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문서선교 사역을 위해 세워진 교회 연합기관인 대한기독교서회(서회)가 비상식적인 경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임 사장의 사택을 둘러싼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이사회가 재정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일부 이사의 해임과 직원의 징계를 단행하자 이사 파송 교단들이 대응에 나서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서회는 1890년에 미국 장로교와 감리회 선교사들이 문서선교를 위해 설립한 공기관이다. 현재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찬송가 출판을 비롯해 지난 130년간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출판문화를 개척하며 기독교 문화 정착에 이바지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의 긍지이자 자랑으로 여겨지던 기관이다.

서회가 한국교회 연합기관인 이유는 선교사들이 떠난 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처럼 공 교단의 연합사업 형태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 구세군대한본영,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등 7개 교단에서 이사를 파송하고 있는데 기성을 빼면 모두가 NCCK 회원 교단이다.

그런 공기관이 치밀하게 사유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최근에 제기됐다. 이상 징후가 외부에 알려진 건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에 소재한 사장 사택 관련 의혹을 모 신문이 보도하면서부터다. 보도 내용을 간추리면 전임 사장 때 사택 거래를 둘러싸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전임 사장은 사익을 취하고, 반대로 서회엔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이다.

문제는 이런 의혹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서회 이사회가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사와 일부 직원에게 해임, 징계 등의 조치를 한 데 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건데 파송 교단에선 경영진의 비신앙적이고 부도덕한 행태로 판단하고 있어 사태가 쉬 가라앉기 힘들어 보인다.

예장 통합과 기감은 교단 차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이사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그랬음에도 교단의 의사를 묵살하고 이사 해임과 직원 징계를 단행함으로써 서회 측과 회원 교단 간에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다.

그런데 두 교단이 최근에 보낸 공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회의 경영을 둘러싼 의혹에 단순히 우려하는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두 교단 모두 서회가 회원 교단들이 한국교회 문서선교 사역을 위해 세운 교회 연합기관이라는 점과 회원 교단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점이 그렇다.

서회는 현재 7개 회원 교단에서 한 명씩 이사를 파송하고, 회원 대표 이사 12인과 당연직 이사인 사장까지 20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사 구성에 있어 교단의 의사가 반영되기 힘든 구조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런 구조를 가졌던 건 아니다. 현 사장이 취임하기 전만 해도 회원 교단 이사 2인, 선교사 이사 1인 등 교단이 이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 2013년에 정관을 개정해 회원 교단 파송 이사 수를 2인에서 1인으로 줄이고 선교사 이사 제도를 없앴다. 대신 회원 대표 이사 수를 대폭 늘린 게 화근이다.

서회가 교단 이사 수를 축소하고 그 자리를 이사회 추천 이사로 채운 명분은 ‘교단의 불필요한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데 있다. 경영진의 입장에선 교단이 별 도움은 안 되고 방해꾼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발상이 오늘 한국교회 공기관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의혹에 휩싸이게 만든 장본인이란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현재 이사 파송 교단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퇴진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구성된 에큐메니칼 대책위원회는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재정 비리 의혹을 받는 경영진을 비롯,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회원대표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회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비상식적인 일들은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 수준이다. 사유화 논란도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야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적자 경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이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거기에 더해 비리에 가까운 행위를 저질렀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서회는 이 땅에 복음을 전해준 미국 선교사들이 1세기 전에 남긴 유산이자 한국교회의 자산이다. 그런 자산을 놓고 이사회와 회원 교단 간에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건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손해가 한국교회 공동체 전체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방관한 회원 교단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서회 경영진이 겸허한 자세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바람직한 출구다. 서회가 교회 연합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후대에까지 이어갈지 아니면 개인이 좌지우지하는 사설단체로 전락할지가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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