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권리를 탄압하는 탈레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엔이 탈레반과 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해 인권단체와 페미니스트들이 이를 비난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탈레반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군 철수 명령을 내린 후 아프간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테러리스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이슬람 샤리아법을 시행했다. 탈레반은 통제권을 되찾은 후 여성의 대학 교육, NGO 활동을 금지했으며, 엄격한 요구 사항에 따라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오는 6월 30일과 7월 1일(이하 현지시간) 도하에서 열리는 유엔 주도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유엔의 세 번째 회의이며, 20개국 특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레반은 공식적으로 아프간 정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회의에 관리들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탈레반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아프간 여성들이 자리하지 않을 예정이며 아프간 여성의 권리에 관한 논의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 티라나 하산(Tirana Hassan)은 유엔이 탈레반을 쉽게 묵인했다면서 비판했다.
하산 사무총장은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탈레반의 학대를 합법화하고 여성의 권리와 여성의 의미 있는 참여를 옹호하는 유엔의 신뢰도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HRW 여성권리국 연구원인 사하르 페트라(Sahar Fetrat)는 최근 아프간 여성들이 탈레반으로부터 받는 학대를 강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엔의 대응이 부족하다면서 도하 회의를 “2021년 탈레반이 권력을 되찾은 이후 유엔의 새로운 최저치”라고 말했다.
페트라 연구원은 “도하 회의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유엔은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배반하는 매우 해로운 선례를 세우게 될 것”이라며 “탈레반을 달래기 위한 부끄러운 노력으로 인권과 여성의 참여를 옹호할 의무를 포기함으로써 유엔은 신뢰성에 영구적인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 여성부 장관 시마 사마르(Sima Samar)는 “유엔이 이런 식으로 탈레반을 회의에 초청함으로 탈레반에 굴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마르 장관은 “이번 상황은 탈레반의 의지에 간접적으로 굴복한 것이다. 법,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평화는 사회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포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과거의 실수로부터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아프간 국민들이 차별, 특히 여성에 대한 차별에 항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가족, 모든 아버지, 형제, 자녀, 남편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자 오툰바예바 유엔 특사는 도하에서 열리는 회의에 대해 “이번 회의는 민간 기업, 은행, 마약을 포함한 오늘날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오툰바예바 특사는 탈레반에 “회의에는 여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사업에 대한 접근권도 제공해야 한다”고 알리겠다고 했다. 그녀는 “회의 참석자들은 아프간 국민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에 동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탈레반 지도자 물라 히바툴라 아쿤자다(Mullah Hibatullah Akhundzada)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탈레반이 간음한 여성들을 공개적으로 돌로 쳐 죽여 처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탈레반 지도자는 또한 과격 이슬람 단체가 알라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반면 서방 관리들은 악마에 속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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