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의 새해 첫 달을 복음의 열정으로 뜨겁게 녹이는 현장이 있다. 지난 13일 논산 연무대교회에서 열린 2024년 새해 첫 세례식에서 훈련병 1,003명이 예수를 영접하고 거듭났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내 미스바광장에 모여 기도에 매진해 온 재학생들이 겨울 방학도 잊은 채 뜨거운 기도의 열기를 이어갔다.
논산 육군 훈련소 연무대교회는 청년 선교의 전초기지로 유명한 곳이다. 매년 이곳에서 군종목사를 파송한 10개 교단이 주관하는 훈련병 연합세례식이 진행돼 199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618차례 열려 총 177만 8,796명이 세례를 받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지난 2012년 합동 세례식은 훈련병 9,519명이 동시에 한자리에서 세례를 받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올해 세례식이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건 연무대 군인교회가 설립된 지 70주년을 맞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합동·백석·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과 임원들이 참석해 직접 세례를 집례하고 축하해줬다는 점이다.
이날 ‘군생활의 3대 연단’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의식 예장 통합 총회장은 “흔히 우리는 군 생활을 인생에서 허비하는 시간으로 여기지만, 인생에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며 “신체적 훈련과 정신적 단련, 영적 연단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는 축복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세례식에 참석한 장병들은 세례서약 질문에 “아멘”으로 화답하며,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고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것을 서약했다. 최장식 육군훈련소장은 “세례를 받아 하나님의 제자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새해 모든 장병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길 소망한다. 연무대군인교회 창립 70주년을 축하하며 훈련병들을 위한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격려했다.
훈련병 세례식은 전국복음화와 전군신자화를 목표로 3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군에 입대한 수많은 청년이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사회에 나가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별 생각없이 세례식에 참여한 후 세례를 받고도 기독교 신자라는 의식 없이 생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군 세례식이 ‘복음의 낭비’라는 논란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선 한국교회가 좀 더 세심한 사후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군 복무 중에는 군종목사가 이들이 신앙 안에서 믿음이 뿌리내리도록 권고하고 지도하지만 제대 후에 사회에 나와 예전 생활도 되돌아가는 게 문제다. 이들을 지역교회에 연결하는 노력과 함께 연계시스템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장로회신학대 학생들은 매주 화~금요일 정오에 교내 미스바 광장에 모여 기도회를 가져왔다. 이는 지난해 3월, 평양에서부터 이어오고 있는 전통인 사경회를 앞두고 기도하면서부터다. 기도로 준비한 사경회에 하나님의 놀라운 말씀의 은혜가 쏟아졌고, 학생들은 기도와 찬양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사경회 이후 4~50명의 학생이 채플 후 미스바 광장에 모여 자발적인 기도 모임을 시작하게 된 게 미스바 기도회에 발단이 된 셈이다.
학기 중에 이어 여름방학 폭염 속에서 계속된 기도회는 겨울방학 기간 중 새해 들어 강추위가 이어지자 학교측의 배려로 한경직기념관 실내로 장소를 옮겨 기도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한경직기념관은 올해 장신대가 계획한 100회 이상의 채플과 봄·가을 사경회 등 여러 집회가 열리는 학교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 이곳에서 재학생들이 기도의 불을 지피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장신대는 지난 2018년 5월 일부 학생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석한 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이들이 채플이 끝난 뒤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성 소수자를 옹호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에 대해 학교측은 1명 정학, 3명에게는 근신 징계를 내렸다.
이후 서 씨 등 4명이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019년 징계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문제로 당시 임성빈 총장이 총회에서 해임되는 등 진통이 잇따랐다. 아직도 일각에서 장신대를 가리켜 ‘무지개 신학교’라고 하는 건 이 문제의 파장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 중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7.6%였고, 72.4%가 무종교라고 답했다. 그중 개신교 청소년은 전체의 13.6%였다. 눈에 띄는 건 자신이 개신교인이라고 응답한 청소년 중에 36%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나안’ 교인이라고 응답한 부분이다. 크리스천 청소년 3명 중 1명이, 고등학생에 경우 2명 중 1명이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서 자신을 크리스천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성인이 되는 시기에 한국교회가 저출산과 성인 신자의 이탈이라는 이중고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 속에서 새해들어 군대와 신학교 등에서 MZ세대들이 세례를 통해 거듭나고, 기도의 열기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이는 아직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한국교회 목회자와 기성 교인들에겐 또 하나의 도전 과제일 수 있다. 한국교회가 구태의연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성과 변화, 개혁의 동력이 돼야 할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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