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가 밝았다. 온 성도들이 하나님이 주신 귀중한 시간을 말씀과 은혜로 채워가며 나라와 사회, 교회와 가정에 빛과 소금이 되기를 소원한다.
새해를 맞아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들이 신년메시지를 발표했다. 한국교회가 지금의 힘든 환경을 딛고 일어나 다시 힘차게 도약할 것을 소망하는 동시에 나라와 사회에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다.
한교연은 “코로나로 잠시 위축됐던 복음 선교의 열정을 다시 뜨겁게 불태워야 할 때”, 한교총은 “1천만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한기총은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해가 되기를” 각각 소망했다. 그리고 교회협은 “새로운 역사의식을 가지고 하나님의 구원과 심판을 바라보는 새해”를 기원했다.
희망과 기대감에 가득 찬 연합기관들의 신년사와는 다르게 대한민국과 국민이 처한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인플레로 인한 물가 인상과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모든 경제 지표가 빨간색이다. 새해엔 버스 지하철 등 모든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올라 서민들에게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 했던가. 북한은 연말에 이어 새해 아침까지 탄도미사일 수 발을 쏘며 작심하한 듯 한반도의 평화를 깨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초대형 방사포에 전술핵 탑재 운운하며 핵 위협의 수위를 높이더니 아예 남한을 적(敵)으로 규정했다.
이런 엄중한 때에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첫날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를 방문해 군 지휘관들에게 철저한 대북 대비태세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앞으로도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면서 다양한 대칭·비대칭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인 도발에 나설 것”이라면서 “우리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새해 벽두에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를 찾아 군의 대북 태세를 점검한 매우 시의적절하다. 북의 상시 도발 위협에 위축되거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건 군수통치권자로서 당연한 책무이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 연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하자 우리 군은 지난달 30일 고체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 시험비행에 나서 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었다. 북에 대한 맞대응 카드 성격이다. 북한이 어떤 도발을 감행하든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 강한 정신력과 국방역량으로 당당히 맞서겠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새해 들어 우리 사회를 불안케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중국발 코로나 재확산 우려다. 중국은 방역 규제를 완화하자마자 한 달도 안되 약 4억 명이 확진됐다. 3개월 후엔 감염자가 12억7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데도 중국은 3년 동안 봉쇄했던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고 해외여행 규제를 다 풀었다. 그 여파로 전 세계가 코로나 재유입 공포에 떨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정부가 1월 초부터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에게 입국 전후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고, 단기 비자 발급도 제한하기로 한 거다. 코로나 사태 이후 평시의 5% 선까지 줄어든 중국발 항공편 일부를 더 축소하고, 도착 공항도 인천공항 한 곳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인을 상대로 한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는 미국, 일본 등 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 보느라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던 지난 2020년 초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고 확실하다는 뜻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를 다른 나라가 하는 걸 봐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순 없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아직도 지구촌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 3년간 우리 사회가 치른 피해와 희생도 말로 다 할 수 없다. 실내 마스크 제한 해제를 앞둔 마당에 중국발 코로나가 재유입돼 또다시 확산하는 상황은 상상조차 끔찍하다.
특히 한국교회는 지난 3년여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도 지난 정부와 방역당국은 한국교회를 마치 감염병을 퍼뜨리는 이기적이고 나쁜 가해자 집단으로 몰았다. 사회 각 분야는 시간이 지나고 일상이 회복되면 차츰 해소되겠지만 교회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고통을 여전히 감내하는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책임 소재를 인제 와서 가린들 이미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다만 다시는 그런 거짓 확증편향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지 못하도록 할 책임이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있다.
새해에 성도의 본분은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이다.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나 세상에 빛을 발하기 위해 성도 각자가 잠든 영성에서 깨어나 삶을 변화시키는 노력과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요행으로는 새해라고 달라질 게 없다는 말이다.
모든 이들이 유독 새해 아침에 각별한 의미를 두는 건 지난해에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새로운 계획을 실천하는 출발점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올 한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새로운 시간과 기회를 주신 주님이 함께하시면 두려울 게 없다. 2023년 희망에 찬 새해, 독자 여러분의 교회와 가정에 주님의 평강이 넘치시기를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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