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희생과 헌신 없이 복음의 진보를 가져올 수 없다. 순교의 제물이 된 최초의 선교사인 토마스 목사가 평양 대동강변에서 순교하였다는 비보를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미국에서 들었음에도, 미지의 땅인 한국을 위해 복음 선교의 큰 발을 내디뎠다. 누가 먼저 배에서 내렸느냐? 이게 또 교단적으로 이슈이다. 감리교가 먼저냐? 장로교가 먼저냐? 별거 아닌 걸 가지고 싸운다. 일설에 의하면, 둘이 제물포항에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고 두 발을 동시에 내디뎠다고 한다.
터툴리안이 ‘순교의 피는 그리스도교의 씨앗’이라고 언급했다. 순교의 피는 절대 헛되지 않는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3일 만에 첫 순교자인 김응락 장로는 공산당의 총탄에 영락교회에서 순교하였다. 순교라는 단어는 2세기 중엽 이후에 ‘피의 증인’(blood witness) 곧 순교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156년경에 순교한 서머나의 성자 폴리캅의 순교 이후다. 요한계시록 17장 6절에 “이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 증인들의 피에 취한지라”는 구절에 이미 ‘피의 증인’이라는 단어가 신약성서에서 이미 여러 곳에 증언되고 있다.
신앙의 증언을 의미하는 마르투로스는 순교를 뜻하는 피의 증언이라는 의미로 전환되면서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순교는 복음 전도의 현장에서 언행일치를 의미하는 최고의 증언이자 동시에 결단이다. 순교는 말로써 증거 하는 것과 행동을 통해서 믿음을 보여주는 것 곧 ‘말(증거)과 행위의 일치’를 가장 숭고하게 보여주는 신앙 결단이다.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진 사람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이지만, 신약성서에서 예수의 순교에 뒤를 이어서 최초의 순교자인 스데반이 순교할 때, 바울은 그 장면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였다. “또 주의 증인 스데반이 피를 흘릴 때에 내가 곁에 서서 찬성하고 그 죽이는 사람들의 옷을 지킨 줄 그들도 아나이다.”(행 22:20) 이 본문은 바울의 가장 부끄러운 고백이다. 바울은 스데반을 향해 돌을 던지는 자들의 겉옷을 자신의 발 아래 맡아 두면서(행 7:58) 스데반의 순교를 마땅하게 여겼다(행 8:1).
스데반의 순교에 관한 증언은 사도행전 6장에서 시작된다. 특히 스데반은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행 6:5)으로 다른 6명과 구별된다. 스데반이 순교한 이유는 “은혜와 능력이 충만하여 사람들에게 기사와 표적을 행하였기”(행 6:8) 때문이다. 또 사도행전 7장에 나오는 스데반의 긴 설교도 이유다.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십자가에 달려 기도하신 예수처럼 스데반은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소서!”(행 7:59) “주여, 저들에게 이 죄를 돌리지 마소서!”(행 7:60)라고 외쳤다.
스데반의 설교에 대하여 적대자들은 “분노하게 되었고 그를 향해서 이를 갈았다”(행 7:54). 그러나 스데반은 적대자들의 흥분과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성령에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보았고, 하나님의 영광과 하나님의 우편에 서신 예수를 보았다”(행 7:55). 그 순간 하나님의 나라에 계신 예수를 확신하였다. 이것은 예수께서 하나님의 나라에서 황급하게 스데반을 영접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스데반이 하늘이 열린 것을 보았다는 것은 다니엘 7장 9-10, 13절과 에스겔 1장 25-27절의 묵시문학적 비전과 일치한다. 헬라어 스데반이라는 이름은 면류관이라는 뜻이다. 마침내 스데반은 그리스도인의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면류관인 순교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 후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몇 세기에 걸쳐서 교부들, 변증가들, 순교자 저스틴 등과 같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문헌과 외경 그리고 나그 함마디 문서와 랍비 문헌은 스데반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시리아 지역에서 활동하였던 교부 아프라하트가 처음으로 스데반을 예수 이후에 첫 순교자라고 언급하였다. 본문 20절 헬라어에 증인이란 단어 앞에 프로토모스가 추가되는데, 그러면 프로토모스 마르투로스는 첫 증인이란 뜻에서 첫 순교자로 의미가 바뀐다.
초기 교회의 선교는 박해와 순교의 역사로 점철되었지만, 고난 속에서 그리스도교의 복음 선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었다. 한 마디로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는 순교와 선교의 역사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