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시행중인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기독교계는 이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온라인 차별금지법’이라고 반발하며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은 KISO가 지난 4월에 발표한 ‘혐오표현’ 가이드라인에 이전 정책규정에 있던 지역·장애·인종·출신국가·성별·나이·직업 외에 새로 ‘성적지향’을 추가하면서 시작됐다.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건강한 인터넷 문화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건데 당초 취지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교계는 KISO가 정한 ‘혐오표현’ 가이드라인이 폭력을 선동하거나 부당한 차별을 조장하는 등의 위법한 방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표현을 경계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서 공감하고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헌법이 정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연합은 27일 성명에서 “키소가 정한 혐오표현 가이드라인을 보면서 동성애 등 성적지향을 옹호하는 측에서 제기하는 일방적 주장에 편승해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강제로 금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더구나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까지 통제하려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혐오표현’이란 개인감정의 영역이다. 이를 규제한다는 게 쉽지 않거니와 규제한다고 해도 반드시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 KISO가 인터넷자율정책기구라 하지만 스스로 정한 방침을 권한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그 결정에 공신력이 있으려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건 당연하다.

사실 ‘혐오표현’을 규제한다는 자체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런 점에서 기본권에 속한 영역에 대한 자의적인 의미의 해석과 적용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걸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더구나 실정법도 ‘혐오표현’에 대해 뚜렷한 개념 정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떤 기준에 의해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와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헌법은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에 매우 단호하다. 헌법재판소는 1998년 전원재판부 결정으로 다양한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는 입장을 선언했다. 그 이듬해인 2019년 11월엔 차별적 언사나 혐오적 표현이라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즉 혐오표현 등도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교계가 KISO의 가이드라인을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이 규정이 KISO 회원사인 국내 대표 인터넷 사업자인 네이버, 카카오 등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는 사실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을 다 규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터넷상의 이런 규제가 동성애 등 성적지향 등에 대한 정당하고 자유로운 비판마저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복음법률가회, 진평연, 동반연 등 반 동성애단체들은 “이는 결국 온라인상에서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 표현행위들을 규제하여 동성애를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계는 KISO가 온 국민이 이용하는 네이버 다음 등이 회원사로 있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ISO의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온라인 차별금지법’으로 판단한 건 앞으로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한국기독문화연구소는 이미 지난달부터 포털 사이트에 성적지향 관련한 글을 게시한 후 ‘혐오표현’으로 게시글이 삭제되거나 노출제한 등의 경고조치를 받은 피해사례 조사에 착수했다.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행위에 대해 향후 법적 대응을 위한 근거 자료로 삼기 위함이다.

KISO의 가이드라인은 동성애자나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위를 막겠다는 게 근본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와 관련한 각종 행위와 그로 인해 초래될 해악과 폐해에 대해 비판하고 반대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교계가 KISO의 가이드라인을 ‘온라인 차별금지법’으로 여기고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온 국민이 참여하는 거대한 여론의 장인 온라인 공간에서까지 정당하고 자유로운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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