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고 함께 하시는 분이십니다. 이 영원히 변치 않는 명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 출애굽기입니다. 출애굽기는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약속은 예배에 있어 중요한 본질입니다. 예배를 받으실 하나님과 예배를 드릴 예배자가 ‘언약(covenant)’이라는 약속을 통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예배자가 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임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창조된 날부터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지어진 예배자이며, 이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언약입니다.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소설로 잘 알려진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은 인간의 삶이 끝없이 분주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고통스러울 만치 분주하게 하는 것들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는 트웨인의 말이 옳음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직장과 가정, 교회와 사회의 각종 일들을 도맡아가며 정신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돈을 벌기 위해, 승진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시대의 각종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여러 강의와 세미나로 몰려듭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물질적 쾌락을 통한 성취감을 얻기 위해 모든 힘을 다 쏟기도 합니다.
출애굽기는 괴로운 마음으로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들은 애굽의 통치아래 고통과 고난으로 가득한 무가치해 보이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의 자손들인 이들은 곤경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그들의 삶은 하나님으로부터 거의 잊힌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의 상황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하나님은 모세를 보내어 그들을 구원하게 하셨습니다.
출애굽기는 구원의 이야기이자, 하나님의 백성들이 상상한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이야기입니다. 고뇌에 찬 이야기로 시작해 하나님의 사랑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끝이 납니다. 노예생활을 하던 백성들에 대한 하나님의 돌보심과 자비를 통해, 출애굽기는 하나님이 그 어떤 것과도 비할 수 없는 능력과 보호하심으로 자신의 백성들을 속박에서 건져내실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출애굽기는 애굽의 억눌림으로부터 떠나는 이스라엘의 이야기입니다. 이 노예 생활에서의 ‘탈출’은 근본적으로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하신 계획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백성들을 구원하시는 과정을 통해 사랑과 자비의 성품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더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예배의 삶 가운데 그분께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계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은 노예상태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백성들의 목소리를 들으시는 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아브라함과 맺은 그의 언약을 기억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스스로를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모세를 부르심으로 구원 사역을 시작하셨습니다. 하나님은 하나의 부족신이 아니라 ‘스스로 있는 자(I am who I am)’로서, 최종적 주권을 행사하시는 거룩한 하나님이셨습니다. 모세와 같이 하나님의 존전 앞에 우리는 경외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우리의 얼굴을 감추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불로 없애시기보다는, 우리를 사랑의 관계로 이끄시며 구원의 목적을 위해 우리를 부르십니다.
출애굽기 7장 14절부터 11장 10절에 기록된 애굽에 내리는 재앙을 통해 예배는 분명 자연과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완전하신 통치권임을 깨닫게 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애굽에서 벗어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탈출기를 통해 어떻게 그들을 애굽의 왕과 권세에서 구해내시는지 우리는 하나님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예배해야함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의 궁핍함에서 벗어나 시내(Sinai) 산에서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경험합니다. 출애굽기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그의 백성들을 사랑하기 원하신다는 것을 명백하게 그리고 감사함으로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호와는 나의 힘이요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시로다 그는 나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그를 찬송할 것이요 내 아버지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그를 높이리로다”(출 15:2)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언약의 약속으로 새롭게 세우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의 속박으로부터 구원하셨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그의 권능이 인간의 권세와 이교도 신들, 자연의 섭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장자들의 생명을 보호하시고, 후손들이 하나님의 은혜로운 구원을 기억할 수 있게 유월절을 기념하도록 하셨습니다. 예배자로서 우리의 예배 역시 하나님의 구원에 초점을 두며, 예수님의 만찬에서 기념되었던 것과 같이 예수님의 죽음으로 구원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도 성찬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출애굽기 15장에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셨음을 기쁨으로 노래했던 이스라엘의 백성들이 등장합니다. 이 구원의 노래는 바로의 군대로부터 구해주신 하나님을 찬미하는 구약성경 최초의 노래로, 아론과 모세의 누이이자 최초의 여선지자인 미리암이 인도합니다.
“이 때에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이 이 노래로 여호와께 노래하니 일렀으되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여호와는 나의 힘이요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시로다 그는 나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그를 찬송할 것이요 내 아버지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그를 높이리로다”(출 15:1-2)
우리는 보통 ‘선지자’라고 하면 미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에 통찰력을 지닌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리암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이미 행하신 일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부르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공급하셨던 것을 상기하는 것 역시 예배의 중요한 본질입니다. 로버트 웨버(Robert E. Webber) 박사는 그것을 예배에서의 ‘기억(Remember)’과 ‘재현(Representation)’이라고 했습니다.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다. 우리 개인의 삶에, 우리 가족에게, 우리 교회에게, 그리고 우리나라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이끌어주는 중요한 사건들을 기억할 때, 우리의 마음은 종종 기쁨으로 가득 찬다. 성경적 예배는 바로 이런 것이다.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대해 말하고,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현의 동작을 통해 더 큰 기쁨을 얻는 것이다.” 로버트 E. 웨버, “예배의 고대와 미래”, 가진수 번역, (인천: 워십리더, 2019), 30p.
예배는 하나님의 구원하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 부활, 다시 오심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입니다. 미리암의 노래는 하나님의 장엄함과 신실하심 그리고 사랑을 기억하게 합니다. 미리암은 그녀가 가진 음악적 재능으로 이스라엘 여인들이 노래와 춤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안전하게 홍해를 건널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미리암이 그들에게 화답하여 이르되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하였더라”(출 15:21)
하나님은 단순히 우리 입술의 찬양이 아닌, 그의 명령에 복종함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기 원하십니다. 백성들을 자유케 하신 후, 하나님은 백성들과 맺은 언약을 재확인하셨습니다. 그리고 시내 산에서 십계명을 선보이셨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언약의 조건이었습니다.
출애굽을 시작해 가나안땅으로 들어가기까지의 40년 광야생활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매일 공급하시는 만나와 메추라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았고, 구름기둥과 불기둥은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증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늘 부족하지 않게 인도하시며 이 모습은 예수님이 하신 말씀과 동일합니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마 6:23-24)
오늘 우리 예배자들의 삶도 하나님께서 돌보시고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확정된 이상 하나님은 우리를 늘 부족하지 않게 해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마 6:25)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의 모든 삶에 간섭하셔서 도와주심을 기억해야합니다. 특히 우리 예배자들에게는 성령님을 통해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모든 것’은 100%를 말하며,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주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찬양 받아야 할 특별한 권리를 알리시며 법규를 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신들과 우상들은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다른 신들에 대한 예배를 참지 않으시며, 찬양 받음의 영광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도 없습니다. 10계명 중 네 계명은 하나님과의 약속이며 여섯 계명은 사람들과의 약속의 계명입니다. 십계명은 오래된 율법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며, 지금도 우리가 왜 하나님을 예배해야하는지에 대한 예배의 목적과 대상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출애굽기 20장에서 23장에는 지혜와 긍휼에 대한 법규들이 나와 있습니다. 제단에 관한 법(출 20:22-26), 종에 관한 법(출 21:1-11), 폭행에 관한 법(출 21:12-27), 배상에 관한 법(출 22:1-15), 도덕에 관한 법(출 22:16-31), 공평에 관한 법(출 23:1-9), 안식년과 안식일에 관한 법(출 23:10-13), 세 가지 절기에 관한 법(출 23:14-19)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기도 하지만 그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외면하고 다른 신을 탐할 때 무서운 진노를 내리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경배할 때, 하나님의 진노는 뜨겁게 타올랐고 백성들은 무거운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는 오직 홀로 찬양 받으시는 하나님을 제쳐두고 다른 신들을 먼저 좇아가는 우리의 성향을 보여줍니다. 지금도 우리가 예배자로 살면서 세상을 따라 살 때에 하나님이 가장 미워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합니다.
출애굽기에서 우리는 영광스러운 하나님과 만나게 됩니다. 출애굽기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예배의 중심이 되는 성막이 하나님의 영광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말씀들을 통해 우리들이 하나님께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서로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등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성막을 세우시고 우리들이 전심으로 예배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의 영광이 성막을 가득 채우는 것으로 출애굽기는 막을 내립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우리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것으로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모세조차도 그 영광 앞에 머리를 들 수 없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출애굽기는 경외감으로 가득한 영광을 지니시고 존귀와 찬양과 경배를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출애굽기를 통해 하나님과 어떻게 예배해야하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구원의 언약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시겠다는 약속은 이미 오래전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던 말씀입니다. 너와 네 민족을 구원할 것이며 함께하실 거라는 구원의 약속은 아브라함과 이스라엘 백성들뿐 아니라 지금도 하나님의 자녀들인 우리들에게 해당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이자 예배자들로 창조된 우리들을 창조주 하나님은 버리지 않으시고 영원히 구원하신다는 말씀입니다.
둘째, 예배 예식에 대한 기초를 보여줍니다. 출애굽기 25장에서 31장에는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양식과 예식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성소를 지을 예물, 증거궤, 진설병을 두는 상, 등잔대와 기구들 그리고 성막과 제단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등불 관리, 제사장의 옷, 판결 흉패, 제사장의 다른 옷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제사장의 직분과 분향할 제단, 회막 봉사에 쓰는 속전, 놋 물두멍, 거룩한 향기름, 거룩한 향, 안식일, 증거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예식과 절차는 오랜 역사를 거쳐 지금까지도 예배에 기초가 됩니다. 하나님께 예배할 때 우리의 마음뿐 아니라 하나님의 존엄에 예의를 갖추고 존귀와 찬양과 영광을 돌리는 모습이 참된 예배입니다.
그리고 상징적인 예술품 혹은 예술적 작품은 하나님을 배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출애굽기 36장부터 39장에는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에 마음뿐 아니라 필요한 언약궤와 상, 등잔대, 제단, 번제단, 놋 물두멍을 비롯한 성막 재료의 물자 등을 정성을 다해 준비할 것을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예배하는 예식의 하나하나까지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세심함을 찬양해야합니다. 우리가 거룩한 하나님께 예배 드릴 때 경솔하게 혹은 부주의하게 드려서는 안 되며, 마음뿐 아니라 정성껏 준비하는 태도 또한 참된 예배의 모습입니다.
셋째, 예배의 순서와 요소를 보여줍니다. 예배는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만나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며, 하나님 말씀을 듣고 순종하며, 이를 통해 백성들에게 알리고 행하는 과정은 지금 우리가 드리고 있는 예배의 순서이자 양식입니다. 지금도 우리의 예배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말씀, 감사와 결단, 파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출애굽기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자손들에 대한 축복과 영원히 함께하심에 대한 증거입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삶에서 모세를 통해 인도하는 모습은 흡사 영원한 죄악 가운데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 죄인들을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시는 유월절 어린양의 피는 우리에게 구원의 보혈을 상징합니다.
우리를 일찍이 택하시고, 지으시고 지금도 이끌어주시는 구원의 하나님을 주일예배를 비롯한 공예배뿐 아니라 우리의 삶 가운데 예배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참된 예배자이며 지금도 만나와 메추라기를 통해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과 40여년의 광야 생활은 우리 인생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죄악 가운데 이끌어내셨으며, 만나와 메추라기를 통해 일용할 양식을 먹이셨던 것처럼 지금도 우리 삶에 말씀으로 날마다 함께 하십니다. 출애굽과 광야생활을 거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은 하나님이 준비하신 하늘나라입니다. 영적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의 예배는 쉬지 않을 것이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참된 예배자로서 우리 앞에 펼쳐 진 광야의 삶을 날마다 승리할 것입니다.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예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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