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사람이 죽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년여 동안 쪽방 촌과 다리 밑 노숙자들은 코로나 19 전염에서 안전지대였다.
지난여름 나와 쉼터 형제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쉼터가 폐쇄되고 급식이 중단되는 7월에도 괜찮았고 그 이후 2차 백신을 맞은 사랑들에게 변종들의 돌파에도 끄떡없었다. 철저히 소독하고 매주 검사하고 거리를 유지하며 씻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연 11월 13일 할렐루야교회 김승욱목사님의 후원으로 치른 제 22회 광야인의 날 잠바 나눔 행사 때에 500여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행사를 한 후에도 무풍지대와 같았다.
그런데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들어서면서 쪽방 주민들 사이에 확진 자가 발생되고 동시에 길거리에 앉아 술을 마시던 노숙자들에게도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숙하던 텐트 족 중 한명이 숨졌고 그 뒤를 이어 술을 마시던 노숙자들이 줄줄이 감염되어 격리되었다.
또한 쪽방에 거주하면서 중독자로 사는 영식이가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격리 당하게 되었다. 몸은 돌보지 않고 늘 술에 젖어 살아오고 있으니 영양부족에다 면역력이 떨어져 걸리게 되었다고 본다. 잘 먹지 못한 채 박스와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상원이도 확진 자가 되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것은 2년 정도 몸이 아파 힘들어했던 80이 된 차명옥 주민이 119로 이송 중에 돌아가셨다. 이제 차명옥과 함께 한 시대를 호령했던 삼총사가 늙고 힘이 빠져 역사의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다.
이런 난리 통에도 오늘은 두 팀이 방문했다. 김영환 박사님이 이끌고 있는 샬롬나비와 황은혜목사님이 이끄는 그레이스 선교교회이다. 샬롬나비 회원들은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린 후에 쌀을 가지고 쪽방 촌 몇몇 집을 방문하고 기도를 해드렸다. 쪽방에 사는 분들이 참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고아 출신 종대는 외롭고 지친 모습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고, 내원이는 이불속에서 뒹굴고 있었다. 내원이 옆방의 영식이는 확진으로 격리 중인데도 술을 마시고 눈동자가 허옇게 풀려있었다. 거리를 유지한 채 기도를 해주고 나왔다.
쪽방 방문을 마치고 바깥배식 장소로 이동했다. 바깥에는 그레이스선교교회에서 온 성도들과 함께 우리 전도팀이 찬송과 함께 점심국밥을 배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선교교회 부목사님의 식사기도에 이어 배식을 하며 전도 찬양을 계속했다.
면역력 싸움인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쪽방촌의 노숙자들은 건강이 더욱 떨어진 모습들이다. 나눠드리는 국밥과 빵 등에 의존하며 줄선 사람들을 보며 특별히 리어카에서 자는데 다른 노숙자가 리어카를 끌고 간 적도 있다고 한 영식이 형제의 양 어깨를 잡아보니 뼈만 남아 있다, 가슴 속에서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그 어깨를 붙들고 '죽지 말고 살아남도록 하세요.' '주여! 주께서 날개깃으로 덮어 살게 하옵소서!' 속 기도를 드렸다.
저녁에 톡을 보니 김소장에게 문자가 들어와 있다. 상원이와 영식이 등 확진자들과 접촉했으니 내일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전염병이 휩쓸 던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성도들이 떠올랐다. 가족들도 내다버린 시체를 치우며 그 시대를 섬겼던 2,3세기의 로마의 초대교회 성도들과 전염병에 유럽 인구의 4분의 1이 죽어 나가 던 종교개혁 시대에 금지구역을 넘나들며 전염 된 성도를 돌보았던 존 칼빈과 콜레라가 휩쓸 던 조선말의 개화기를 연 언더우드 선교사와 같은 선진들이.
코로나 강도가 온 세상을 휩쓰는 이 우울한 시대에 강도만나 여기저기 신음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일어서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발길이 필요하다.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 상처에 붓고 싸매고, 가서 돌보아 주고(눅10:33-34)"
임명희 목사(영등포광야교회 담임)
*임명희 목사는 1988년 3월부터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살자’라는 표어로 광야교회를 설립하면서 현재까지 노숙인 돌봄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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