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2인자로 알려진 정조은(본명 김지선)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정 씨의 성범죄에 가담하고 증거 인멸 등을 시도한 혐의다.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지난 20일 준유사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를 중형에 처하며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과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했다. 김 씨와 함께 준유사강간 방조 혐의로 기소된 민원국장 김 모 씨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하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다른 JMS 간부 2명은 각각 징역 2년 6개월,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씨 등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지만, 범행이 정명석의 누범기간 중에 발생했다”며 “재범에 직접 가담하거나 방조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인 피해자들은 어린 나이에 선교회에 입교해 감정적 결핍으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명석의 최측근인 김 씨는 2018년 3,4월경 홍콩 국적의 20대 여성에게 잠옷을 입히고 정명석과 동침하도록 지시하는 등 준유사강간 범행에 가담한 혐의다. 민원국장 김 씨는 피해자가 정명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데도 충남 금산군 월명동 소재 JMS 수련원으로 데려가 2021년 9월 다시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하도록 방조한 혐의다.
JMS 교주 정명석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재판부가 그의 측근들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한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있을 정명석 재판의 예고편 격이기 때문이다. 교주의 지시에 따른 주변 인물들의 죄질을 재판부가 이토록 무겁게 여긴 이상 범행 당사자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인다.
재판부가 초범임에도 이들의 죄질을 중하게 본 이유는 범행이 정명석의 누범기간 중에 발생했다는 점 때문이다. 정명석의 재범에 직접 가담하거나 방조한 행위가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은 성폭행 전과로 이미 10년 형을 살고 석방된 후 또다시 여신도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정명석의 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측근들의 잇따른 중형 선고에 가장 초조해할 사람은 감옥에 있는 정명석 본인일 것이다. 다가올 어두운 그림자를 감지한 탓인지 갖가지 방어 전략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최종 변론을 앞둔 지난 7월 17일 자신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장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낸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를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정 씨의 의도된 재판 지연술이라도 그게 쉽게 통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재판부가 2심까지 연 후 그럴 우려가 없다며 기각하자 정 씨 측이 대법원에 재항고할 뜻을 밝혔다. 시간을 좀 더 끌 순 있겠지만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지겠는가.
문제는 법관 기피신청의 타당성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동안 벌써 3개월 가까운 시간이 그냥 흘러갔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심리 한번 못하고 재판이 마냥 지연되는 건 방어권 남용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러다간 정명석의 1심 선고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피해자들은“ 정명석 측이 자신들에 유리한 증인 수십 명을 일일이 다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계속 시간을 끌어왔다”며 재판 지연에 분노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정 씨 측의 법관 기피신청은 마지막 카드인 셈인데 대법원 판단이 나기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소요될지가 관건이다.
물론 정 씨 측 변호인의 전략을 불법이라 할 순 없다. 수다한 증인 조사 요청도, 법관 기피신청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피의자가 취할 수 있는 방어수단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법의 관용을 이용해 무작정 재판을 질질 끌려고 하는 건 사법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심각한 건 이런 과정에서 성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재판 시간 끌기가 의도적이란 의구심이 드는 건 JMS 신도들이 연일 집회나 1인 시위를 통해 재판부와 피해자를 압박하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난 15일 주일에 서울 여의도 대로변에서 열린 JMS 신도들의 대규모 집회는 ‘민족과 세계를 위한 화합과 평화 구국기도회’란 제목을 달았지만, 자신들 교주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위 성격이 짙었다.
온라인상에서 일부 신도들이 피해자의 사생활을 들추고 비난하는 악성 댓글을 다는 등 피해자들을 공격하고 정명석 구제를 위한 100만 서명운동에 나선 것도 말썽이다. 서명 작업 과정에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비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위장 서명운동’ 의혹에 휩싸였다. 이들 중에는 ‘가짜뉴스’ 피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하려 한다는 식으로 서명 동참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재판이 지연된다고 정 씨가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검찰이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다수 확보한 데다 측근들까지 줄줄이 중형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또 다른 피해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재판부가 속히 판결을 내려야 할 이유다. 피해자가 당한 고통은 가해자에게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질 때 조금이라도 덜어질 것이다.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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