지안이를 외롭게 두지 않고 보듬어 주는 것, 각자도생이 미덕과 윤리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교회가 세상의 등불과 소금,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이런 공동체라면, 개천으로 떨어지는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피난처로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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