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교회(담임 정세곤 목사)가 지난 21일 진행한 가정예배세미나에서 백흥영 목사(공명교회 공동목사)가 ‘자녀들로 하여금 묻게 하라’(수4:20~24)라는 제목으로 가정과 다음 세대를 진단하고 가정 안에서의 신앙교육과 가정예배에 대해 소개했다.
백 목사는 먼저 다음 세대를 진단했다. 그는 “21세기교회연구소의 ‘2021 기독 청년의 사회 및 신앙 의식에 대한 조사’ 결과 78%가 신앙생활의 계기를 ‘가족(부모)의 영향’이라고 답했다. ‘친구와 지인의 영향’은 17%, ‘스스로’는 5%였다. 교회 출석 시기는 모태신앙 52%, 유치원 이전부터 중·고등학교중 시절까지가 34%, 성인 이후로는 13%다. 해당 조사는 기독교가 가족종교화됐다는 것과 어릴 적 신앙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크다. 부모가 교회 다녀야 자녀가 교회 다닐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어렸을 때 교회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복음을 듣기 쉽지 않다. 어렸을 때 신앙을 잡지 못하면 하나님을 믿기 어려운 사회구조로 되어 있다”고 했다.
백 목사는 “여호수아와 장로들이 죽고 난 이후 다른 세대인 사사시대가 돌입됐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신명기 6장에서 부모에게 계속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것을 명령했다. 부모들은 가정에서 영적 코마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신앙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여호수아와 장로들이 자녀들에게 신앙에 대해 끝까지 체크했다는 것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그나마 신앙을 가질 수 있었던 힘은 교회학교와 교회 목회자, 선생님들이 기도해주고 온 힘을 다해서 아이들 위해 수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세대 위기를 말한다. 코로나는 위기를 만든 게 아니라 위기를 촉진시킨 것이다. 더 중요한 건 가정신앙교육의 부재다. 지금의 가정은 불신자 양성소라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우리가 하나님이 없다고 가르친 적이 없지만, 하나님이 있다고도 얘기하지 않는다. 공교육 교과서에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그런데 집에서조차 이야기가 없다면 이 아이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을 곳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온다면 그나마 들을 수 있지만 이 아이가 교회를 떠나면 들을 기회가 없어진다”고 했다.
백 목사는 신앙의 대가 끊어진 이유를 ‘교회와 가정의 신앙 분리’, ‘부모와 자녀의 관계 분리’로 진단했다. 그는 “신앙교육의 주체가 부모, 가정인데 자연스럽게 교회로 바뀌면서 아이를 교회로 데려오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또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부모가 믿는 하나님도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특별히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좋아야 아이가 신앙을 가질 기회를 제공해준다. 가정과 교회가 분리되었다면 부모는 가정에서 분리된 것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며 부모의 사명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부모의 역할은 게이트키퍼다. 게이트키퍼는 커뮤니케이션의 관문을 지키는 사람이란 뜻으로 뉴스나 정보의 유출을 통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세상에 있다가 돌아왔을 때 게이트키퍼가 돼야 한다. 우리가 가시적인 게이트키퍼 역할은 잘 한다.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면 해결하려 하지만 영적인 게이트키퍼 역할은 내려놓고 아이가 어떤 신앙의 생각을 하는지 묻지도 않는다. 부모는 가정 안에서 자녀들과 함께 계속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찾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부모의 역할은 선교사다. 사도 바울의 말처럼 우리는 다 믿음의 경주자다. 그런데 자녀를 낳으면 경주자란 말보다 계주자란 말을 쓴다. 내 자녀에게 내 신앙의 배턴을 넘겨야 한다. 타지역에 나가서 복음 전하는 걸 수평적 선교사라 한다. 수직적 선교사는 세대와 다음 세대에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다. 자녀가 있다면 다 수직적 선교사가 된다”고 했다.
이어 “요즘 청소년 중 3.8%만 예수님을 믿는다고 한다. 한 반에 25명이 있으면 4%가 돼야 1명이다. 내 자녀, 내 손자가 중학생이 된 순간 반에 기독교인이 혼자인 거다. 이 아이는 미전도 종족 파송선교사로 가는 것이다. 이 아이가 혼자서 신앙을 지키기 쉽지 않다. 내 자녀, 내 손주가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최소 자신의 신앙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폴 트립은 ‘완벽한 부모는 없다’라는 책에서 부모의 역할은 악천후 피하는 집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자녀들이 하나님을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게 부모의 역할, 사명”이라고 했다.
백 목사는 “저희 부부가 하나님 은혜 받은 걸 나누는데, 이게 아이들에게도 전해져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했었다. 성경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안에서 경험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정 예배의 시작이었다. 내 자녀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는 말씀 안에서 경험하는 것이고 부모를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이야기가 우리 가정에서 커지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제가 가정예배를 10년째 드리고 있지만 뒤늦게 알게 된 한 가지가 있다. 가정예배 매뉴얼을 가르친다고 해서 사람이 변화되는 게 아니다. 결국 부모의 역할, 가정의 역할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런데 잘 안 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많이 끊어져 있거나 끊어져 있지 않더라도 몇 가지 이야깃거리가 확인, 점검, 통제다. 결국 자녀와의 관계는 패밀리 타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도 이름이 바뀐다. 0세부터 2세까지는 케어 기버(Care Giver), 3~11세는 캡스(Caps), 12세~18세까지는 코치(Coach), 19세부터는 컨설턴트(consultant)다. 결국 초등학교까지는 부모의 영향력 안에 있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향향력이 없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까지 신앙을 가진 경우가 70~80% 이상이다. 그때 복음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백 목사는 “자녀에게 신앙을 전달할 때 관계 형성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집은 큰아이가 7살 때부터 가정예배를 시작해서 11년이 됐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엔 무조건 떠들면 혼내고 애들이랑 놀지 않고 예배만 드렸다. 훗날 놀고 나서 예배드리는 걸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주고 하나님의 이야기가 들려져야 한다.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 형성을 위해 보드게임도 같이하고 오락게임도 하고, 추억의 여행도 갔다. 즉, 아이들과 소통하는 걸 만들어 주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정예배의 유익에 관해 “가정예배의 유익을 묻는 질문에 항상 할 말이 없었다. 아이들이 특출나게 좋아진다거나 하는 게 없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가정예배를 드리자고 하면 거부감없이 그 자리에 앉는다. 또 하나님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귀를 막지 않고 공감해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들이 다들 놀라워하셨다. 제가 뒤늦게 깨달았다. 어렸을때부터 계속 하나님 이야기를 끄집어냈었을 때 아이들이 귀를 닫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 첫째와 둘째 아이가 하나님이 살아계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엄마, 아빠가 했던 그 삶의 경험들을 봤기 때문에 부정하기 어렵다며 헷갈린다는 것이다. 결국 신앙교육은 성경을 달달 외우고 교회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신앙교육은 신앙의 경험이다. 이런 하나님이셨다고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이야기할 때 아이들이 같이 경험된다”고 했다.
그는 “결국 공간, 공유, 공감이 필요하다. 자녀들과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구별된 공간을 만들어서 그 공간 안에선 삶의 공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공감이다. 공감은 들어주고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했다.
백 목사는 “신앙교육은 들려주는 교육, 보여주는 교육, 반복 교육, 함께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애들이 자고 있으면 머리맡에서 기도해주면 된다. 아이들은 기도의 내용은 기억도 못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내가 잠자는 그때 와서 날 위해 기도해 줬다는 걸 기억한다. 내용을 듣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보는 것이다. 과거 우리 어머니들은 새벽기도에 아이들을 업고 가서 기도했다. 아이들은 무슨 기도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한 가지 날 위해서 기도했을 거라는 건 안다. 그 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또 계속 반복해야 한다. 아이들이 말씀 안에서 언어를 통해서 배우고 경험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마지막 함께하는 교육이다. 자녀들 신앙교육은 가족이 함께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주일 저녁 예배가 끝나고 근처 카페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5~7분 사이에 그날 들은 설교 말씀을 나눈다. 아이들은 빵을 먹으러 가지만 저희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리마인드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이것이 가정에서 신앙교육”이라고 했다.
백 목사는 “결국 들려주는 교육, 보여주는 교육, 함께하는 교육, 반복하는 교육을 한 공간 안에서 같이 이야기하는 걸 가정예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림책 가정예배, 달력을 활용한 이슈형 가정예배, 토요 가정예배, 라디오 가정예배 등 가정예배의 다양한 모델을 소개했다.
백 목사는 “가정예배의 핵심은 결국 하나님을 기억하는 자리를 만들고 하나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가는 곳곳마다 단을 쌓고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말씀, 기도, 찬양 이 세 가지가 다 있으면 좋지만 때로는 말씀만, 때론 기도만, 때로는 찬양만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엄마, 아빠의 훈계 시간이 되면 안 된다. 일방이 아니라 양방이 돼야 한다. 또 하나는 엄격함이 아니라 행복함으로 해야 한다.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역할은 여호수아 4장 말씀처럼 이 돌들이 무엇이냐고 후일에 자녀들이 묻거든 여호와의 손이 강하신 것과 너희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걸 가르쳐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와 가정의 역할은 자녀들로 하여금 묻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동시에 부모가 어떻게 하나님을 만나고 있는지 하나님께 무엇을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경험되기 전까지 가정예배가 이뤄지긴 쉽지 않다. 다시 한번 우리가 회심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계주자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놓치고 있었다면 그 일들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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