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미국 유학을 떠난 첫해, 먼저 도착한 곳은 LA였다. 내가 살던 지역 가까운 곳에 미국에서 유명한 대형 교회가 하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국교회에도 많이 알려진 ‘척 스미스 목사’(Chuck Smith)님이 담임하는 ‘갈보리 교회’(Calvary Church)였다. 말로만 듣던 교회가 가까이 있으니 신기하기만 했다.
척 스미스 목사님에 관한 일화가 많다. 그중 잊을 수 없는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분이 교회를 처음 개척할 때 수백 불의 빚을 지게 되었다.
당시 수백 불은 개척 교회 목사에게는 큰 짐이었다. 그는 빚의 목록을 앞에 놓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하면서도 믿음 없이 기도할 때가 많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기도가 끝나자마자 절친인 부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부자 친구는 척 스미스에게 약간의 돈을 부칠 테니 필요한 곳에 쓰라고 말했다. 친구가 약속한 금액은 교회의 빚보다 조금 더 많은 액수였다.
얼마나 기뻤겠는가? 척 스미스 목사는 너무 기쁜 나머지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부인을 끌어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때 그 기분을 우리 또한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그때 그의 마음속에 선명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스미스야, 네가 왜 덩실덩실 춤을 추느냐?’ 그 음성에 척 스미스는 이렇게 답했다. ‘예, 부자 친구가 기도 응답으로 돈을 보낸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춤을 춥니다.’
그때 문득 머릿속을 스쳐 가는 음성이 ‘지금 돈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고, 척 스미스는 ‘이 친구는 부자이고 신실하니, 약속한 돈을 꼭 보낼 줄 저는 믿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나님이 그에게 다시 물으셨다. ‘그렇다면 ’내가 너와 함께하고, 너를 도와주고 인도할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믿고 감사해 보았느냐,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해 보았느냐?’ 그 물음에 척 스미스는 충격을 받았다.
돈 많은 부자 친구가 빚을 갚아준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기쁨에 겨워 춤을 추었는데, 천지를 창조하시고 우주 만물의 주인이 되신 하나님의 약속에는 신뢰가 부족해서 근심과 의심의 자세로 기도할 때가 많은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은 나 역시도 하나님 앞에서 무한 송구함을 가져보았다. 아울러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놓치고 살았던 중요한 문제점 하나를 깨우치게 됨을 깊이 감사했다.
우리는 사람과 관련된 문제들 중, 가능성 있는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신뢰를 갖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에는 신뢰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하나님과 관련해서는 사람들과 관련했을 때보다 더 신뢰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라 하면서도 그분이 기뻐하시는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만큼 하나님과의 거리가 멀다는 것이고, 하나님을 추상적이고 피상적으로 믿는다는 것이다.
부자 친구가 빚을 갚아준다는 전화를 받고 기뻐서 춤을 추기 전에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갚아주실 것을 믿고 기도하면서 춤을 춰야 한다.
성경은 “여호와는 내 편이 되사 나를 돕는 자 중에 계시니 그러므로 나를 미워하는 자에게 보응하시는 것을 내가 보리로다 여호와께 피함이 사람을 신뢰함보다 나으며 여호와께 피함이 방백들을 신뢰함보다 낫도다”(시118:7-9)라고 말씀하고 있다.
세상 권력이나 재물을 의지하기보다 여호와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함이 낫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살자. 그냥 나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 하나님이 족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신뢰의 대상임을 믿고 날마다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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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