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젠더불쾌증)는 어떻게 치료하는가? 치료라 함은 병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바꾸는 노력인데, 트랜스젠더에 대한 치료는, 동성애 치료의 경우처럼, 크게 상호 상반되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확인치료(affirmative therapy)와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이다.
현재 서구의 정신의학회나 심리학회는 동성애나 젠더정체성장애(젠더불쾌증)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회원들로 하여금 확인치료를 해주라고 권고하고 있다. 확인치료는 트랜스젠더를 정상으로 인정해주고, (전환치료를 원한다고 해도) 전환할 이유가 없다고 설득해 주고,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지키라고 지지해 줌으로 젠더 “불쾌증”을 치료해 주는 치료이다. 따라서 확인치료는 당연히 성전환 시술(사춘기차단, 반대성 호르몬치료, 성전환 수술)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성전환수술을 “젠더 확인 수술”(gender-affirming surgery)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무시하고 있는 사실은, 트랜스젠더는 자연적으로 시스젠더로 전환하기도 하며(젠더유동성이라 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 사춘기로 자라면서 대부분 시스젠더로 전환된다는 사실이다.
한편 전환치료는 트랜스젠더에서 시스젠더로 바꾸려는 치료이다. 그러나 학계나 LGBTQ+ 옹호자들은 전환치료를 “강제로” 하는 것이나 심지어 권고하는 것까지도 트랜스젠더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준다고 보기 때문에, 윤리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흔히 거론하는 이유가 전환치료를 받던 환자가 자살한 예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자살이 전환치료 때문인지, 기존에 숨겨져 있던 다른 정신장애 때문인지, 치료자의 실패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쨋든 요즘은 전환치료에 대한 비난이 거세어서, 전환치료란 말 대신, 젠더정체성변화노력(gender identity change efforts, GICEs)이라는 꽤 복잡한 명칭으로 표현한다. “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학계의 비난을 다소나마 피하려는 것이다.
성전환시술이 젠더불쾌증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인 치료라고 결론 내린 이후, 이는 결정적인 확인치료가 되었다. 이렇게 된 배후에는 소위 “정체성 정치” 이데올로기와 제약회사 등 의료산업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다른 칼럼에서 논의 예정)
한편 1990년대에 문헌을 검토한 결과, 과연 확인시술이 합당하지에 대한 의문이 속속 출판되었다. 즉 젠더정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 GID)의 개념 뿐 아니라 성전환수술의 추적 연구 등등이 검토되었다. 특히 성전환수술이 젠더불쾌증은 물론 성행위와 섹슈얼리티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후회 등에 대해 연구되었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지적으로 “informed consent”(설명후 허락)에 서명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ijs 등(2007)은, 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경험적으로 평가한 결과, 많은 연구들의 “방법론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젠더확인 성전환수술이 성전환증에 효과적인 치료이며 유일한 치료라고 결론지었다.
최종적으로 Turban 등(2020)은, the 2015 U.S. Transgender Survey(USTS)의 자료에 근거하여, GICEs 치료가 트랜스젠더 개인의 정신건강을 해치며, 그래서 젠더정체성장애를 가진 소아,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에게 이 치료를 시행하면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유행에 따라, 트랜스젠더에 대한 전환치료(gender identity change effort)가 해롭다는 연구가 있다. 즉 Lee 등(2011)은 566명의 트랜스젠더의 정신건강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연구방법의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GICEs를 받은 트랜스젠더는 사람은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불안, 자살생각, 자살시도, 자해 등이 더 많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재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21년 D'Angelo 등(2021)은 상기한 Turban 등(2020)의 연구를 비판하였다. 우선 cross-sectional design이라는 연구디자인의 태생적 결함인데, 이 방법으로는 무엇이 원인이며 무엇이 결과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편향된 연구대상자 선택, 대조군 없음, 타당성과 신뢰성이 부족한 질문, 등등에 대해서 비판하였다. 특히 GICEs가 고통을 준다는 증거를 발견하였다고 하지만, 실제 발견한 것은 GICE를 받았었다고 보고하는 사람들이 (이미) 더 심한 정신장애로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의 Lee등의 연구도 꼭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즉 한국의 nationwide cross-sectional survey를 통해 조사했다는 것인데, 이로서는 GICEs가 트랜스젠더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더 나빠지게 만든 원인인지를 알 수 없다. 대상 모집시 어떤 목적임을 알리면서 광고했는지도 결과에 영향을 주는데, 이에 대해 알 수 없다. 또한 온라인 조사가 정확한 조사방법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연구대상 모집이 무작위적이 아니어서, 대표성이 없다. 또 탈락자가 너무 많다. 즉 995명으로 시작 헀지만, 최종 566명이 참가함으로 43% 이상이 탈락하여, 신뢰성이 떨어진다. GICEs는 평생(lifetime)에 받았다는데, 언제 받았는지, 치료가 얼마나 진지했는지, 한번 두 번에 그쳤는지, 얼마나 긴 기간동안 치료받았는지, 알 수 없다. 심리학자 상담가, health care provider, 또는 종교지도자라는 “전문가들”에게 GICEs 치료를 받았다고 했는데, 그들이 어떤 수준인지, 실제로 받은 GICEs가 과연 어떤 내용인지 등등을 알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연구 질문, 즉 지난 한주간 우울증이 70.1%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과거 GICEs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또한 이미 지난 1년동안 우울증 57.1%, 공황장애 24.6%가 있어, 의학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았고, 또 자살 생각 62.9%, 자살시도 19.4%, 자해 37.3%에서 있었다는데, 이런 문제들이, 과연 언제 받았는지 알 수 없는 GICEs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이미 그전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있어 그 때문에 GICEs를 시도했는지도 알 수 없다. 즉 Lee 등의 연구는 핵심적 연구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환치료를 거부하고 확인치료를 옹호하는 연구들이 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전환치료가 해롭다는 Turban 등의 논문이 유명 학술지 JAMA Psychiatry에 출판되었고,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졌고, 미국의 각 주에서 GICE를 금지하는 법의 제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으며, UN을 통해 (United Nations, 2020) “세계화” 되었다.
D'Angelo 등 연구자들은 GICEs의 타당성을 폄하하고 확인치료를 옹호하는 Turban 등의 연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편지(a Letter to the Editor)를 JAMA Psychiatry에 보냈으나, 그 편지는 지면의 제한이라는 이유로 출판이 거부되었다.
그러나 전환치료의 효과에 대해 지지하는 소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며, 법적으로 금하려는 활동이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저자는 정신치료자는 (counselor 포함) 소정의 대학원과정을 이수하면서 수퍼바이저에게서 수련을 받고 관련 학회에서 시험을 쳐서 자격을 획득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이런 정신치료자는 전환을 원하는 트랜스젠더에게 과연 어떤 치료를 베풀까.
GICEs를 반대하는 학계의 처사들은, 복잡한 젠더정체성 문제에 대해 도우려는 진지한 정신치료자들이 의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며, 수준 높은 정신건강 케어를 받으려는 환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민성길(연세카리스가족연구소)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성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