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선교사 방위량(W. N. Blair)의 설교: 고린도전서 12장 26-27절을 중심으로
<나는 토요일 저녁에 고린도전서 12장 27절인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각자는 그것의 지 체이다”라는 구절로 설교를 하였다.>
인용된 성서구절은 영어로 “Now ye are the body of Christ, and severally members thereof.”이다 방위량은 1885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1901년에 재판되었던 미국표준성서(American Standard Version of the Holy Spirit)를 인용하였다. 그가 이 구절을 가지고 설교한 이유는 “교회에 불화가 있을 때 몸이 병든 것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었다. 그가 고린도전서 12장 27절에 대해 사역하지 않고 미국표준성서를 그대로 인용한 것을 볼 때, 그의 설교는 석의적 강해 설교라기보다는 당시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불화를 넘어서 화합과 연합의 자리로 나아가야 할 것에 관한 일종의 주제 설교이었다.
그는 또한 “한 지체가 고난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그것으로 고간을 당한다.”는 구절도 인용하였는데, 이는 고린도전서 12장 26절이다. 그는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얼마나 형제의 마음속에 [서로에 대한] 미움이 있는지 [그러한 미움이] 전체 교회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까지 고통을 가져온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방위량은 고린도전서 12장 26-27절을 근거로 해서 “교회에 불화가 있을 때 온몸에 병이 든 것과 같고, 한 지체가 고난 속에 있을 때 모든 지체가 고난을 당한다.”는 내용으로 설교를 하였다. 방위량이 사용한 본문은 넓게는 고린도전서 12장 전체를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사경회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그는 긴 시간 동안 12장을 자세하게 언급하였을 것이다. 그 모든 구절 가운데서 방위량은 고린도전서 12장 26-27절을 강조하여 설교하였다. 그는 설교 중에 한국에서 겪은 총기사고와 관련하여 다음의 간증을 하였다.
<나는 한국에 온 직후에 사냥을 나갔다가 내 손가락 끝에 오발사격을 하는 사고를 당했습니 다. 모든 한국인들은 이 사건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내 손을 들어 보이면서 회중에게 부상 을 당한 내 손가락으로 인해서 ‘내 머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며 내 온 몸이 얼마나 아팠겠 는지’를 말했습니다.>
그가 이역만리 타국에 와서 손가락 부상으로 불구가 되었으니, 낯선 선교지에서 그가 겪은 심적인 충격이 어떠하였겠는가? 더구나 사냥을 나갔다가 당한 불의의 사고이었으니, 당시 한국인인이 선교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정서를 고려하여 방위량 자신도 부족한 자기 모습을 돌아보면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설교를 하였을 것이다.
(6) 설교에 대한 반응
이러한 설교는 사경회에 모인 성도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당시에 현장에 있었던 리(Graham Lee)는 “토요일 저녁에 모인 집회가 그 주간의 모든 집회들 중에서 가장 좋았다.”고 평가하였다. 방위량은 그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사도행전 2장 1절에 언급되어 있는 ‘오순절 날’처럼, 성령에 충만하여 개인적인 엄청난 죄를 서로 공개적으로 고백하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 설교의 반응에 관해서, 방위량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설교 후에 많은 사람들이 죄가 무엇인지에 관한 새로운 깨달음을 간증하였다. 슬픔에 잠긴 한 성도는 다른 사람들, 특히 일본인들을 사랑하는 일이 부족했다는 것을 고백하였다.>
당시 방위량의 설교를 들은 한국인들은 개인적인 인간관계 차원에서 서로의 죄를 고백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본인에 대해 가졌던 증오도 회개하였다.
방위량은 이미 일주일 지속된 사경회가 막바지를 향해서 가는 시점에서 설교하였다. 임희국에 의하면, 내일 다가오는 주일이 지나면 사경회도 막을 내리게 된다는 시점에서 청중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초조하게 성령을 기다리며” 설교를 들었다고 한다. 당시 저녁연합집회에 매일 저녁 사경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성령의 임재를 고대하였다.
방위량은 고린도전서 12장 26-27절을 본문으로 설교를 하는 중에, 회중 앞에서 최초 한국어 번역인 <예수셩교젼셔>로 읽었을 것이 분명하다.
비록 그의 설교 내용은 불행하게도 전해지지 않았으나, 그 본문이라도 알려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의 설교 본문은 당시에 만연했던 한국인의 민심과 교회지도자와 선교사간의 불협화음을 치료하고자 했던 시도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1907년 1월 13일(주일)에 장대현교회의 장로이며 오는 6월에 평양 장로회신학교를 졸업할 예정인 길선주도 설교하는 중 허리에 감긴 줄을 보여주면서 “죄인이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회개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 광경은 당시에 강단 옆에 서 있었던 선교사 맥퀸(G. S. McCune)에 의해서도 목격되었다. 길선주와 방위량의 설교를 들은 교회지도자인 강유문과 김씨는 1907년 1월 14일(월) 저녁 집회에서 그간에 쌓였던 상호간의 증오를 고백하며 통곡하였다. 방위량에 의하면, “우리는 성령으로 묶여 우리를 축복할 때까지 하나님을 보내드릴 수 없다고 기도했다(창 32:26)”. 당시에 강유문은 방위량의 조사였으며, 김씨는 방위량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평양남자연합회의 임원들 중의 하나이었다. 바로 그날에 길선주도 선교사에 대한 증오를 공개적으로 회개하였다. 15일인 화요일에 장대현교회의 김씨는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하였다.
<나는 하나님을 거슬려 싸운 죄인입니다. 교회의 장로인 나는 강유문 뿐만 아니라, 방 목사를 미워한 죄를 지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당시에 영적 지도자들의 회개가 먼저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방위량이 “상호간에 시기와 증오, 반목과 갈등이 무너지고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기 위한 설교를 한 것은 시기적절하다. 필자는 다음의 석의를 통하여 당시 방위량이 한국초기교회를 향해서 외친 설교의 내용을 복원하고자 한다. 방위량이 자신의 책에서 고린도전서 12장 27절을 먼저 언급한 후에 고린도전서 12장 26절을 언급하였으므로, 필자도 이 같은 순서를 따라 그의 설교내용을 복원하고자 한다. 그가 행한 신약설교를 복원하는 일은 본 연구의 창의적인 업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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