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 더 강조된다는 주장 동의 못 해
복음전도와 사회책임, 분리될 수 없는 것
로잔운동이 동성애에 침묵? 오해한 것
전 누구보다 동성애 반대, 지켜봐 주시길
대회 통해 선교적 한국교회로 변화됐으면

이재훈 목사
온누리교회 담임으로 제4차 로잔대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훈 목사는 최근 ‘로잔운동’과 관련한 교계 일각의 부정적 주장과 우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진영 기자

제4차 로잔대회가 오는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제1차 대회는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제2차 대회는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3차 대회는 2010년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각각 열렸다. 이번 제4차 대회는 직전 대회 후 14년 만이고, 첫 대회 후론 50년 만이다. 50년은 성경에서 ‘희년’을 의미한다.

제4차 대회를 약 한 달가량 앞두고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재훈 목사(한국로잔 이사장)를, 그가 담임하고 있는 온누리교회에서 만났다. 이 목사는 지난 약 4년 동안 이 대회를 준비해 왔다고 한다. 그는 이번 로잔대회가 한국교회 변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로잔운동’과 관련한 교계 일각의 부정적 주장과 우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아래는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

-제4차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계기는?

“우리가 먼저 하겠다고 했던 건 아니다. 로잔운동 국제본부의 제안과 요청이 있었다. 처음엔 두 번 정도 사양했었다. 다른 나라에서 개최하면 우리가 도울 수 있다는 정도의 뜻만 전달했다. 그러나 50주년 로잔대회를 치를만한 교회들이 있는 곳이 한국 외에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요청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 준비에 있어서 과거 세 번의 대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세 번의 로잔대회는 국제본부 주도로 치러졌다. 각각 스위스와 필리핀, 남아프리카에서 열렸지만 대회 비용 등에서 호스트 국가가 부담하는 정도가 적었다. 그러나 제4차 대회는 호스트 국가인 한국이 준비에 적극 참여하는 첫 대회라 할 수 있다. 제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는데 이전에는 이런 직책이 없었다. OMF(Oversea Mission Fellowship) 전 총재인 패트릭 펑(Patrick Fung) 선교사가 이번 대회 프로그램 의장을 맡고 있는데, 제가 추천했다. 이처럼 이번 대회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교 리더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대회 내용적인 면에서는 어떤 준비가 있었나?

“전 세계를 12개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선교 상황을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조사했다. 예수님의 ‘지상대명령’(Great Commission)이 이 땅에서 과연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선교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한 것이다. 이 ‘글로벌 리스닝 콜’(Global Listening Call) 과정을 통해 전세계 복음주의 사역자들의 의견을 경청해 정리하고, 150여 명의 선교 전문가들이 영역별로 ‘지상명령현황보고서’(the state of Great Commission)를 만들었다. 로잔대회에 참여하는 이들이 이렇게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읽고 회의에 참여하게 된다는 면에서 중요한 준비과정이 있었다.”

-로잔운동의 특징 중 하나가 ‘복음전도’와 함께 ‘사회책임’을 강조한 것인데, 대회를 거듭할수록 복음전도보다 사회책임이 더 강조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는 근거를 제시했으면 좋겠다. 저는 로잔운동에서 사회책임이 더 강조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로잔의 모든 문서에서 복음전도라는 말이 사회책임보다 더 많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책임이 복음전도에 우선할 수 없다는 표현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로잔대회는 선교에 대한 문서운동으로도 볼 수 있다. 신학적 토론의 결과를 문서로 남기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 번의 대회를 통해 로잔언약, 마닐라 선언, 케이프타운 서약이 도출됐고, 이 문서들은 모두 연속선상에 있다. 다시 말해 어느 한 문서만 가지고 로잔운동을 규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모든 문서를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로잔운동이 사회책임을 더 강조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사회책임’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훈 목사
이재훈 목사는 “복음은 총체적인 것”이라며 “복음전도와 사회책임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복음은 총체적인 것이다. 복음전도와 사회책임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건 잘못된 접근이다. 2차 세계대전은 기독교 나라인 독일이 일으켰고, 역시 기독교 나라인 영국 등과 싸웠다. 그렇게 전쟁으로 유럽이 초토화 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교회가 많은 나라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복음이 삶으로 드러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유럽을 다시 일으키는 데 크게 공헌한 게 바로 미국의 선교단체인 YFC다. 밥 피어스 월드비전 창립자와 빌리 그래함 목사가 모두 이 단체 출신이다. 그들은 유럽에서 구호사역을 펼치며 배가 고픈 이들에게 먼저 빵을 주었다. 복음의 정신으로 긍휼을 베푼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임은 복음전도와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로잔이 강조하는 이른바 ‘총체적 선교’와 WCC(세계교회협의회) 등 에큐메니칼 진영의 ‘통전적 선교’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로잔이 이런 용어를 쓴다고 해서 그것을 WCC의 선교 개념과 유사하다고 보는 건 로잔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것이다. 로잔은 WCC가 선교의 목적을 이른바 ‘인간화’로 보는 것에 반대해 일어난 운동이다. 다만 그리스도인으로서 긍휼을 베풀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했던 것을 회개하고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자는 게 바로 로잔이 강조하는 온전한 복음이다.”

-로잔운동이 동성애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구를 중심으로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이 2011년부터다. 2011년 브라질, 2012년 스페인, 2015년 미국 순으로 퍼지면서 확대됐다. 그러나 로잔운동은 전세계 각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입법활동까지 감시하며 그것을 제지할 수 있는 조직력이 있지 않다. 12개 지역으로 구분된 지역리더들까지 있을 뿐이다. 2010년 3차 대회까지는 동성애 흐름은 있었지만 합법화되는 일은 없었기에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이 부분을 ‘로잔운동이 침묵했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동성애가 창궐하게 되고 동성혼이 합법화되었다’고 말하면 역사적 시점과 상황을 오해한 것이고 로잔운동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다. 막강한 경제·군사 제한권을 가진 유엔이 있어도 전쟁이 계속 일어나지 않는가. 3차 대회 이후 일어난 동성혼 합법화 흐름에 대하서는 이번 4차 대회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4차 대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뤄지는지 말해줄 수 있나?

“지켜봐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 주변에도 동성애 문제에 대해 제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를 좀 믿어 달라’고 말씀드린다. 저는 누구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이다. 지난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을 때 국회 앞에 나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 제가 이번 제4차 로잔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대회 전이라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 문제에 대한 명백한 입장이 나올 것이다. 한국에서 로잔대회가 열리는 게 어쩌면 한국교회에 시대적 소명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4차 로잔대회에서 ‘서울선언문’이 나온다. 이 선언문 작성위원으로 한국에선 누가 참여했나?

“제4차 로잔대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선교학을 가르치시는 최형근 교수님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의 스티브 장 교수님이다.”

-대회 참가비가 다소 비싼 것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참가비는 적게는 3백 달러(약 40만 원)에서, 많게는 2천 달러(약 266만 원)까지 책정돼 있다. 이전 대회에선 1천 달러(약 133만 원) 안팎으로 일괄적이었지만, 이번엔 참가자별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차등을 두었다. 형편이 정말 어려운 이들에겐 장학금도 준다. 참가비는 대회 준비와 운영에 거의 대부분 쓰인다. 물론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대회 규모 등을 고려해 정한 것이다.”

-대회 장소가 인천 송도컨벤시아다. 교회가 아닌 이유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해보신 분들은 아마 이해할 것이다. 교회에서 하기는 어렵다. 로잔대회 참석자들이 그저 앉아서 예배만 드리지 않는다. 소그룹으로 흩어져 회의하는 시간도 많고, 그밖에 다양한 행사들이 있다. 교회보다 컨벤션센터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대회가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다. 소감이 어떤가?

이재훈 목사
이재훈 목사는 “지난 약 4년 동안 이 대회를 준비해 왔다”며 “여러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잘 준비해온 만큼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지난 약 4년 동안 이 대회를 준비해 왔다. 여러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잘 준비해온 만큼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로잔에 대해 ‘종교통합 운동이다’, ‘WCC 계열이다’ 등으로 이야기 하는 건 정말 이해가 안된다.”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오늘날 기독교는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그 중심이 이동되고 있다. 이 때 한국교회가 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세계 기독교를 이끌어 주었으면 한다. 그러자면 우선 마음을 열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4차 로잔대회는 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교회가 진정 선교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로잔운동에는 전 세계에서 선교에 헌신하는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그들과 함께 대회를 치름으로써, 보다 더 선교에 헌신하게 되길 바란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재훈 #로잔 #로잔대회 #로잔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