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행동이 법무부가 저출산 및 노동력 부족의 해법으로 추진하는 이민청 신설에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주권행동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국힘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청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매우 위험한 반헌법적 구상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이민청의 공식 명칭은 '출입국·이민관리청'이다. 지난달 28일 확정된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됐는데 향후 5년 동안(2023~2027년) 이민 정책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범정부 종합 계획이다.
정부가 이민청 신설 문제를 처음 꺼낸 건 1년 전인 지난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서 법무부가 5대 핵심 추진과제를 발표했는데 그 안에 출입국·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의 신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법무부가 이민청을 신설하려는 건 정부의 외국인 정책이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어, 정책․ 예산 집행의 중복과 비효율성이 늘 문제로 지적돼 온 게 원인이다. 출입국‧이민정책 컨트롤타워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중복‧비효율을 막겠다는 뜻이다.
취지는 외국인 정책의 중복·비효율을 막겠다는 건데 실은 출산율 저조 때문에 나온 궁여지책의 성격이 있다. 이렇게 가다만 산업 현장에 일할 사람이 없어 가동을 멈춰야 하는 공장이 속출하게 될 거란 거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30일 자로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의하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05명 줄었다. 이미 시작된 인구절벽으로 여러 사회적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해외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노동자를 포함해 2022년 12월 기준 총인구의 5%에 가까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증가하는 한국 체류 외국인 수로 볼 때 우리나라도 OECD 기준 다문화·다인종 국가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로서도 해외 이민자들에 대한 좀 더 뚜렷하고 엄정한 체류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걸러내고 해외 인재들을 유치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법무부가 이민청을 추진하는 배경에 이런 복합적인 문제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앞을 내다보는 정책에 국민 정서가 미처 못 따라가는 데 있다. 국민은 외국인이 이민 개방으로 물밀 듯 들어오면 갖가지 사회 부작용이 일어날 걸 염려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 의식 속에 단일 민족이란 개념이 강하게 들어앉아 있는데 그것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심리도 있다.
국민주권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이민청 추진에 급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가 있다. 법무부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어찌 국민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가에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대한민국이 초저출산율로 인구절벽의 위기를 맞게 된 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그런데 역대 정부는 매번 근원적인 처방보다는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일관해 방만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정부가 저출산 및 노동력 부족의 대안으로 이민청을 들고나오는 자체가 성급한 패배주의라는 지적이다.
노동계 역시 정부의 이민정책에 비판적이다. 산업 현장에 빈 일자리가 생기는 원인은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임금, 형편없는 노동 환경 때문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 빈자리를 쉽게 외국인으로 채우려는 발상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민청 추진에 대해선 찬반여론이 팽팽하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이민청 설치에 찬성했으나 이민정책 활성화에는 ‘동의한다’ 50%, ‘동의하지 않는다’가 46%로 큰 차이가 없었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민정책 활성화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인구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생산가능인구보다 노인층 비중이 더 커지는 현실에서 문제의 해법을 해외 이민 개방정책에 두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
이민자로 이루진 미국은 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크고 부강한 국가가 되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미국을 이민 성공의 모델로 삼아 따라 하기엔 역사성과 국민적 토양에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외국에서 이민을 받아들여 모자라는 국민의 숫자만 채워 넣는다고 그들이 저절로 대한민국 국민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깊은 숙고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동기부여와 이민 정책을 한 묶음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별개로 추진력을 확보하는 접근방식이 좀 더 현명해 보인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