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GPT’가 놀라운 파급력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 신기술이 목회와 전도 등 교회의 영역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동시에 걱정되는 문제도 있다.
‘챗GPT’란 CHAT(챗)에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GPT)가 합쳐진 합성어로 2015년 스타트업 회사 오픈 AI가 내놓은 인공지능 모델이다. 이 ‘챗GPT’의 놀라운 점은 언어에 특화돼 계속해서 언어 자료들을 습득하고 사고하는 AI란 점이다.
‘챗GPT’는 사람이 하는 질문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며 답변의 정확성도 미국 로스쿨·의사 시험에 합격할 수준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사람과 같은 창의력과 인지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지만, 기술 발전이 거듭할수록 사람과 흡사해지거나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AI가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된 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챗봇 ‘챗GPT’를 거론하면서부터다. 윤 대통령은 올해 자신의 신년사를 ‘챗 GPT’에 써보도록 했더니 “몇 자 고치면 그냥 대통령 신년사로 나가도 괜찮을 정도”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챗GPT’를 공직자들이 각종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행안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놀라운 기능을 가진 ‘챗GPT’에도 맹점은 있다.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되어 있어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지금 ‘챗GPT’에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문재인”이라고 대답한다. 최근의 데이터가 학습돼 있지 않은 데 따른 오류다.
그런데 무한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공지능 ‘챗GPT’에 대한 진짜 걱정은 이런 문제가 아니다. 가장 심각한 것으로 윤리 문제를 들 수 있다. ‘챗GPT’를 비롯한 거의 모든 대화형 AI가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한다. 그러다 보니 대화 과정에서 습득한 욕설 등 혐오성 발언을 걸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각종 정보의 전달을 걱정해야 할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국내서도 이와 유사한 AI 윤리 문제가 이미 논란이 됐다.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개발한 AI 챗봇 ‘이루다’는 2020년 12월 말 국내에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으로 한 달도 안 돼 퇴출되고 말았다. 이는 인공지능 AI 서비스의 개인정보 오·남용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 사회에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챗GPT’가 한국교회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면서 효율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과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목회 현장에서 많은 목회자가 ‘챗GPT’에게 설교문 작성을 맡긴 결과 단 몇 초 만에 해결하는 기술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능력에 대한 탄복과 함께 신학적이고 윤리적인 고민도 함께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목회자들이 설교를 준비하다 적절한 예화를 고민해 이를 ‘챗GPT’에게 맡기면 단숨에 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목회자들에게 ‘챗GPT’는 예화를 찾아주는 개인 비서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반드시 유념해야 할 문제가 있다. ‘챗GPT’가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에 대한 오남용의 문제는 물론이고 지적 소유권 침해와 같은 도덕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특히 표절, 저작권 등의 문제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는 그 책임은 ‘챗GPT’가 아닌 자신이 져야 한다.
이런 문제로 야기될 한국교회의 변화와 우려는 영성의 약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달 16일 발표한 논평에서 “기독교는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영성(靈性)이 약화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며 “과학발전의 시대에도 여전히 모든 것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神性)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과학계와 전문가들은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사고와 의식을 갖추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AI 윤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가 통제 불능의 신기술로 진화할 경우 그로 인해 야기될 문제 또한 사람의 통제 영역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편리한 생활을 위한 도구의 기능을 넘어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건 공상과학이 아닌 오늘 현실의 일이다. 이런 신기술이 본질을 망각하게 둘 순 없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판하거나 과도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제부터라도 이런 디지털 신기술을 신앙의 영역에서 건강하고 유익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깊은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AI 등 첨단 과학 기술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능력의 산물이다. 따라서 잘 사용하면 축복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신기술이 기독교 윤리와 충돌하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바른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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