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개막한 제20회 ‘북한자유주간’이 23일 폐막에 앞서 ‘서울선언’을 발표됐다. 지난 20년간 납북자와 국군포로, 탈북자와 북한주민의 자유와 인권, 해방을 위해 싸워오며 이룬 의미 있는 성과를 평가하고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목표가 한반도의 자유 통일에 있음을 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북한자유주간’은 지난 2004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처음 열렸다. 7회째인 2010년부터는 매년 대한민국 서울과 미국 워싱턴 D.C.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다. 올해는 20회째를 맞아 국내 북한인권단체들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전 세계 70여 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 ‘북한자유주간’이 특별한 의미를 더하게 된 건 탈북민 출신 목회자가 개척한 교회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행사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새터교회에서 드려진 개회예배에서 이 교회 담임이자 탈북민인 강철호 목사는 “‘북한자유주간’을 예배로 시작하는 것이 참 복된 일”이라며 ”북한 동포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라고 했다
강 목사는 ‘북한자유주간’의 구심점인 미국인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북한인도 한국인도 아니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이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과 탈북민들의 인권을 위해 나서는 이유는 그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국적의 수잔 숄티(Suzanne Scholte) 대표는 여성으로서 탈북자 지원과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목표로 활동해 온 미국의 비정부기구 디펜스 포럼을 대표하는 인사다. 2004년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 통과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2006년부터 매년 워싱턴에서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주관하며 전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공론화되는 데 앞장서 왔다. 최근엔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운동의 최일선에 서 있다.
올해로 제20회를 맞은 ‘북한자유주간’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도 숄티 대표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이 북한 주민의 빼앗긴 인권과 자유를 되찾아 주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숄티 대표는 방한 전인 지난 8월 23일 워싱턴 D.C. 중국대사관 앞과 그 이튿날 뉴욕 중국총영사관과 유엔 본부 앞에서 각각 열린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 후 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단지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무고한 탈북민들을 사지로 다시 보내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라며 “탈북민 모두를 자국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중국이 수용하도록 미국과 한국이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북한자유주간’ 역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저지하기 위한 의지를 중국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게 해야 할 이유에 대해선 “신분과 상관없이 북한에 있는 모든 사람은 독재자를 섬기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노예”라며 “이번 행사 주제가 ‘북한 내 노예 종식’”이라고 말할 정도다.
탈북민도 한국인도 아닌 파란 눈의 미국 여성이 이처럼 북한 인권 문제에 과도할 정도로 집중하는 건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북한 주민들보다 더 고통받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들을 위하는 것이야말로 예수님을 위하는 것”이라는 말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다.
지난해 열린 ‘북한자유주간’ 복음통일 세미나에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마태복음 25장 31~40절 말씀을 언급한 뒤 “난민, 기근에 고통받는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은 예수님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며 기근과 죽음에 내몰리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의 직설 화법의 강도가 점점 더 세지는 느낌이다. 그런 아마도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이 임박했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지난 23일 개막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중국은 많은 공을 들였다. 혹시라도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신장-위구르 소수민족과 홍콩의 인권탄압 문제로 미국, 유럽의 여러 나라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했던 악몽이 되살아날까 조심 또 조심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북한의 요구대로 탈북민을 강제 북송한다면 그 시기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잔 숄티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탈북민을 죽음에서 구출하기 위해 전 세계를 향해 외쳐야 할 때”라고 했다. 그건 중국 정부가 잘못된 선택을 하기 전에 돌이키도록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 특히 한국교회가 이 운동에 앞장서달라는 간곡한 호소의 뜻을 담고 있다. 북한 주민 인권과 탈북민 구출에 사활을 건 이 파란 눈의 ‘강철 여인’의 외침에 한국교회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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