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의 확산이 갈수록 기세를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구대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현실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자율·과학방역의 위태로운 앞날을 말해주는 듯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8월 7~13일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가 1만6452명으로, 집계된 216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아무리 치명률을 뺀 단순 확진자 수라지만 1위를 기록했다는 건 아무래도 불명예다.
그런데 방역 당국의 진단은 전혀 다르다. 확진자 수는 늘고 있지만, 치명률은 해외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가장 높은 수준”이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OECD 국가 중 치명률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백 청장은 그 근거로 다른 주요 국가보다 낮은 ‘엄격성 지수’를 들었다. 백 청장이 언급한 ‘엄격성 지수’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전 세계 180개국의 방역 통제 대응 수준을 평가한 지수를 말한다. 이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중간값보다 낮고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8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확산세는 결코 예사로 볼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도 지금의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통계상 치명률이 낮더라도 위중증 환자는 예외라는 점과 집단 감염의 위험도가 높을수록 의료체계 등 사회적인 부담감이 가중되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국내 감염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BA.5 변이는 가볍게 여길 대상이 아니다. 이전 변이에 비해 확산 속도가 빠르고 과학적으로 정체가 규명되지 않아 더 그렇다. 그런데도 사회적인 분위기는 거거 ‘거리두기’ 때와 같은 위기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심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감소한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확진자 급증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방역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추락하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자율·과학 방역의 기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전 정부 방역정책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데서 찾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왜 그런가 살펴보니 도처에 문제가 있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의 이행 정도를 점검해 본 결과 설정 과제의 절반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일 로드맵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과학방역‘을 하겠다며 내놓은 감염병 대응 시스템 개편 계획표다.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동네 병·의원 치료 체계를 갖춘 것 정도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을 ‘자율·과학방역’의 탓으로 돌리는 건 온당치 않다. 전문가들도 ‘자율·과학방역’이라는 방향에 동의하면서 확진자·격리자 지원 대책 등이 소홀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유지하고 기조가 문제가 아니라 알아서 조심하고 걸리면 스스로 낫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는 당국의 관리 부실이 문제라는 것이다.
방역에 대한 불편한 지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전 정부처럼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방식의 방역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하는 논란은 아직은 없다. 그 부분은 우리 사회가 이미 통제 중심의 국가 주도 방역이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지향할 목표가 아니란 점에 이미 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룬 증거가 아닌가 한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자율방역의 사회적 공감대가 깨지는 상황이 오지 말란 법은 없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 전문기관들은 앞으로 2~4주 후를 하루 확진자 30~40만 명이 나오게 될 대유행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묶였던 추석 연휴 민족대이동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지난 3년간 예배를 통제 당했던 한국교회로선 흔들리는 자율·과학방역의 처지가 위태롭지 않을 수 없다. 강 건너 불구경 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감염 위험을 자발적으로 줄여나가는 자율방역 기조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예배 통제조치로 엄청난 내상을 입고 그 상처를 회복해 가고 있는 한국교회에도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막바지 여름행사를 잘 마무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추석을 전후에 일제히 열리는 장로교단의 9월 총회 중에 집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무엇보다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