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가 10일 중앙대 대학교회에서 ‘무엇 때문입니까’(요 9:1~5, 눅 13:1~5)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서 박사는 “요한복음 9장에는 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거지의 곁을 지나가던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가 겪는 불행이 누구의 죄로 인함인지 묻는다”며 “누가복음 13장에는 총독 빌라도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갈릴리 사람들,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죽은 사람들이 왜 그런 참혹한 불행을 당하는지 예수님께 묻는다”고 했다.
이어 “예수님 당시뿐 아니라 오늘도 우리 주위에 장애인들도 많고 큰 병에 걸려 고통당하거나 불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오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특히 신앙 생활 잘하고 누가 보아도 복을 받을 사람인데 이런 불행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 ‘무엇 때문입니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이러한 불행이 죄값으로 온다고 생각한다. 인류 시조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께 불순종한 이후, 인류는 죄의 결과로 고통과 죽음을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창 3:19)”이라며 “그런데 예수님은 사람이 겪는 불행이나 고통이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하신다. 또 회개하지 않으면 그들과 같이 망하리라고 경고하신다”고 했다.
그는 “헬렌 켈러는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고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았지만, 신앙을 바탕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며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0월 20일 성수대교 상판 50여m가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다리를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6대가 한강으로 추락한 사건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 중에는 스무 살이던 이승영씨가 있었다. 당시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3학년. 강북의 초등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간 지 닷새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은 한동한 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깊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 유품을 정리하던 어머니 김영순(74·당시 44세)씨는 승영씨가 남긴 일기장을 발견했다. ‘내가 일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이라며 14가지 소원을 적어 놓은 것”이라며 “‘100명 이상에게 전도한다. 장학금 제도를 만든다. 강원도에 이동 도서관을 만든다. 한 명 이상 입양한다. 단기 선교사로 떠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뭔가를 한다….’ 어머니는 딸의 시신을 고려대 의대에 기증하고 사고보상금 으로 받은 2억 5천만 원 전액을 교회에 헌금하여 승영장학회를 만들었다. 어머니와 동생은 그때부터 승영씨의 14가지 소원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일기장에 적힌 ‘한 명 이상 입양한다’는 소원은 동생이, ‘단기 선교사로 떠난다’는 소원은 어머니가 실천했고 30년이 지난 현재 14가지 대부분 실현되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리고 “조선일보 주말특집에 실린 승영씨의 동생 이상엽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그가 겪은 불행은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너무나 깊이 다가왔다”고 했다.
서 박사는 “이 세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모순과 고난과 불행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불행의 원인이 무엇인지, 선하신 하나님이 세상을 주권섭리 하신다면 왜 원하지 않는 불행이 우리에게 다가오는지를 자주 묻게 된다”며 “그래서 예수의 제자들도 나면서 맹인된 자, 그래서 끝없이 고통을 당하고, 멸시당하고,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불행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예수님은 고난과 불행의 원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아니하시고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라’고 답하셨다. ‘무엇 때문’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를 말씀하신다”고 했다.
이어 “그 사람이 맹인으로 난 원인은 모르지만 그 사람의 눈을 밝게 함으로써 그를 통해서 예수님이 이 세상의 빛이시며 주님을 통해서만 어두움에서 빛으로, 사탄의 세력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신 것”이라며 “그는 비록 불행하게 태어나고 살았지만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는 빛 되신 예수님을 보여주는, ‘보냄을 받은 자’가 되었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난과 불행의 원인에 대해서 하나님은 끝내 침묵하실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의 모순과 비극은 하나님이 우리를 향하신 새로운 섭리의 재료가 됨을 믿는다”며 “그래서 절망하지 않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을 발견한다. 이것이 세상을 이기는 믿음의 힘이다.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불행한 일들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나타나는 축복으로 승화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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