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정한 ‘인구의 날’이었다. 1987년 이날 세계 인구가 50억 명을 돌파하자 급증하는 인구 문제에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차원에서 제정됐다. 그런 의미를 지닌 ‘인구에 날’에 우리나라는 반대로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세계 인구는 유엔이 ‘인구의 날’을 제정한 이후에도 계속 증가해 2011년에 70억 명, 지난해 11월에 80억 명을 돌파했다. 거의 10년마다 10억 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 추세대로라면 오는 2080년이 되면 인구가 100억대를 돌파해 지구가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하는 등 세계 꼴찌 수준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고 가정할 때 앞으로 700년 뒤에는 대한민국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의 저출산이 가져올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우리나라는 3년 전 5,184만 명을 끝으로 인구 정점을 지났다. 앞으로 50여 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3,800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인은 최악의 저출산이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가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라는 사실은 곧 닥칠 암울한 현실의 예고편이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기도 낳지 않으면 점점 더 초초고령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는 심각하다. 소비가 줄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가뜩이나 부실한 연금재정은 내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만 늘어나 고갈의 시기가 앞당겨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최악의 저출산의 덫에 걸리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요약하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데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 두세 군데 이상 기본으로 다니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밖에 없다. 자녀의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국의 부모는 못 하는 일이 없다.
그렇게 고생해도 끝없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극소수다. 청년세대 대부분이 무한경쟁에서 밀려나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세상을 원망하고 자포자기한다. 오죽하면 3포(연애·결혼·아기 포기)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나왔겠나.
이런 심각한 문제들은 시간이 간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냥 놔두면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그렇다고 해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젊은 세대들이 진 무거운 짐을 국가와 사회가 조금씩 나눠지는 방법으로 가벼워지게 하면 된다. 개인의 삶에 국가와 사회가 개입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거들어 주는 역할을 하자는 거다.
핵심은 결혼과 출산이다.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줘도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굳어지면 도리가 없다. 요즘은 정부와 자치단체마다 아기를 낳으면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둘 셋을 낳은 가정에 돌아가는 혜택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 제도가 그다지 뚜렷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자녀를 낳은 가정에 돌아가는 각종 혜택이 젊은이들이 결혼해 아기를 낳고 싶은 유인책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얼마를 준들 만족하는 수준을 채우기 어렵다. 그보다는 성인 남녀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을 축복으로 느끼게 하는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 교회는 나라와 사회의 버팀목이다. 나라와 사회가 휘청이는데 교회가 가만히 있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 일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나서야 할 일이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로 지난 3년여 큰 고통을 겪었다. 비대면 예배로 전환되면서 큰 고통을 겪었으나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부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교회가 빠르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어른들의 출석률은 거의 회복됐는데 주일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유초등부와 중고등부가 없는 교회가 부지기수다. 팬데믹 이전부터 있어 온 문제지만 크리스천 청년들까지 결혼하지 않고 아기를 낳지 않는데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한국교회 성도 수는 최대 부흥기에 1천2백만 명을 정점으로 1천만 명 대로 내려오더니 순식간에 800만 명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성도의 감소가 인구의 자연 감소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소멸하기 전에 한국교회가 먼저 사라질 수도 있다.
하나님은 천지를 다 창조하시고 마지막 날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신 후 남녀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셨다. 그런데 요즘 강단에서 이런 설교를 듣기 어렵다. 목회자들마저 ‘먹고 살기 힘든 세상’과 타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성도의 가정에서 성장한 크리스천 청년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하나님이 그 부부에게 주신 어린 생명을 삶에 가장 큰 행복이자 보람으로 여기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교회도, 나라도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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