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이후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성연구는 대단히 과감하였다. (아마도 2차 대전과 냉전의 영향 같다) 성의 신비가 깨어지고 있었다.
1948년에 『남자의 성행동』을 발표한 킨제이는 1953년에 『여성의 성행동』을 발표하였다. 이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빌헬름 라이히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자유가 허용된 미국에서, 이미 오르가즘을 증진시킨다는 orgone box로 “악명 높은” 성적 컬트와 무정부주의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1950년에 오르곤유아연구센터(the Orgonomic Infant Research Center. OIRC)을 설립하고, 소아를 상대로 성적 실험연구를 하였자. 나중에 그 소아들이 성학대를 당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라이히는 연구소를 닫아야 했다. (킨제이처럼 라이히도 소아성애자였던 것 같다) 결국 말년에 FDA가 orgone box가 사기라고 고발하여 감옥에 갇혔다가 1957년 감옥에서 죽었다.
1950년대 맥길대학의 심리학자 James Olds와 Peter Milner가 쥐를 실험동물로 하여, 쥐가 우연히 레버를 눌러 자신의 뇌의 쾌락중추를 전기자극하게 하는 실험을 하였다. 우연히 레버를 눌러 쾌락을 한번 경험한 쥐들은 또 누르게 되고 그래서 지쳐 죽을 때까지 뇌 자극만 하더라는 것이었다.
1954년 툴레인대학의 정신과교수 Robert Heath가 그런 뇌 쾌락중추 전기자극 실험을 직접 사람에게 하였다. 한 피험자는 쾌락을 위해 3시간에 1,500번 스위치를 눌렀다 한다. 그러나 쥐와 달리 인간은 죽기 전에 자제를 할 수 있었다. Heath는 동성애자들에게, 그들이 혐오하는 이성애 성교장면을 영화로 보여주면서 뇌의 쾌락중추를 전기자극하였다. 일종의 파블로브식으로 조건화(학습)시킨 것이다. 그 결과 상당수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동성애는 여전히 정신장애 내지 사회적 범죄로 혐오의 대상이었다. 정치권은 말할 것 없었고, 미국정신의학회도 1952년 처음으로 자신들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소위 DSM-I)을 만들면서 동성애를 정신장애에 목록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정신과의사나 성학자들은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전환치료하는 일에 열심이었다. 심지어 킨제이도 자신의 성연구소에서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동성애 전환치료를 시도하였다. 당시 혐오치료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동성애자들에게 동성애 장면을 보여주면서 전기자극하거나 구토제를 먹였다. 이 경우는 동성애와 불쾌(고통) 자극이 결부되어 동성애를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방법도 당시에 60%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다음 이야기할 마스터즈도 전환을 위한 성치료를 개발하였다.
1957년부터, 킨제이 연구에 자극받아, 산부인과 의사 마스터스(William Masters 1915–2001)과 심리학자 존슨(Virginia Johnson 1925–2013)이 센트루이스 워싱턴대학 the Reproductive Biology Research Foundation에서 실제 남녀를 대상을 성교를 하게하고 이를 생리학적으로 기록하는 연구를 하였다. 그들의 연구는 1957년경 시작되었고, 1966년 『인간의 성반응』과 1970년 『인간 성의 불완전함』(성적 장애라는 의미)라는 저술로 나타났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처음 연구대상들은 창녀와 창부였으나, 후반부에서는 지역사회로부터 남자 312명, 여자 382명의 주로 백인 고학력 부부들이 “과학연구의 이름 아래” 자원하였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연구 대상 남녀가 짝을 지어 성행위를 하게 하였고, 1만번 이상의 성교 행위에서 나타나는 성기 반응과 기타 생리학적 변화를 측정하였다. 그리하여 4단계의 인간의 성반응이 보고되었다. 특히 연구결과 중 여성의 성적 흥분 시 질분비의 근원, 질 자극과 음핵자극의 효과는 비숫하다는 것, 남자에서는 오르가즘 후 당분간 불응기가 있으나, 여자는 다중 오르가즘이 가능하다는 것 등이 센세이셔널 하였다. 무엇보다 여자 섹슈얼리티 실상을 보여줌으로 생리적으로 남자와 같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노인들도 젊은이들과 같은 성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마스터즈와 존슨은 연구를 토대로, 조루증, 임포턴스, 성교통증, 여성 불감증 등 성기능장애를 치료하는 성치료(sex therapy)를 개발하였다. 이는 그들의 성 연구만큼 “혁명적”이었다. 치료대상인 커플에 대해 남녀 전문치료자가 배우자 대리로서 성행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 역시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포르노제작 업체들이 이를 포르노의 소재로 삼은 것은 당연하다.
마스터즈와 존슨은 동성애자들을 실험실에서 성교하게 한 후 그들의 행동과 성적 반응을 관찰하였다. 그 실험의 부산물로, 동성애자들은 상호자극으로 성행위를 시작하나, 조만간 은연 중에 한 파트너가 다른 편을 통제(지배)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들은 또한 자신들이 개발한 전환치료방법을 6년간 시행한 결과 71.6%의 성공률을 보았다고 주장하였다.
비판도 거셌다. 무엇보다도 연구대상자들의 섹스에는 인간 고유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리할 공간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킨제이처럼 오로지 오르가즘과 사정이었다. 또한 그들의 연구는 인간의 성행동에서의 개인적 및 문화적 의미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된다. 연구방법에 대해서도, 연구대상자들이 섹스노동자로서 성경험이 풍부하여 그들에서 나온 결과를 일반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연구실 환경이 아무리 편안하게 꾸민다고 해도 집안의 사생활에서와 다르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존슨은 심리학 전공자도 박사도 아니었다.
당연히 스캔들도 있었다. 마스터즈와 존슨 두 사람의 관계는 가십의 대상이 되었다. 마스터스에게 부인과 자녀가 있음에도 두 연구자도 더불어 성교를 하면서 연구에 참여하였다. 두 사람은 결국 연인이 되었다.
킨제이, 라이히, 히스, 마스터즈, 등등이 사람을 대상으로 “부끄러운” 성을 과학의 이름으로 연구를 했다는 것이 그 이전이나 현재의 “연구 윤리”에 비추어볼 때 매우 놀랍다. 이들의 무모하고 과장되고 편향된 연구들은 섹스를 하찮은 “재미” 수준으로 격하하는데 일조함으로 성혁명을 조장하였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는 안중에 없었다. 그 결과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우리는 70여년 후 현재 성문화에서 보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결과는 개방적 성교육, 차별금지법, 그리고 원숭이두창이다. (계속)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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