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서로 빼닮은 ‘쌍둥이 법’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말이다.
두 법을 ‘쌍둥이’라고 표현한 근거는 이렇다. 북쪽은 2020년 12월 4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남쪽은 10일 후인 14일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했다. 패널들은 두 법의 목적이 “통일이 될 때까지 남북이 각자 체제에서 서로 간섭하지 말고, 영향력을 발휘하지 말고, 현상을 유지하면서 지내자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이유는 남한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문화와 정보가 자기들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최대 위협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태영호 의원은 “북한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아닌 한류와 같은 한국의 문화가 그 대상”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닮은 구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북전단금지법’이 내부에서 외부로 정보를 보내지 못하게 하는 법이라면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반대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방향이 정반대다.
그런데 겉으론 다르지만 똑 닮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유’를 법률적으로 구속한다는 점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정보통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지향점이 똑같다.
전단지를 북한에 날려 보내는 목적은 진실을 알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기 위함이다. 외부 소식을 알려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 정부와 여당이 이런 행위 일체를 북한에 대한 적대적 행위, 접경지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지난 2020년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되자 국내와 해외에서 ‘표현에 자유’에 대한 속박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 맥카울 의원은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미국 의회는 초당적 다수가 폐쇄된 독재 정권 아래 있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지지해왔다”라고 ‘대북전단금지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사분계선(MDL) 주변에서 대북전단 등을 담은 풍선을 띄우는 것은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보다는 체제 전복에 목적을 둔 군사심리전”이라며 “국경 근처에 사는 112만 명의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협이 된다”고 맞섰다.
송 의원의 이 발언은 정부·여당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든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었으나 되려 파장을 키웠다. 우선 대북 전단이 인권 개선이 아닌 체제 전복 목적이라고 한 것부터가 납득하기 곤란한 해명이었다.
풍선에 담아 북한으로 보내는 전단에는 북한 주민들이 모르는 남한에 대한 정보와 성경, 달러, 생필품 등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중에 어느 것이 체제를 위협한다는 것인가. 간혹 김정은이 보면 불쾌할 수도 있는 합성사진을 보낸 적도 있다는 데 이런 수법은 과거 북한이 남한에 보낸 ‘삐라’에 자주 쓰던 수법이다. 그런 정도에 체제가 무너질 정도로 북한 정권을 허약하게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논리라면 대북 전단이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된다. 그건 곧 무력을 쓰지 않고도 정신·심리전이 통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을 하루속히 구출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전단을 더 많이 더 자주 보내도록 정부가 권장하는 게 옳지 않겠나.
‘대북전단금지법’은 지금까지 헌법 제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적 명령에 정면 배치되는 반헌법적 법률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로운 왕래와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북한 주민에게 자유와 인권이라는 산소 공급을 차단한 최악의 반인권적 법이란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최악의 법을 당장 수술하거나 고쳐 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보수단체들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헌법소원에 지난해 3월 통일부 권영세 장관이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문 정권에서 임명된 재판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현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다수당이 된다면 그땐 법을 폐기하고 다른 법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1년이나 남았고 결과도 불투명하다.
자유를 구속하는 이런 비슷한 악법이 남북한에 동시에 작동되고 있는 사실은 우리 국민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끄러운 현실이다. 북한과 똑같은 ‘쌍둥이 법’이 작동하는 사회를 어찌 자유민주주의라 할 수 있겠나. 하루속히 이 수치스러운 오명을 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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