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이 2024년 새해를 맞아 신년메시지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니 ‘겸손과 섬김’, ‘영적 회복과 결단’, ‘정의와 평화’ ‘평화와 도약’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띈다.

한기총은 신년메시지에서 “새 소망의 2024년, 겸손의 본을 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낮아짐과 섬김, 겸손의 마음으로 시작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삶으로 한 해의 끝에는 높은 이름을 얻는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한교연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새날은 단순히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내 안에 계신가 아닌가에 달려있다”며 “죄와 율법에서 해방된 하나님의 새로운 피조물로 살자”라고 했다.

한교총은 “하나님께서는 여호와께 피하는 자(시 34:8),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시 84:12)는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라며 “주님께서 새롭게 부어주실 은혜와 축복을 소망하면서 믿음으로 전진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각 연합기관이 새해에 메시지를 발표하는 건 하나의 관례지만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새날이 되었으니 지난 과거의 시점에 머물러 있지 말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뜻이다. 내용엔 저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점에선 별 차이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올해 각 연합기관의 신년메시지에 담긴 주요 과제 중 눈여겨 볼 게 있다. 올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언급이다.

한기총은 이에 대해 “한 사람이 곧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요한 시기이고,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까지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사람을 리더로 세울 것인가’라는 생각과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교연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입법활동을 하는 국민의 대리자인데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의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오로지 당리댱략, 진영논리에 지배받으며 국민과 국가, 사회에 해를 끼는 자들을 가려내지 못하면 망가진 대의민주주의를 소생시킬 수 없다”고 했다.

연합기관이 새해 첫 메시지에 총선 문제를 거론한 건 어쩌면 이 문제만큼 한국교회와 사회에 사활이 걸린 문제가 따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21대 국회 개원 초기에 일부 의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것을 예로 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국민 다수의 인권을 억압하는 법을 제정해 대한민국의 건전한 가치관을 무너뜨리려는 이런 불의한 시도가 22대 국회에서 재현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사명이다.

새해 1월 1일이 되면서 제22대 총선이 꼭 100일 남았다. 각 당과 정치권이 일찌감치 총선체제에 돌입했는데 첫발도 떼지 못한 게 있다. 아직까지 선거제도가 확정되지 않아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경기장에 선수는 나와 있는데 경기 룰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선수들이 몸만 풀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이 왜 중요한지는 21대 국회가 산 증거다. 현행 선거법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에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힘으로 밀어붙여 만든 법이다. 그런데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로 대응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이합집산의 폐해만 낳았다.

현재 국민의 힘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이전 제도로 돌아가자는데 힘을 싣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이에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그대로 갈지 과거 병립형으로 돌아갈 지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데 있다.

그러는 사이 정치권의 분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저마다 창당을 선언하는 배경엔 현행대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비례 지지표만으로도 쏠쏠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서있다. 국민의 신성한 표가 정치적 나눠먹기로 변질 되지 않도록 반드시 선거법이 정비돼야 한다.

선거법도 중요하지만 사실 제도보다는 사람이 문제다. 기본적으로 진영논리에 갇혀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사람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하는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 인권을 내세우며 국민의 인권과 헌법 정신까지 마구 훼손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어느 사회나 맨 앞에서 전체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 끌고 있는 수레에 올라타서 가는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을 우리는 보스(boss)라 한다면 리더(leader)는 그 수레에서 내려와 앞에서 함께 수레를 끌고 가면서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2024년 새해엔 앞장서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하며 공감하고 동행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이 국회에도, 한국교회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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