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전년도 대비 7.7% 감소한 23만 명으로 기록됐다. 같은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들 가운데 한국은 출산율 최하위이자 유일한 출산율 0점대 국가(출산율 0.78명)로 기록됐다. 당해 OECD 회원국 전체 평균 출산율은 1.51명이다.
정부와 개신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단체들이 저출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2024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컨퍼런스’가 2일 포시즌스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보건복지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한국교회총연합회, 한국천주교회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공동 주관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는 이날 기조강연을 전했다. 그는 “70년대 100만여 명이었던 신생아 숫자가 50년 만인 23년도엔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1952년도엔 출생아가 10만 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엔 돌봄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공동책임이라며 공동육아를 위한 제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며 “부모수당을 소득대체율 65-100%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양육지원에서 일·가정 양립 중심으로 정책 전환을 했다. 그 결과 출산율은 95년도 1.2명에서 23년도 1.52명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과도한 경제성장 결과 개인주의·경쟁주의 등이 정착되면서 정작 중요한 가정·공동체·생명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며 “그것이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으로 번진 것”이라고 했다.
저출산위는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결혼·출산·양육 분야로 나눠 저출산 극복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일·가정 양립은 ①단기 육아휴직 도입 ②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 ③아빠 출산휴가 기간 및 분할 횟수 확대 등, 교육·돌봄은 ①0-5세 단계적 무상보육 ②늘봄 프로그램 단계적 무상 운영 ③틈새 돌봄 등, 결혼·출산·양육은 ①신생아특례대출 소득기준 사실상 한시 폐지 ②신혼·출산·다자녀가구 주택공급 확대 ③분양주택 청약요건 완화 등의 정책을 내놨다. 이를 통해 출산·양육 등에 대한 사회공동체적 책임을 강화하면서 2030년까지 출산율 1명대로 회복할 것을 강조했다.
주 부위원장은 “위 정책은 출산율 회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충분조건은 가정·생명·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산위는 아이가 행복이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침전시키고자 생명·가족·공동체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범국민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여기에 종교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도움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날 종교계의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는 2012년부터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총 54억 원을 신생아를 낳은 부부들에게 지급했다고 전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투입한 총비용은 780여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청년 부서 내 커플 매칭을 장려하고, 결혼 예비 학교를 설립해 교육을 진행하는 등 청년 세대들에게 결혼과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2005년부터 임신부와 태아 축복식 및 태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당과 공동체가 기쁘게 환대하는 문화를 확산시켰다고 한다. 청년·임신부·예비 부부 등을 상대로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2100여 회 진행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만 22세 이하 미혼모 350명을 상대로 월 50만 원씩 2년간 지원하는 제도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단체는 “낙태 근절 등 장기적으로 가정과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녀 6명을 둔 개신교인인 가수 박지헌 씨는 “빠르게 만나고 헤어지는 추세 속에서 저는 오랜 시간 아내를 만나 사랑을 쌓아가고 있다”며 “중3 때부터 처음 아내를 만나 20대 결혼해서 29살에 첫 아이를 낳았다. 지금까지 6명을 낳아 기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내는 지금까지 자녀 6명을 낳은 것이 인생에서 제일로 잘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좋은 것을 가졌다고 한들, 주차장에서 내려 가정으로 빨리 뛰어가는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큰 아쉬움을 느낄 것”이라며 “내 주변엔 결혼하지 않는 친구가 2명이 있다. 좋음·나쁨이라는 가치 판단을 떠나 그들의 삶이 무질서해 보였다. 그러나 저는 아이로 인해 질서 있는 삶으로 편입할 수 있었다. 아이는 질서 있는 삶의 명분”이라고 했다.
앞서 종교계와 정관계 인사들이 축사를 전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 이영훈 목사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생 문제는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정부와 사회 각 계층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여러분의 관심과 헌신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는 “국가적 최대 과제인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어 준 개신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및 보건복지부와 저출산위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저출생은 국가소멸의 문제로 이어질 만큼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4월 출생한 신생아 숫자가 전년도 동기 대비 2.8% 늘었다는 희소식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출산 장려 운동이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대되도록 종교단체가 중심에 서달라”고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좋은 정책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죄송하다.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 최대 현안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출생 위기 극복에 힘을 모을 때”라고 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지원과 사회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며 “정책지원은 정부가, 사회 인식 제고는 종교계가 앞서야 해결된다”고 했다.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컨퍼런스 참석자 일동은 이날 이영훈 목사가 대표로 발표한 초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선언문에서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며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며 “초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위기 속에 다음세대를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한 마음과 한 뜻으로 비전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첫째, 한국 사회의 결혼 및 출산, 양육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적극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며 “둘째, 한국 사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돌봄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실천적 모델들을 적극 발굴하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연구하고 알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셋째, 한국 사회의 종교계, 정계, 학계 및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더 나은 출생 지원 및 돌봄 그리고 출생 관련 정책들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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