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현금을 건네주던 ‘비밀 산타’ 래리 스튜어트가 향년 58세로 2007년 1월 12일 숨을 거뒀다고 한다. 스튜어트의 업적과 뜻을 기리는 웹사이트 ‘비밀 산타 USA’는 13일 “스튜어트가 12일 오후 1시 45분경 식도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캔자스시티 교외에 거주하는 사업가 스튜어트가 ‘비밀 산타’로 변신하게 된 사연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 그해 겨울 휴스턴에서 직장을 잃고 이틀 동안 굶은 그는 무작정 한 식당으로 들어가 아침을 시켜먹은 뒤 지갑을 잃어버린 척했다. 그런데 그의 사정을 이해한 식당 주방장이 “바닥에서 주웠다”며 20달러를 그에게 건네줬다. 이에 감동한 스튜어트는 자신처럼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 식당 주방장처럼 살기로 마음먹었다. 79년 12월. 그의 선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3]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또 다시 직장에서 쫓겨난 스튜어트는 한 드라이브인 식당에 들렀다가 초라한 옷차림의 웨이트리스에게 20달러를 건넸다. 현금을 받고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는 웨이트리스를 본 그는 곧바로 은행에서 200달러를 잔돈으로 인출해 도움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5∼10달러짜리 지폐를 나눠주며 해마다 12월이면 ‘산타’로 변신했다.
[4] 그는 1992년 시작한 장거리 전화 사업과 케이블 TV 사업으로 큰돈을 벌게 된 후 현금의 단위를 100달러로 올리고, 캔자스시티는 물론 미국 전역으로 ‘얼굴 없는 산타’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 미국에서 살아본 나는 100달러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돈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스튜어트가 방문한 장소에는 2001년 9·11 테러로 슬픔에 잠긴 뉴욕과 2004년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플로리다도 있었다.
[5] 그리고 99년에는 28년 전 도움을 준 휴스턴의 식당 주방장을 수소문 끝에 찾아내 1000달러를 보답하기도 했다. 스튜어트가 26년간 불우이웃들에게 나눠준 돈은 약 130만 달러(약 1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정체는 작년까지만 해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4월 식도암 판정을 받은 뒤에야 ‘은퇴’를 예감하고 11월 18일 <시카고 트리뷴>을 통해 자신의 비밀을 세상에 알렸다.
[6] 스튜어트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지난해 12월 22일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를 통해서도 국내에 소개됐는데, 그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내 뜻을 이어받은 대리인을 통해 나눔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탄절 시즌만 되면 주인공 아기 예수보다 더 인기를 독차지하는 산타가 좀 얄밉게 생각됐었는데, 스튜어트의 미담은 산타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좋게 바꾸어 놓은 것 같다.
[7] 이런 산타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스튜어트로 하여금 숨은 선행자가 되게 한 원인자가 누구인가? 식당 주방장 아니던가! 그로부터 먼저 은혜와 호의를 받은 까닭에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결심하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 물론 사랑과 친절을 받은 이라고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 우리처럼, 아니 나처럼 말이다.
[8] 요일 4:19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그렇다. 여호와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친절을 베푸셨다. 그 친절의 절정(climax)이 예수 그리스도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우리를 위한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보내주신 것이다. 그분의 ‘חֶסֶד’(khesed)가 먼저 발휘된 것이다. ‘lovingkindness’ 말이다.
우리 주님 탄생하신 성탄절이 다가온다.
[9] ‘개독교’란 혐오스런 말로 수치를 당하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빛을 발해야 할 것인지 각자가 나름대로의 구체적인 친절을 생각해야 할 때다.
매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가난한 이웃들에게 숨어서 선행을 실천해오다가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스튜어트의 친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도전이 크다. 우리 모두 코로나19로 암울한 우리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감동 주는 작은 예수, 작은 스튜어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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