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반(反)이민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면서 극도의 혼란상태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정부와 언론은 이를 ‘극우 증오’로 규정했으나 해묵은 반 이민-이슬람 갈등이 폭발한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번 폭동 사태는 지난달 29일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의 사우스포트의 한 어린이 댄스교실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이 발단이 됐다. 목숨을 잃은 세 명의 소녀를 추모하는 행사 직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범인이 영국에 이민 신청한 무슬림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폭력 시위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흉기 사건이 벌어진 후 경찰은 17세 소년을 용의자로 특정해 아동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경찰이 정확한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게 도리어 화를 불렀다. BBC 등이 용의자를 르완다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라고 보도하면서 이민자에 대해 증오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영국 각 지역에서 연이어 집단 폭력시위가 벌어지게 된 것이 처음부터 범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유포된 것이 원인이란 걸 부인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배후에 특정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국 정부와 언론은 이번 사태가 반 이슬람, 반 이민을 주도하는 극우 세력이 주도한 폭동이란 걸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폭동의 원인을 ‘극우 증오’라며 “이번 시위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폭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모인 극우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밝힌 것이 결정적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걸 ‘극우세력의 준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그 배경이 간단하지 않다.

영국 각지에서 벌어진 폭력시위에 가면을 쓴 남성들이 반 이민 구호를 외치며 경찰차를 불태우는 등 과격 폭력을 주도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이들이 난민 수용시설과 모스크를 집중 공격 대상으로 정한 것에서 극우적 성향의 단면이 드러난다.

다수의 언론과 전문가들도 이들이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이용해 지역 사회의 긴장을 고조하고 이민에 대한 분노를 조장함으로써 이슬람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반 이민-이슬람 정서가 폭동으로까지 번지고 된 그 배경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다. 종교적 갈등이든 먹고사는 문제든 폭력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들면 더 깊은 갈등에 직면하게 될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왜 이런 극우적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는지, 왜 영국의 여러 도시에서 이런 폭동이 벌어지고 있는지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고 현상만을 쫒으면 이번 사태를 진단하기 어렵다.

당장 이번 폭동 사태를 촉발한 어린이 흉기 살해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 출신도 아니고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영국인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폭력 시위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영국은 최근 경제가 추락하면서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거듭된 경제난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떨어진 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일 거란 해석이다.

영국 정부는 저출산 해결과 노동력 확보를 위해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대거 이민을 받았다. 최근엔 중동과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내전이 발생하면서 난민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들 상당수가 무슬림이란 사실이다. 이들이 가구마다 많게는 6~7명씩 낳으면서 어느 도시든 이슬람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종교적으로 세력화를 형성하고 있는 게 영국 사회가 처한 현 주소다.

문제는 영국이 지난 2010년 차별철폐를 위한 여러 개의 개별적 법률과 규정을 통합해 ‘평등법’을 제정하면서 동성애와 낙태를 허용하고, 여기에 더해 무슬림에 대한 종교적 보호조치를 강화된 점이다. 기독교 국가인 영국이 무슬림 인구 400만 명에 1500개의 모스크를 가진 나라가 된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

영국은 20세기까지 유럽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나라였다. 그 바탕에 기독교 정신이 있었고 사회 곳곳에 기독교 문화가 뿌리내린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영국은 기독교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종교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시행 이후 사실상 기독교의 옷을 벗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폭동과 갈등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도 인구 절벽 문제를 이민으로 해결하려 시도하고 있고, 무슬림에게 각종 혜택을 줘서 중동의 이슬람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영국과 같은 극도의 혼란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이슬람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 일 난다는 걸 영국 폭동사태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