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국방 지출을 늘리기 위해 오랜 전통의 기독교 휴일을 폐지하는 제안이 나오자 코펜하겐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일이었던 지난 5일, 5만 명에 달하는 군중이 거의 330년 된 휴일인 ‘위대한 기도의 날’(Great Prayer Day)을 폐지하자는 제안에 항의하기 위해 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CP는 전했다. 이 휴일은 부활절 이후 네 번째 금요일이며, 이번 시위는 덴마크에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로이터는 국방비 지출 수준을 예정보다 3년 앞당겨 나토가 주도하는 목표인 GDP의 2%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지출을 줄이는 수단으로 휴일 폐지안을 처음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초당파 정부의 일부로서 프레데릭센 총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약 45억 덴마크 크라운(한화 약 8,156억 원)을 확보하기 위해 휴일을 없앨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위대한 기도의 날’을 폐지함으로써 정부는 지출 격차를 메우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더 높은 세입을 기대한다고.
로이터에 따르면 프레데릭센 총리의 연정이 덴마크 의회에서 근소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폐지안에 대한 노조 지도자들과 경제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대한 대기도의 날’은 1686년 공식적으로 휴일이 되었을 때 처음에는 기도와 금식의 날로 만들어 졌지만 현대에는 더 일반적으로 ‘바르메베더’(varme hveder)로 알려진 따뜻한 밀빵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교회 종소리가 ‘위대한 기도의 날’의 시작을 알리고 제빵을 포함한 모든 작업과 상업은 휴일이 끝날 때까지 중단됐다. 금식 외에도 덴마크인들은 도박과 여행 같은 ‘세상적 허영심’(worldly vanity)을 삼가도록 권고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작업 중단을 피하는 방법으로 덴마크의 제빵사들은 목요일에 버터를 넉넉히 곁들인 밀빵을 구워 다음날 데워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보존했다.
제빵은 더 이상 금지되지 않지만 현대 덴마크의 ‘위대한 기도의 날’은 최근 다양한 교파의 기독교인과 함께 모여 국가와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지켜지고 있다고 CP는 전했다.
‘위대한 기도의 날’ 외에도 1770년까지 덴마크에는 22개의 성일(holy days)이 있었지만 여러 정부 개혁에 따라 ‘세 왕의 날’(Three Kings’ Day)과 ‘성 요한의 날’(Saint John’s Day)을 포함해 그 날의 약 절반이 폐지됐다고 한다. 그러나 ‘위대한 기도의 날’은 그런 가운데서도 폐지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고.
CP는 “기독교 휴일을 폐지하려는 노력은 2021년 모든 설교를 번역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 초안이 도입된 이후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했다.
설교와 관련된 2021년의 법안은 이슬람 테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되었지만,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슬람 사원에만 제한을 둘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위해 교회도 포함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럽의 주교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후, 덴마크교회협의회는 프레드릭센 총리에게 “차별적이고 경솔한” 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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