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요한복음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 중 한 사람인 저자 외르크 프라이(Jög Frey)는 요한복음을 신약성서 신학의 정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요한복음이 ‘더 높은’ 수준의 신학 발전을 담고 있는 문헌이라는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신약성서를 이루는 문헌들 안에 흐르는 다양한 신학 전통 중에서도 독특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후대의 신학 논의와 그리스도교 교리 형성에, 어떤 면에서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 복음서는 신약성서 신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요한복음의 구조와 내용, 문체, 저자 및 저작 환경 등 요한복음을 진지하게 읽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문제를 다루며 19세기와 20세기의 학자들이 요한복음을 어떻게 연구해 왔는지에 대한 간략한 역사와 함께 최신 연구 동향을 소개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요한복음의 예수는 공관복음에 나타난 예수와는 분명 다르게 말한다. 공관복음에서 예수는 주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혹은 갈등 상황에서 짧은 말이나 비유를 전한다. 반면,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반복되는 구조, 나선형의 사고 구조를 갖춘 긴 담화를 전한다. 그리고 짤막한 비유가 아니라 ‘생명의 빵’(6장), ‘선한 목자’(10장), ‘참 포도나무’(15장)에 관한 담화들에서 엿볼 수 있듯 긴 비유를 쓴다. 공관복음의 경우 예수가 한 말 중 일부에서 아람어 원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만, 요한복음에서 예수가 하는 말에서는 그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복음서에서 예수는 단순하지만 정확한 그리스어를 구사하며, 번역된 그리스어가 아닌 부드럽고 독창적인 표현을 쓴다. 이는 다른 모든 신약성서 문헌의 문체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요한복음의 경우에는 예수뿐만 아니라 세례 요한과 같은 다른 인물들도 이런 언어를 쓴다는 점이다. 복음서의 화자도 같은 투로 말하며 요한의 첫째 편지(요한1서) 역시 이와 유사한 언어를 구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요한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언어는 요한복음을 저술한 사람 및 주변 사람들의 언어, 즉 저자와 그가 속한 공동체의 언어이며 지상에 있을 때 예수가 쓴 언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다른 복음서 전승을 통해서는 예수가 실제로 한 말을 부분적으로나마 재구성할 수 있다. 그가 실제로 한 말은 번역의 과정을 거쳤을 뿐 아니라 더 깊은 변형 과정을 거쳤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요한복음 속 예수의 말은 지상에서 예수가 실제로 한 말로 분류하기 힘들다. 대신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말은 부활 이후 예수의 삶을 회고하는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형태로 구성되었으며, 요한복음의 저자 또는 그가 속한 공동체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한의 관심은 예수가 실제로 높임을 받고, 영광을 받은 부활 이후 현실에 있다. 여기서 예수가 높임을 받은 일은 단지 십자가 나무 기둥 위로 들어 올려진 일만을 뜻하지 않으며, 하나님 곁으로 가서 높임을 받고 하나님의 영광을 받은 일까지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예수가 영광을 받은 일은 단지 죽은 자들로부터 부활한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구원의 기초를 이루며, 죽음과 부활 이후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추종자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성서, 정확히는 이사야서에 등장한 표현들을 통해 요한은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그 참된 의미가 새롭게 드러난다고, 부활 후 예수의 제자들이 어떻게 성령과 성서의 증언을 받았는지, 이들을 통해 예수의 운명을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여겼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요한이 어떻게 예수의 죽음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갖게 되었는지, 그 관점을 표현하며 쓴 용어들을 어디서 끌어왔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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