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을 우려하는 교계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교회연합,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등 700여 단체들은 17일 성명을 발표하고 2022 교육과정 시안’의 전면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700여 개나 되는 단체들이 아직 시안에 불과한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폐기를 촉구하고 나선 건 예사로 볼일이 아니다. 그만큼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이 중대한 흠결을 지니고 있고 그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헌법을 벗어난 편향된 이념에 기반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이는 망국 행위이므로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시안에 들어있는 편향적인 이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어찌 보면 교계가 해묵은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런데 조금 깊숙이 들여다보면 무엇이 심각한 문제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교계는 이번 시안에서 여성과 남성의 ‘양성평등’을 50여 가지 젠더를 의미하는 ‘성평등’으로 기술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결국 동성애자·LGBT 등의 ‘성 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로 둔갑시켜 차별금지법을 정당화하고 끝내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려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동반연, 진평연 등 60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교육정상화를바라는전국네트워크’(이하 교정넷)가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인식하고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정넷은 지난 13일 오후 교육부가 있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고, 일부 참가자는 현장에서 삭발로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이익단체도 아닌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삭발식 같은 과격해 보이는 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이 있다.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라인으로 여론 수렴을 한다 해놓고 정작 시안엔 이런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차 온라인 여론 수렴 기간에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꾸어 달라’, ‘양성 이외의 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와 청소년 가치관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용어를 삭제해 달라’는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의견을 깡그리 무시했다. 도리어 이런 국민적 여론을 담은 의견을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여기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교정넷의 주장대로라면 교육부는 겉으론 두루 여론을 수렴하는 척하고 이미 정해진 방향대로 집필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남녀의 성을 구분하는 ‘양성평등’이 아닌 ‘성 소수자’를 인정하는 ‘성평등’ 개념을 교육과정에 넣으려는 계획을 초지일관 그대로 밀어붙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15년 제정된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법의 취지는 남녀 성별에 따른 차별과 편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 제3, 제4의 성 보호를 염두에 둔 게 아니다.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려는 측의 집요한 시도 또한 글자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라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 즉 성 소수자를 법의 테두리에 포함하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지난 6월 30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양성평등기본법’에 나오는 ‘'양성평등’이란 표현을 ‘성평등’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왜 이 개념을 반드시 법으로 바꾸려 하는지에 대해 권 의원은 “일부 보수단체들이 ‘양성평등기본법’을 근거로 ‘성 소수자’ 인권 보호 배제를 주장하며 자의적으로 해석해 성차별을 조장했다”고 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양성평등기본법’을 근거로 ‘성 소수자’ 인권 보호 배제를 주장하며 자의적으로 해석해 성차별을 조장했다는 그의 주장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일부 단체들이 이 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그렇다. ‘양성평등기본법’의 정신을 누가 훼손하고 있는지 최소한 피아는 구분해야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지 않겠나.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남녀 외에 다른 성을 만드신 일이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사람도 남자인 아버지와 여자인 어머니에 의해 태어나 성장한 인격체이지 제3의 성에 의해 잉태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동성애가 이성 간이 아닌 동성 간의 육체적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는 이들의 산물일 순 있어도 이들 역시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교계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존엄성 관점에서 옳은 것을 옳다 하고 잘못을 그르다고 하는 걸 차별·혐오라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집단 몰이다.
교계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첫째는 복음적 관점에서 잘못을 눈감을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해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수의 인권을 보호한다면서 다수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하고, 성 소수자는 싸고돌면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배척하는 것이야말로 위험하다.
‘성 소수자’도 분명 우리 사회 구성원 중 하나다. 따라서 나와 생각이 다르고 성 가치관이 다르다고 집단적으로 차별, 혐오하는 것에 동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릇된 성행위를 비판하는 것까지 차별·혐오로 규정하는 건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한 인권 억압이다. 내가 하는 차별·혐오는 문제없고 네가 하는 반대와 비판은 무조건 차별·혐오로 모는 ‘갈라치기’가 사라져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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