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약자와의 동행’이 서울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우리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취약계층 지원과 대책을 시정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은 것인데 성공 여부는 현장 실천에 달려 있다.
‘약자와의 동행’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8기 시장에 취임하며 밝힌 일성이다. 행정가로서 보다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져온 그가 ‘사회적 약자’를 정치적 징검다리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쏠릴 만도 하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일부의 이런 시선에도 “이것이 서울시장으로서 존재하는 이유이자, 제 평생의 과업”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헌정사상 최초의 4선 서울시장이며 민선 광역단체장 중 4선은 오 시장이 유일하다. 그런 오 시장이 지난해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첫 행보로 보여준 게 서울 창신동 쪽방촌 방문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게 당연했다. 쪽방촌 주민들의 애로를 살피는 민생 현장방문으로 ‘약자와의 동행’의 시작을 알린 건 데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을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심화되고 있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에 취약계층의 삶은 절벽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서울시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정책의 우선과제로 삼은 건 매우 바람직하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에 임할 때만도 ‘약자와의 동행’ 이슈 보다는 전임 박원순 시장 때 문제가 된 좌파 성향의 시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 당선된 후 그의 ‘서울시 바로 세우기’는 이념 문제 해소보다는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에 더 두드러지고 있다.
오 시장이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는 보수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오 시장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이 등을 돌리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금도 서울시청사 주변에는 오 시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붙이고 비판집회를 열고 있는 보수단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보수층이 오 시장을 비판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서울시청 광장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설치를 방치하고 있다는 거다. 보수단체들은 오 시장이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즉시 철거하겠다고 해놓고 두 달이 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단체들이 오 시장에 등을 돌리는 이유가 단순히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불만인 것 같진 않다. 이태원에서 서울시청 광장으로 장소를 옮긴 분향소가 애도나 추모 목적에서 벗어나 좌파단체들의 정치적인 선동 근거지가 되고 있는데 이에 동조하는 듯한 오 시장의 자세에 실망한 것이라고 본다.
서울시는 최근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응 문제를 놓고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연히 오 시장의 시정 철학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계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측이 서울시에 6월 30일과 7월 1일에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접수한 것에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이번만은 음란한 동성애 행사를 불허해야 한다”며 오 사장을 정조준했다.
서울광장을 사용하려면 서울시에 행사 내용과 목적을 신고해야 한다. 서울시가 ‘신고제’라는 규정을 둔 건 서울광장 사용의 목적이 서울시민의 정서에 부합하느냐를 보겠다는 것이지 아무나 신고서만 작성해 내면 오케이란 뜻이 아니다. 서울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검토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종 결정권자는 서울시장이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지난해 모든 걸 시민위에 돌리는 듯한 태도로 교계에 불만을 샀다.
서울시와 오 시장이 올해 퀴어문화축제를 또 다시 허가할 것인지 반려할 것인지 정식 발표가 있기 전까진 속단은 이르다. 그러나 만약 지난해와 같은 결정이 내려진다면 교계의 실망과 분노가 시민위가 아닌 오 시장에게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오 시장이 표방한 ‘약자와의 동행’은 성공하면 서울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지향하는 방향과 같아 교계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전임 서울시장이 서울 중심부에 끌어들인 퀴어축제에 대해 오 시장이 단호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민선 8기 시정의 목표로 설정한 ‘약자와의 동행’이 ‘성소수자와의 동행’이란 평가에 묻히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오 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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