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하루 확진자가 4만 명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겨울 이후 사라졌던 재유행이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확진자는 25만3825명으로 전주 대비 35.8%나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 1월 11일(5만4315명) 이후 다시 5만명 대를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다. 당국이 발표한 확진자 수는 웬만큼 아프지 않고선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걸 감안할 때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여 이미 재유행의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
원인은 마스크 의무 해제 등 방역 정책의 완화와 거듭된 변이 출현에 따른 면역력 약화 때문이다. 당국의 일상회복 선언 이후 감염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면서 의무에서 권고 사항으로 바뀐 마스크 쓰기 등 기본적인 개인 방역을 소홀히 한 게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유행이 “보이는 것보다 크다”라는 말로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위험군인 고령층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감기만 걸려도 폐렴 합병증 등으로 이어지기 쉬운 고령층 중증 질환자의 경우는 코로나19 감염이 치명적이다. 당국이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과 방역 추가 완화를 앞두고 이들 고위험군 보호에 더욱 세심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여름철에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게 다 방역 완화 때문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방역 당국이 올 1월부터 코로나19 위험도를 계속해서 ‘낮음’으로 유지한 게 국민이 방역 무장해제의 신호로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험도 ‘낮음’ 수준을 ‘중간’ 이상으로 올려서라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책은 조정은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지표들이 지난해 위험도를 ‘낮음’에서 ‘중간’으로 상향했을 때보다 더 나쁜데도 당국은 이달 예정된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 시행을 그대로 밀고 나가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19가 감염병 4급으로 조정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 취약시설 등 일부에 남아있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권고로 전환된다. 감시체계가 전수감시에서 표본감시로 바뀌면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 코로나19에 대한 완전 무장해제 수준이다.
마스크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과 감염 위험도는 반비례한다.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감염 위험도는 줄어들고 벗으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는 상식이다. 코로나19 방역이 정부의 통제 위주에서 자율 방역으로 바뀐 건 자율과 동시에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도록 한 것이지 방임의 의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해오던 확진자 수 집계까지 중단하면 ‘깜깜이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때 코로나19에 따라붙던 ‘정치방역’ 오명에서 벗어나 ‘과학방역’으로 모처럼 일상을 회복한 국민에게 다시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합계 신규 확진자는 한국이 15만44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WHO에 신고된 전 세계 확진자의 78%가 한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무리 지난 5월 WHO의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코로나 검사 자체를 하지 않는 나라가 많다고는 하나 코로나19 확진자 세계 1위는 절대 반갑지 않은 기록이다.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지만, 일본 중국 등 주변 나라들도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은 지난 5월부터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을 독감 수준으로 낮추는 등 일상회복을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주간 확진자가 전주 대비 26%나 늘어나는 등 반등세를 보이자 다시 마스크를 쓰자는 분위기다.
중국의 코로나19 재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의심 중증 질환자들의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며 사망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WHO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중국 당국이 관련 정보 공개를 극히 꺼리고 있어 실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요즘 같은 찌는 듯한 무더위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교회 주일예배 때도 한동안 마스크를 쓰고 예배드리던 모습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여름철 무더위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마스크를 쓴다는 보통 일은 아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만이라도 쓰는 건 어떨까. 교회에 올 땐 마스크를 벗고 오더라도 예배 도중 찬송가를 부를 때만이라도 쓰면 좋겠단 생각이다. 작은 불편을 감수해 위험이 줄어든다면 그건 가치 있는 일이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다시 위험에 빠뜨리지 못하도록 하는 데 마스크만 한 효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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